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北村 옛 처마 보존했더니… 복촌福村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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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북촌北村 옛 처마 보존했더니… 복촌福村 됐네
도시재생 전문가들의 선진지 탐방과 해법-서울시 북촌 가꾸기 사업
한옥은 비위생적이고 불편하다?
재개발에 600년 역사 철거 위기
서울시 정책 극적인 방향 전환
  • 입력 : 2018. 02.22(목) 21:00
올해로 서울시 북촌가꾸기사업이 시작된 지 열여덟 해가 되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북촌가꾸기사업은 한옥 보전 및 재생을 통해 한국의 수도이자 인구 1000만에 이르는 거대도시 서울의 역사문화지구를 보전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시도였다.

1990년대 말 서울 곳곳에서는 재개발로 고층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옥은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건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한옥은 건축법에도 맞지 않아 더 이상 지을 수 없게 되었고 기존 한옥들도 서울의 도심부 내에서 거의 멸종 위기에 놓여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북촌은 오랫동안 버려진 상태로 슬럼화 되어 갔고, 실제로 1990년대 말에는 재개발 계획이 수립되어 북촌의 600년 역사가 일시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재개발 대신 되살리기

그러던 1990년대 말 서울시의 정책은 극적인 방향의 전환을 맞게 된다. 전면적인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던 서울의 대표 한옥지구 북촌을 되살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오랫동안 개발규제를 받으며 피해를 입어온 주민들을 설득하며 한옥을 보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서울시에서는 주민들과 전문가들, 공무원으로 구성된 합동팀(Task Force Team)을 구성하여 북촌을 보전 재생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역사지구의 보전사업이 주로 관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보전사업이었다면, 북촌의 미래상을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들어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결국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한옥등록제'라는 전국 최초로 실시하였는데, 이것은 한옥을 당분간 멸실하지 않고 유지할 것을 서울시와 약속을 함으로써 한옥을 수선할 경우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옥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옥수선의 설계 및 공사에 대한 자문을 하며 북촌의 보전 및 재생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옥지원조례'라는 별도 조례를 만들어 3000만원의 보조금과 2000만원으로 융자를 했는데, 이것은 한옥 평균 공사비의 약 25%를 서울시에서 보조하고 나머지 75%는 집 주인들이 부담하는 것이었다.

서울시의 지원을 통해 북촌의 한옥들은 서서히 수선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한옥지구의 경관회복이라는 효과를 보게 되었다. 그 외에도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에서는 멸실 위기 한옥을 찾아 매입한 뒤 전통장인들에게 주거이자 공방으로 임대함으로써 한옥멸실에 대해 적극 대처하고자 했으며, 한옥경관을 해쳤던 전신주를 땅속에 묻고 도로포장을 하는 등의 골목길 개선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결국 동결식 한옥규제정책과 난개발의 폐해 등 시행착오 끝에 새롭게 시작된 북촌가꾸기사업은 주민의 요구와 서울시의 새로운 도심부 보전 및 재생 정책 수립, 그리고 민-관-전문가의 세 개 축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었다.



북촌 가꾸기 성과 세가지

서울시 북촌가꾸기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퇴락해있던 서울 구도심 내 한옥지구를 재생시켜 그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지표가 있는데 바로 북촌의 지가상승과 방문객 증가이다.

서울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2001년 당시와 1990년대 10년간의 공시지가와 비교했을 때 거의 정체되어 있는 수준으로써 서울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옥을 보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한옥에 대한 거래량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한옥의 공시지가는 매년 꾸준히 증가했으며 실제로 거래됨으로써 생기는 실거래가의 경우에는 증가폭이 더욱 가파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북촌가꾸기사업 이후 한옥지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북촌의 방문객 수를 보면 2006년 방문객 수는 1만3901명에 불과했던 것이 2017년에는 50만3588명으로 약 36배가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 수가 28만55명으로 전체 방문객 수의 50%를 넘고 있는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서울의 역사를 느끼고 돌아가는 대표적인 명소로 북촌을 꼽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서울 4대문 안의 역사문화명소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관광객과 시민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니 카페나 갤러리 등이 들어서 상권이 형성되어 전에 없던 활기를 띠게 되었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었다.

두 번째, 거의 고사 직전에 있었던 한옥 산업이 다시 일어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서울에는 더 이상 한옥이 들어설 수 없게 되었고 한옥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목수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문화재 보수를 위한 소수의 목수들만이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었다. 한옥 교육 기관은 양성되지 못해 목수의 계보는 끊어졌고 한옥 건축기술의 진화는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2001년 북촌가꾸기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목수의 인력풀이 너무 부족해서 한옥을 리모델링하는 데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이런 상황이 반전된 것 역시 서울시의 북촌가꾸기사업으로부터였다.

이제는 한옥이 친환경주택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꼭 한번 살아보고 싶어 하는 주택이 되었고,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아졌다. 그동안 홀대받았던 우리 한옥의 건강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시민들이 아파트 일색이던 도시환경과는 다른 정감 있는 한옥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우리 전통 주거문화를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한옥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한옥에 대한 다양한 수요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주로 주거에만 한정되어있던 한옥도 업무시설, 전시시설, 의료시설, 교육시설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확대되었으며 한옥게스트하우스의 경우에는 도심 안에서 한옥을 활용한 대표적인 전통문화 사업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서울시에서는 은평 한옥마을과 같은 신규 한옥마을을 조성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고층 아파트 일변도로 이루어지던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여 저층의 한옥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것으로써 한국 주택시장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번째, 서울시 북촌가꾸기사업의 성과는 역사문화지구 보전 관련 사업의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북촌가꾸기사업의 성과를 기반으로 2008년 '서울 한옥선언', 2014년 '서울 한옥자산선언'을 하게 되는데, 서울 전역으로의 한옥 지원 확대, 한옥 공사비 지원 금액의 상향조정, 신규 한옥마을 조성 등의 세부계획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또한 2001년 당시만 해도 한옥을 지원하는 조례는 서울시 1곳 밖에 없었으나 2018년 현재 50개가 넘는 전국의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서울시 북촌가꾸기사업에서 시작된 한옥에 대한 관심은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지원을 통해 더욱 확대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한옥 사업이 시작이 된 지 10년 만인 2010년 비로소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한옥의 정의가 신설되고 한옥에 불리했던 조항들이 바뀌었다.

더 나아가 국가한옥센터가 개설되었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위한 법으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4년 제정되었다. 이와 같이 서울에서 촉발된 한옥 보전 및 재생 사업은 우리 문화유산 가치에 대한 전국적 인식과 책임감을 고양시켰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가산업으로써 인정을 받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반신반의했던 사업 이젠 확신

북촌가꾸기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모두들 사업의 성공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고 실제로 그 효과는 타 사업에 비해 비교적 느리게 나타났다.

하지만 다행히 어느 시점을 지나자 한옥의 보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지지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고 현재는 한옥 보전에 대한 반대의견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북촌은 한국의 독특한 생활문화와 건축이 잘 남아있는 대표적 명소가 되었고 그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2009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문화유산보전상(UNESCO Asia-Pacific Heritage Awards)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서울시에는 아직도 1만1000여동의 한옥이 남아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전면적인 재개발이 아닌 보전을 통해서 도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고 도시의 정체성이 보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북촌가꾸기사업은 앞으로도 서울의 한옥들을 지키고 서울의 역사적 정체성을 지키는 사업들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경아 한국전통문화대 전통건축학과 교수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시 한옥위원회 위원
前 서울시 한옥 문화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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