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헬기사격 사망 추정 첫 증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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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헬기사격 사망 추정 첫 증언 나왔다
"광주고 야간근무 남편, 헬기 떠 옥상서 죽었다고 들어"
27일 사망 당시 교전기록… 총상 등 여러 정황도 일치
  • 입력 : 2018. 05.17(목) 21:00
5ㆍ18 당시 헬기 사격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동선씨 검찰 검시 조서.
"그 때 사람들이 '헬리콥터가 떠서 남편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엔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헬기에서 쏜 총에 맞아서 (남편이) 죽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돼요."

지난 2월 국방부가 1980년 5ㆍ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존재했음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헬기 사격'에 의해 자신의 남편이 사망했다는 유족의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재진입 작전 당시 광주 동구 계림동 광주고등학교에서 서무과 직원이었던 남편 양동선(당시 45세)을 잃은 신영숙(75ㆍ여)씨는 17일 전남일보와 인터뷰에서 남편이 헬기 사격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명확한 사인 규명을 호소했다.

사고 당일 학교에서 숙직 근무 중이던 양씨는 본관 건물 옥상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양씨는 당직 순번이 아니었지만 고향에 갔다가 고립된 광주로 돌아오지 못한 동료를 대신해 근무를 자청했다가 변을 당했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사망자 검시조서에 따르면 양씨는 숙직 근무 중 총소리를 듣고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양씨의 사망 추정시간은 80년 5월 27일 오전 5시30분으로, 제20사단 62연대 2대대와 시민군간 교전이 벌어졌던 시간과 일치한다. 사인은 M16소총에 의한 '좌측 복부맹관상'으로 기록됐다. 검시조서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양씨의 총상 부위는 허리와 가까운 하복부 쪽이다.

특히 △총상 부위 △'올빼미 부대사'에 기록된 계엄군과 시민군의 교전 상황 △당시 광주고등학교의 건물구조 △양씨의 신장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양씨가 헬기 사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본보가 지난해 입수해 보도한 '올빼미 부대사'에 따르면 80년 5월27일 오전 4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광주고등학교와 인근 계림국민학교 일대에서 시민군과 보병 제20사단 62연대 2대대 6ㆍ8중대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발생했다. '올빼미부대'는 광주진압작전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육군 20사단의 별칭이다.

계림국민학교에서 광주고등학교로 달아난 시민군은 학교 본관 2층에서 계엄군을 향해 사격을 했다. 이에 계엄군은 계림국민학교 돌담을 엄폐물로 이용해 사격을 가했다.

총성에 놀란 양씨는 광주고등학교 본관 옥상으로 올라간다. 80년 5월 광주고에 재학 중이던 이모(55)씨에 따르면, 당시 본관 옥상에는 사람 키만한 돌담(1m50~60㎝로 추정)이 있었다. 그런데 양씨의 미망인 신씨는 "남편의 키는 나와 비슷해 한 1m65㎝가 안됐다"고 말했다. 광주고 옥상의 돌담이 적어도 양씨의 가슴에서 목부위까지 다달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지상에 위치한 계엄군이 시민군과 교전하면서 광주고 옥상쪽으로 사격을 했더라도 양씨의 하복부에 총상을 입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시 시민군은 M-16을 사용하지 않아 양씨가 시민군의 총탄에 사망할 가능성은 없다. 계엄군이 헬기에서 건물 옥상에 있는 시민군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올빼미부대사에 수록된 전투교육병과사령부의 작전지침에는 '강력한 적과 만나면 즉시 기동 타격조(헬기 등)에 의해 타격'하라는 내용이 담겨 헬기 공중 사격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20사단의 경우 전차 18대, APC(장갑차) 9대와 함께 지휘용 500MD 1대, UH-1H 3대, 코브라 2대 등 다수의 공격헬기가 배속됐다.

유족들은 헬기사격에 의해 양씨가 숨졌다는 목격자의 진술도 들었다고 밝혔다.

양씨의 아내 신씨는 "27일 아침 시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광주고등학교 수위가 죽었다던데 혹시 동생이 어제 근무한 곳 아니냐'라면서 '헬기가 떠서 죽었다더라. 어서 신분증 챙겨서 집으로 와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정수만 전 5ㆍ18유족회장은 "양씨의 직접사인 및 발견 장소를 고려할 때 당시 광주고등학교 옥상에 있던 양씨에 대해 헬기사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군 관계자가 '기동헬기 UH-1H에서도 M16을 이용한 사격이 가능하다'는 진술을 한 적이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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