광주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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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광주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
  • 입력 : 2017. 04.07(금) 00:00

광주를 우리는 곧잘 '빛고을'이라고 이름한다. 광주가 발하는 빛은 무등산, 5ㆍ18민주화운동, 조선대에서 더욱 빛난다. 박공을 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조선대 본관 건물은 앞서 든 무등산, 5ㆍ18민주화운동과 함께 광주ㆍ전남의 브랜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선대는 호남 사학을 대표하며, 건물만큼이나 오랫동안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호남의 자랑이라 할 만한 조선대가 또다시 대학 이사회 구성을 놓고 표류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며칠 전 열린 조선대 이사회에서 후임 이사 선임 결정을 못 내려 자칫 교육부가 파견하는 임시이사회가 대학을 꾸려갈 상황에 처해 있다. 기업으로 치면 적자가 아님에도 주주, 또는 경영진의 분규로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에서 그 기관을 운영할 이사회 구성에 매번 이런 식으로 진통이 있다 보니 대학 구성원들의 불안은 커져가기만 한다.

지금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증유의 새로운 문명이 열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학은 이에 맞추어 그 어느 때보다 나라의 동량이 될 인재 양성에 앞장서야 할 상황에서 이사회의 파행으로 대학이 흔들리고 있으니 누구 잘못을 탓하기 전에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다. 4차산업혁명의 진로에서 낙오할 경우 그 책임은 먼저 이 나라의 대학들이 져야 한다. 지금 조선대는 이런 문명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타고 도약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달리 말해서 여타 유수 대학들과 같은 경쟁 라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조선대 이사회 구성의 난항을 들여다보면 교수평의회, 총학생회, 총동창회, 직원 노조 등으로 구성된 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는 국민공익형 이사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법인 이사회는 1월 초 5명의 개방이사추천위원을 선임하여 대응했으나 대자협은 편중된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익형 이사회란 광주시, 전남도의 선출직 공직자, 그 추천을 받은 인사, 총장 등이 참여하는 이사회를 말한다. 하지만 양측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이사회 파행의 본질은 옛 경영진 이사들의 완전 축출 문제에 있다. 현 이사회는 옛 경영진측 이사들이 일부 참여하고 있으나 대자협은 이들을 배제하고 싶어한다. 결국 옛 경영진의 '배제'와 '참여'라는 주장이 날카롭게 부딪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없는 것일까? 분명히 있다고 본다. 대학운영에서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시행과정에서 그 공익우선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세심한 규정을 마련해 적용하면 해결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는 결코 필자의 두리뭉실한 '중도론'이 아니다. 상대를 선과 악의 대립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해결이 어렵다. 어쨌든 우리는 작은 차이를 넘어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좀더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경청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현대사 전개에서 광주는 민주, 인권의 발신지로서 자랑스런 역사를 써오고 있다. 우리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호남의 브랜드라고 할 한 대학의 문제가 대학 내에서 해결을 보지 못하고 타력에 의해 이끌려가는 쪽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광주의 민주역량을 발휘하여 조선대 이사회 구성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자체적으로 이사회 구성도 못하고 임시이사회가 대학을 이끌어가는 사태가 난다면 광주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다.

조선대 이사회의 갈등은 광주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선대는 원주 상지대 갈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사회 개편이나 총장 선출 때면 파열음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정치의식이 높은 동네라서 그런가…."

아무튼 이사회의 갈등이 조선대를 넘어 광주의 이미지까지 흐리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선대 이사회의 내홍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대 이사회의 갈등은 너무 오래된 구태다. 정말 대학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대학 운영에 어떤 이해관계도 개입시키지 않을 각오라면 해결 못할 일도 아니지 않는가. 그런 관점에서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이사회를 구성해줄 것을 광주의 이름으로 강력히 주문한다.


유인상 변호사ㆍ전 학교법인 조선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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