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전남도청 F1머신 철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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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애물단지’ 전남도청 F1머신 철거되나
직원들 “수천억 빚… 상징물 보기 싫다” 눈총
F1 지원부서 폐지 이어 전시물 철거 검토 중
  • 입력 : 2018. 08.08(수) 21:00
  • dhchoi@jnilbo.com
전남도청 1층 로비에 전시된 F1 머신.
전남도청 내 전시물 포뮬러원 경주용 차량(F1 머신)이 철거될 전망이다.

수천억원대의 빚을 남긴 애물단지 사업의 상징물을 놓고 전남도 안팎으로 철거 목소리가 일면서 전남도가 철거 검토에 나섰다.

지상 23층의 전남도청사에 들어서면 1층 로비에 붉은 색의 F1 머신이 눈에 들어온다. 야심차게 F1대회를 추진했던 박준영 전남지사 시절인 2013년부터 전남도청 내에 전시되고 있는 실제 F1 머신이다.

첫 대회가 열린 2010년에는 모형으로 전시됐지만, F1대회 글로벌 스폰서로 참여했던 LG가 홍보로 활용했던 차량을 전남도가 인수해 6년째 전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F1머신을 놓고 철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빚을 남긴 애물단지 사업의 상징물을 전남도청을 찾는 손님들에게 홍보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남도가 2010~2016년까지 7년간 추진했던 F1대회는 우여곡절끝에 수천억원의 빚만 남긴 채 사라지는 오욕을 남겼다.

전남도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경주장 건설비 4285억원, 대회운영비 3067억원, 개최권료 1970억원 등 4년간 8752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 등에서 빌린 지방채 규모가 284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원금 1618억원과 이자 286억원 등 1904억원을 갚은 상태라 2029년까지 원금 1230억원과 이자 252억원 등 1482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앞으로 12년간 매년 123억여원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적자규모도 어마어마했다. 2010~2013년 4년간 발생한 누적적자만도 1900억원에 이른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2014년 협상을 통해 한해 대회를 중단했고 2015~2016년 대회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게다가 아직 수백억원 규모의 위약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애물단지로 남아있다. 한 대회 개최권료만 해도 4300만달러(500억원 안팎)에 달해 남은 계약기간 2년(2015~2016년) 대회를 포기한데 따른 1000억원대의 위약금 문제가 발생, F1 주관사인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남에서 다시 F1대회가 열릴 가능성은 전무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전남도도 F1대회에서 철수했고,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F1 대회 지원부서를 폐지한 것이다. 다만 F1대회 주관사인 FOM과 대회 미개최에 따른 위약금 협상을 위해 ‘F1대회 조직위원회’만 유지해 놓은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도청 안팎에서 F1머신 상징물에 대해 ‘빚잔치 광고’, ‘지방재정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사례 보기’ 라는 비꼬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청을 방문한 한 시민은 “전남 재정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기록될 F1대회가 전남에서 퇴출됐는데도 아직 도청에서 그 상징인 대회 차량이 남아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며 “전시가 필요하면 F1 경주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청 일부 직원들도 “수천억원대 빚잔치 상징물 이젠 보기 싫다”며 철거를 바라는 눈치다. 이에 전남도 관계자는 “F1머신 전시물 철거 여부와 활용 방법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