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CNN 등 방송에서는 미국 플로리다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의 위력과 피해 상황을 앞 다투어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630만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고 24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액은 약 10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NN 방송에 출연한 한 환경운동가는 '기후변화와 허리케인은 흡연과 폐암과의 관계'로 비유하면서 '흡연이 직접적으로 암을 발생시키진 않지만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바다 온도가 올라가 더 많은 수분이 증발하고 그 수분을 흡수한 태풍은 더욱 강력해져 초강력 허리케인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즘은 미디어의 발달로 아이들도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살기 어렵게 되었다는 내용을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기후변화는 세대를 뛰어넘어 공통 관심사가 된 것 같다. 광주광역시의 평균 온도는 1960년 대비 1.5도, 최고 기온은 2.5도가 높아졌고 목포의 평균 해수면은 7㎝가 상승하는 등 우리 지역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아열대 작물인 망고와 구아바가 국내에서 재배가 되고 여름철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폭염은 기후 변화가 우리 실생활 속에 이미 깊게 파고들어와 있음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환경부에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를 활용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2007년부터 '이상기후 등을 대비한 환경생태계획 수립지침' 을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 계획 수립 초기단계부터 사업자 등에게 생태계를 온전히 보전하고 이상기후에 적응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생태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온실가스를 포함시켜 개발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도록 제도를 개선하였다. 우리청에서도 최근 협의한 리조트사업에 이상기후 등을 대비한 환경생태계획을 반영하여 주차장 틈새포장을 실시하고, 빗물이 토양으로 침수할 수 있는 레인가든을 설치하여 오염물질을 여과하고 빗물을 최대한 침투시켜 홍수발생을 줄이도록 계획하였다. 또한, 부지 내 옹벽 및 건물 로비에 덩굴성 식물을 식재하고, 모든 건축물 옥상은 사계절 푸른 녹지공간을 조성하였으며, 관개용수는 재이용수를 활용하는 등 에너지 절감, 대기오염 정화는 물론 수자원 절약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 일부 사업자들은 기후변화 대비 온실가스 저감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생태녹지공간 확보, 재생에너지 도입, 재이용수 관거 설치에 따른 비용 증가문제로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당장 태양광에너지, 재이용수, 녹지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사업에 지장은 없으며, 비용이 줄어들어 사업자에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투자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2011년 환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적 비용은 기후변화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2100년 누적 피해비용은 2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300조원을 투자하여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취할 경우 피해비용을 800조 이상 감소시켜 500조원의 순편익 효과가 발생된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도 눈앞의 비용 보다 미래를 대비하여 안전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작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에 소홀히 한다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누리고 있는 자연과 생태계는 우리 후손들에게 책과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의 역사와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의 큰 흐름은 막을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단기 비용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하게 된다면 적어도 그 진전 속도는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조상대대로 이어져 온 자연환경이 온전히 보전되어 우리 후세에서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남진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