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환율관찰대상국 지정…"향후 심사 강화"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미국, 한국 환율관찰대상국 지정…"향후 심사 강화"
경상·무역수지 흑자기준 대상
9개국...아일랜드·스위스 추가
기재부 “상시소통…협의 진행”
  • 입력 : 2025. 06.06(금) 09:27
  • 최권범 기자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함께 다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이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미국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동안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하다가 2023년 11월 처음으로 제외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작년 11월 다시 지정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기존 명단에 아일랜드와 스위스가 새롭게 포함됐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을 평가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이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 등이다.

이 가운데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국, 2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기준에서 해당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재무부는 한국의 2024년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5.3%로, 전년의 1.8%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상품 무역 흑자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2024년 한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대미 무역수지는 550억달러로, 전년의 140억달러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재무부는 또 원화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는 가운데 한국 당국이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4월과 12월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GDP의 0.6%에 해당하는 112억달러를 순매도했다는 점도 보고서에 기재됐다.

재무부는 한국이 앞으로도 외환시장 개입을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표된 환율 보고서로, 특히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율 정책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국가에 대해서는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도 함께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재무부는 위안화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음에도 이번에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환율 정책과 관행이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향후 공식 또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위안화 절상에 저항하는 근거가 드러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무부는 ‘미국 우선 무역정책’에 따라 향후 보고서에서 교역국의 환율 정책과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교역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 절상 압력을 받을 때, 표면적으로는 무질서한 시장 여건이나 과도한 변동성 완화를 명분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사례를 집중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불공정한 환율 관행이 포착된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개입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조치, 자본 유출입 규제, 연기금·국부펀드 같은 정부 투자기관의 활용 등도 향후 심층 분석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우리는 환율 관행에 대한 분석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조작국 지정 시 수반되는 비용도 늘릴 방침”이라며 “불공정한 환율 관행에 맞서기 위해 재무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평가 기준이 질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외환당국도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환율 보고서는 오는 10∼11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 재무부와의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 분야 협의도 면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권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