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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윤리에서 발전한 양심(conscience)의 어원은 conscienti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함께 나누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Con과 ‘지식’이라는 뜻을 가진 scientia가 결합해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구와 아는 것을 나누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크라테스가 양심을 ‘내면의 목소리’라고 정의내린 것을 생각해본다면 ‘나 자신과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뜻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이를 기반으로 해석한다면 양심이라는 단어의 뜻은 ‘내가 아는 어떤 것...
2025.03.10 18:00계절의 변화는 색으로 온다고 했던가. 경칩(驚蟄)이 지나자 바람에 물기가 배고, 담장너머 벚나무, 매실나무 엷은 가지에 붉은빛이 감돈다. 봄의 신열에 마당가에 심은 수선화, 튤립, 작약도 새색시 손톱같은 순을 일제히 내밀었다. 매서운 겨울고개를 넘어 온 봄의 전령사들이다. 춘삼월이 다 되도록 맵찬 바람이 불고 눈까지 내려 예년보다 늦었다고는 하나, 이곳에서 저곳에서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간간이 방송을 탄다. 이맘때면 섬진강 다압마을에서, 지리산 산동마을에서 어김없이 꽃축제가 열린다. 한겨울 지나 봄...
2025.03.09 16:06‘만약 테스코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으면 매각을 포기하겠다.” 외환위기(IMF)가 한창이던 1999년 3월 15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회의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와 삼성물산 유통사업부가 홈플러스 인수 합병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수개월의 산고 끝에 대부분의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몇 몇 세부 문제를 놓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상황. 자칫 인수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서 삼성물산 이승한 대표는 ‘계약 파기’라는 승부 수를 던졌고 결국 계약은 성사됐다. 다국적 할인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시작이었다. 신세계와...
2025.03.06 17:06중국 전국시대 연나라에 진나라의 장군 번오기가 망명해 있었다. 진나라의 왕이 번오기를 잡아들이려 재물을 내걸고 찾고 있었기에, 진시황을 미워하던 형가는 번오기에게 “장군의 목을 얻어 진나라의 왕에게 바쳤으면 합니다. 그러면 진나라의 왕은 저를 만나려 할 것입니다. 그때 제가 그의 가슴을 찌르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형가의 말에 번오기는 한손으로 팔을 움켜쥐고 다가가더니 “이는 제가 밤낮으로 이를 갈며 속을 썩이던 것입니다.(此臣之日夜切齒腐心也)”라고 하며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형가는 장군의 목을 상자에 담아 진나라로 향했고, ...
2025.03.05 17:40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개막한지 올해가 30주년이 되는 해다. 1995년 6월 27일 제1회 동시지방선거는 사실상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다. 주민이, 주민에 의해, 주민을 위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선출했다.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이 직접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함으로써 주민 의사를 지역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주민 투표·주민 소환·주민 감사 청구 등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할 수 있는 주민참여제도를 활성화했다. 또 지역 실정에 맞는 입법 활동이 증가했다. 지방자치 시행으로 풀뿌리 민주주...
2025.03.04 17:42누구나 한번쯤은 달을 보면서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상상해 봤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민족은 천사나 귀여운 토끼, 신선들의 나무인 계수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은 중국 설화에 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달에 가서 영원불사 약을 찧는 옥토끼 스토리다. 동양 문화권에서 달의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반면 서양에선 달 안에서 ‘남자(월남)’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나쁜 짓을 해 달로 유배당한 노인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민화에선 크리스마스 이브에 양배추를 도둑질하다 들켜 유배당한 남자로...
2025.03.03 17:26“풍월은 사사로움이 없으니 머무는 곳마다 푸짐하고/도량이 큰 천지는 나를 한가하게 버려두네/아늑하게 거닐다보면 만사가 절로 잊히고/드러누워 허공을 바라보니 지친 새가 돌아오누나.” 여말선초 학자로 활동하던 탁광무(1330~1410) 선생이 광주 석곡동 인근에 정자 경렴정을 짓고 은둔했다. 당대 정몽주, 정도전, 이색 등과 교류가 깊었던 선생. 고려말, 신돈 의 전횡에 맞서다 광주로 낙향했던 그는 고려를 이끌던 몇 안되는 ‘권문세족’이었다. 광주를 뿌리로 둔 토성 광산 탁씨의 대표적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지난 1879년 발행된 ...
