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달동네 오명 벗어나 지역 대표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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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소식
낙후된 달동네 오명 벗어나 지역 대표 명소로
철거위기 마을 골목에 벽화… 매년 200만명 찾아
지역 역사ㆍ서민들 삶 담은 독특한 골목문화 조성
  • 입력 : 2017. 07.17(월) 00:00
동피랑 골목은 마을 정상에 위치한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이 들어서며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007년 시민단체가 공모전을 통해 벽화를 담아내며 관광명소로 재탄생했다(왼쪽). 동피랑 마을과 함께 통영을 대표하는 낙후지역이었던 서피랑 마을 골목은 '사람'을 담아내면서 문화, 건축, 환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로 변했다. 진창일 기자 cijin@jnilbo.com

철거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명소라는 다른 운명을 갖게 된 동피랑. 통영을 대표하는 달동네라는 오명을 벗어나 꼭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가 된 서피랑. 낙후된 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통영 동피랑ㆍ서피랑 두 마을은 골목에 찾아온 작은 변화가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사례다.

"쌔기 오이소.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꼬 욕 봤지예. 짜다리 벨 볼 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 동피랑 골목길에 들어서면 한 주민이 투박한 지역 사투리로 이곳을 찾아온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동피랑이란 이름도 '동쪽에 있는 높은 벼랑'이란 뜻의 토박이 말이다. '별 볼거리가 없어도 마실 다니듯이 천천히 둘러보라'는 말이지만 변화의 흔적은 골목에 차고 넘쳤다.

동피랑 골목은 이곳 마을 정상부에 위치한 통영성 3개 포루 중 동쪽을 지키던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이 들어서며 철거 뒤 재개발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시민단체가 전국벽화공모전을 통해 이곳 골목을 화폭삼아 벽화를 담아내면서 동피랑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일괄 철거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독특한 골목문화로 재조명해보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통영시는 재개발 계획을 취소했고 과거 차갑고 어두운 진회색빛만 가득했던 동피랑 콘크리트 벽은, 지금 골목 구석구석마다 벽화가 그려지면서 달라진 모습을 뽐내고 있다. 동피랑은 도시재생 사업의 원조격으로 전국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2007년 이곳을 배경으로 첫 개최된 벽화축제도 2010년 2회 '동피랑 블루스', 2012년 3회 '땡큐 동피랑'을 거쳐 2014년 4회 '점프 동피랑'에 이어 지난 2016년 5회를 맞았다. 주제는 '주민에 의한 동피랑 축제'다.


골목에서 지역발전의 길을 찾는다 <8> 통영 동피랑ㆍ서피랑


동피랑 골목의 지금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지난해 5월에는 건강한 생활과 문화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 동피랑 마을 전역이 금연거리로 지정되기도 했다.

변화와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통영시가 지난 4월 발표한 올해 1~3월까지 시를 찾은 관광객 집계에 따르면 총 155만명으로 이중 동피랑 벽화마을에 58만명이 찾으며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관광지가 됐다.

현재 통영에서 손꼽히는 골목의 변화는 동피랑에만 그치지 않는다. 통영성 '서포루'를 끼고 자리잡은 서피랑 마을도 통영을 찾는 이들이라면 꼭 찾아야 할 명소다.

서피랑 또한 동피랑과 마찬가지로 통영을 대표하는 낙후지역이었다. 광복 이후 이곳에 들어선 '집창촌'은 2000년 들어서 사라졌고 사람들의 발길도 함께 줄었다.

서피랑 마을의 골목들은 지난 2013년 이곳을 변화시키자는 논의가 시작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주민과 행정기관, 전문가, 여행작가, 문인 등 다양한 사람들로 조직된 '서피랑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는 뚝지먼당 99계단, 인사하는 거리, 서호벼락당 꽃동산 조성 등을 완료하면서 문화, 건축, 환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나갔다.

서피랑의 변화는 '사람'이 중심이다. 통영, 서피랑 마을에 그 흔적이 아직도 여전한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토지'의 박경리 작가가 그 주인공으로 99계단에는 박경리 작가의 글귀가, 동네 윤이상 작곡가의 생전 등굣길에 설치된 피아노 계단이 그들을 기리고 있다.

통영=진창일 기자ㆍ김정대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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