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환점이 된 아동학대 사건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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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기고> 전환점이 된 아동학대 사건 3가지
  • 입력 : 2018. 07.11(수) 13:09
“아동복지는 아이들의 피를 먹고 성장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아동복지 발달사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동학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에 아동학대 관련 내용이 처음 포함된 것은 1999년 개정 때 일이다. 일명 ‘영훈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1998년, 발견 당시 6세였던 영훈이는 위장에 위액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등에는 다리미로 지진 화상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건조사결과 영훈이의 누나는 이미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아사해 집 마당에 암매장된 상태였다. 학대의 주범은 계모였는데 영훈이 남매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잔혹하게 학대했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는 남부럽지 않게 정성껏 키워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개선의 전환점이 되면서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운영, 아동학대 신고전화 24시간 개통, 보호격리 등의 제도화가 갖추어졌다.

2013년 8월 경북 칠곡 한 가정집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8세 여자아이가 맥박이 완전히 멈춘 채 응급실로 실려 왔다. 경찰은 부검을 실시했고 아이는 내부 장기 파열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사건의 범인으로는 아이와 자주 싸우던 아이의 언니가 지목됐지만, 이후 계모였던 임씨가 두 자매에게 억지로 청양고추를 먹이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학대를 일삼았으며 상습 폭행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울산 계모 사건과 더불어 다시 한번 국민의 공분을 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통과에 영향을 줬다.

지난 7월5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의회와 남인순 국회의원과 함께 아동학대 예산 증액 및 종사자 처우개선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 하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운영 부처는 보건복지부이지만, 설치 및 운영 재원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 보호기금과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으로 나누어져 있어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일관적 추진이 어렵고 적정 예산 확보가 곤란하다”며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아동학대 예방사업 예산을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분야의 공공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하였으므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조사 권한과 학대가정에 대한 개입 권한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올 1월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기존의 아동학대 대책을 점검하고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 1월18일 복지부는 민간에 위탁한 아동복지 관련 업무를 공공기관으로 통합하거나 아동권리보장원(가칭)과 같은 별도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의 지시와 복지부의 보고는 고준희양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화재로 사망한 광주 삼남매 사건 등이 도화선이 되었다.

아동학대 업무를 다루는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그런데 현장업무를 수행하는 상담원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들이다. 많은 학대행위자들은 민간이 무슨 권한으로 조사를 하느냐 면박주기 일쑤이고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욱 취약한 것은 아동학대 업무를 함께하는 경찰의 경우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오후 6시 이후 1명이 전화당직을 서는 체계이다. 저녁시간 현장조사 사례관리가 잦다보니 1인당 업무량은 연간 3721시간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유 없는 두통, 심리적 강박감 등 질병에 시달리고 매년 상담원 3명중 1명이 이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난다.

이제 또 다른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국민의 공분을 살 때를 기다리지 말고 정부는 앞서서 아동학대 업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최소한의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동건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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