2025.02.27 17:03지난해 전남산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7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3.3%나 증가했으며, 전국 평균 증가율(7.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다. 수출 첨병 역할은 다름 아닌 김이 해냈다. 전남산 김은 전 세계적으로 ‘김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년보다 46.1% 증가한 3억6000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전남의 김 수출액은 지난 2010년 1000만 달러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로 껑충 뛰어 올랐다. 김 수출시장도 미국, 일본, 중국 등 전통적인 ...
2025.02.26 17:59조선시대 한양도성 4대문을 기점으로 대략 10리까지의 외곽지역을 성저십리(城底十里)라 불렀다. 이 성저십리는 요즘으로 치면 개발제한구역이었다. 성저십리 지역에서는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했고, 산을 깎아 묘지로 쓰는 일도 못했다. 배고픈 백성들이 산에 올라 나무뿌리를 캐먹거나 풀을 태우는 것도, 산에 있는 돌도 함부로 가져갈 수 없었다. 성저십리에서 일반 백성들의 생활을 규제한 것은 도성에 살던 왕과 왕족, 고위 관리와 사대부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시대 성저십리를 보호한 목적은 요즘의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
2025.02.25 17:39아들이 어려 묘지 가까운 곳에서 사니 장사(葬事)를 지내는 흉내를 내고, 시전 근처로 옮기니 물건 파는 흉내를 내어 글방 근처로 이사해 공부를 시켰다는 맹자의 어머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와 지혜로운 어머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었다. 허나 오늘날 극단적인 교육열을 내비치는 학부모들의 모습과도 연결되며 어느새 조롱과 풍자의 대명사로 변모하기도 했다. 이런 풍자를 십분 활용해 최근 유튜브와 SNS를 장악함은 물론 중고거래 플랫폼에까지 폭풍 같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제이미맘’이다...
2025.02.24 18:06‘데이터센터’(Data Center)는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설이다. 쉽게 말해 거대한 ‘디지털 창고’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서비스, 금융거래, 기업 운영, 인공지능(AI)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저장 공간이 아니라 국가의 디지털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설립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 AI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인프라의 중요성이 ...
2025.02.23 17:11“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고려시대 불렸다고 전해지는 ‘청산별곡’은 고려말, 수백 년 이어진 혼란한 정국에 집을 떠나 떠돌던 유랑민의 절망과 꿈을 읊은 노래다. 거란과 몽고의 외침에 이어 기득권의 내란과 무신정권까지 수차례 내우외환을 겪어야 했던 백성들. 그들에게 마지막 꿈은 청산에 들어가 유유자적하며 사는 것이었다.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청산’도 단순한 자연을 넘어 희망이었고 머루와 다래는 세속을 떠난 사람들이 먹는 선식(仙食)의 상징이었다. ...
2025.02.20 17:03새해 들어 구례·담양군 등 전남 시군 곳곳에서 농촌진흥시범 사업 일환으로 스마트팜 기술을 보급하는 등 잘 사는 농촌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기후 변화와 병충해 문제 해결책으로서의 식품 안전성 향상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스마트 팜이라는 용어는 최신 기후 정보 기술을 활용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모니터링하고 자동화 및 원격 제어를 통해 농작물의 품질 개선과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공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국내에서는 스마트 팩토리와...
2025.02.19 18:24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미인도’ 위작(僞作) 논란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위작 논란이 된 1977년 작 ‘미인도’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었다. 그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이후 그의 소장품인 미인도는 국가로 귀속, 국립현대미술관에 입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 공직자가 소유한 작품이라 위작이라고 의심조차 안했다. 천 화백이 1991년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하기 전까지 말이다. 천 화백의 위작 주장에도 불구,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김재규 소장품이었다가 국가에 환수돼 미술관으...
2025.02.18 17:34지난 주말인 15일, 광주에 보수를 자처하는 내란 세력 동조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어떤 광기가 저들을 광주로 모이게 했는지는 알수가 없으나, 광주는 그저 의연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무리들이 이 도시로 쳐들어 온 때를 시민들은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침략자에 비한다면 이날은 그저 애교에 가까웠을수도 있다. 다만 의연했지만 물렁하지는 않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외치는 당당함부터 “광주 왔으니 맛있는 밥이나 먹고 가라”는 해학까지 광주는 그저 광주였다. 더불어 그들은 실수를 하나 했다....
2025.02.17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