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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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한옥마을에 살어리랏다
  • 입력 : 2017. 12.12(화) 00:00



"은퇴를 준비하십니까. 따뜻한 남쪽땅 전남으로 오십시오. 녹색의 땅 전남에는 행복(한옥)마을이 있습니다. 전남 땅은 일조량이 가장 많습니다. 생활비ㆍ난방비가 적게 듭니다. 공기가 가장 깨끗합니다. 친환경농수산물 생산 1번지로 식품안전 걱정도 가장 적습니다."

전남도가 지난 2012년 한옥 건축 신청자를 유치하기 위해 내놓은 홍보문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던 필자는 이 홍보문을 보고 한옥을 짓고 살기로 결심하고 함평 돌머리 주포한옥마을에 집을 지은 뒤 현재 3년째 살고 있다.

한국인들은 마당 넓은 한옥에서 부모님과 텃밭을 일구고 강아지도 키우며 사는 꿈을 갖고 있다. 한옥은 한국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어머니 품속 같은 한옥에서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한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편히 쉬고자 한다. 목재로 만들어진 한옥은 기둥과 기와지붕의 선이 아름답다. 황토흙으로 지어진 구들장 방과 벽에는 원적외선이 나와 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한옥에 살어리랏다'를 되뇌며 한옥을 지으려고 보니 우선 건축비가 만만치 않았다. 한옥 한 채 건축비는 대체로 광주의 새 아파트 한 채 값과 비슷했다. 대신 전남도와 군청에서 4000만원을 현금 지원해 주는 한편 연리 2%에 3년거치 7년상환 융자금 4000만원 등 8000만원을 지원해준 덕택에 준공까지 큰 보탬이 됐다.

전남도는 함평, 나주, 담양, 순천, 영암, 장성, 장흥 등 도내 각 지역에 한옥마을을 조성해 왔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에 주택을 개선해주고 소득을 증대시키며 도시민과 도농교류를 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전남도는 지난 2005년 12월 '전남도 한옥지원조례'를 제정ㆍ공포하고 2006년부터 '행복마을과'를 신설해 한옥마을 조성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전남 한옥마을에 2912명의 인구가 새로 유입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까지 전남도는 110개 행복마을을 선정했으며 1354채 가구가 한옥을 지어 거주하고 있다. 551가구는 현재 조성 중이다. 이를 위해 전남도는 1005억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요음 전남도 한옥주택 건축 지원사업은 필자가 집을 지었던 4년전보다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 2017년 한옥사업 시행지침을 보면 종전 전남인에 국한했던 한옥신축 신청 자격을 타지역사람들도 신청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귀농ㆍ귀촌 희망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 도시 청년들도 손쉽게 한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융자금 이자율도 종전 연리 2%에서 1%로 낮춘 반면 지원금 총액은 현금 3000만원을 포함해 10년간 2억원까지 늘려 경제적 부담을 대폭 줄였다. 한옥 신청 자격이 완화되고 지원금이 낮아졌지만 홍보가 잘 안된 탓인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아쉽다. 전남도의 연간 한옥지원 규모는 점차 줄고 한옥조성사업 역시 축소지향으로 가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2012년까지 연간 100억원씩 하던 지원액이 2015년 25억원, 2016년 23억원, 2017년에는 13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마치 아이 낳을 환경은 줄여가면서도 아이를 많이 낳기를 바라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한옥을 찾고 싶고, 머무르고 싶고, 살고 싶은 전남의 명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홍보와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전남도는 각 한옥마을과 손잡고 다양한 홍보와 이벤트를 통해 한옥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체험의 장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한옥마을에서 민박체험, 한복입기체험, 농수산물 판매, 전통차 마시기, 국악공연 등 이벤트를 통해 한옥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옥은 심어 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꽃나무가 아니다. 정성을 다해 물을 주고 거름도 주며 햇빛을 쬐어줘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된다.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ㆍ육성을 해줄 때 한옥마을이 전남도의 상징이자 명소로 자리매김되지 않을까.


김원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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