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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빠르게 변해왔다. 이제 국가 간에, 민족 간에도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어 문화를 비롯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어떻게 보면, 걱정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저버릴 수 없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왜? 온갖 것에서 서구문화의 지배를 받아 가면서도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자세가 부족한 것일까. 문화란 주고받는 것이기에 섞일 수는 있지만 우열을 가릴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에 휩싸이고 생경하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밀려드는 문화에 무조건적으...
편집에디터2021.07.08 15:196.25 전쟁 당시인 1951년 2월, 한국군 11사단 9연대 3대대가 산청과 함양의 학살에 이어 거창군 신원면 일대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 만행은 작전명 '견벽청야(堅壁淸野)' 산간마을들을 지나면서 무차별적으로 이어졌다. 빨치산 토벌이라는 구실로 이루어진 신원면 일대의 학살은 덕산리 청연골에서 주민 84명 대현리 탄량골에서 주민 100명 과정리 박산골에서 주민 517명 기타 지역에서 주민 18명을 포함하여 불과 사흘 동안에 이루어진 전체 희생자는 719명으로 58%가 노인과 어린이였다. 이 사건은 부산 피난 국회에...
편집에디터2021.06.24 16:11우리의 삶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그 아리송한 시간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한다면 그 잔잔함과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꿈들을 꿔보지만 남는 것이란 그 흔적과 기억들뿐이다. 그것은 마치 물웅덩이에 떠있는 부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름날의 오수 속에서나 느껴보는 정적 같은 아스라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멈추어버린 시간'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결국 멈추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시간이고, 그 시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들면서 기억 속으로 흘러간다. 그 도도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오늘도 나는 누...
편집에디터2021.06.10 14:24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면서 만물을 생기게 하고 움직이게 한다.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한 것이 없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근본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물질과 정신은 하나라고 하는 가르침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 곳곳이 길을 잃고 방황하면서 병들어 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현실이다. 지도자가 없다거나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원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개개인이 사회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
편집에디터2021.05.27 09:57며칠 있으면 석가탄신일이다. 물처럼 흐르는 것이 시간이라지만 모든 것이 빙빙 돌아서 다시 오는 것을 보니 지구의 자전과 공전 따라 돌고 도는 것 또한 시간인가 보다. 남도의 명산 월출산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구정봉 아래 용암사지의 석탑과 마애불이 보이는 곳. 고려시대의 흔적으로 시간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바위 위에 올려진 석탑도 재미나고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을 나뭇가지들 사이로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종교의 힘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은 아닐지라도 세상에 지쳐 잠시 쉬고 싶을 때 마음을 편안케 한다면 그게 좋은 것 ...
홍성장 기자2021.05.13 16:28이라크 전쟁 중의 한 장면이다.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는 군사작전에 성공한 후 한 미군의 무리가 이라크 고대문명의 자부심이라 말 할 수 있는 바빌론 유적지에 주둔하고 있었다.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낸다는 구실로 포장된 전쟁이었지만 단지 입맛에 맞지 않는 독재 정권을 축출하는데 그쳐 이권을 위하고 세계에 군림하려 한다는 침략전쟁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을 만난 당시에도 곳곳에서 산발적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 주둔지 안에서만은 모두가 관광객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라크의 자존심을 차지하게 된 것에 대한 승리를 만...
편집에디터2021.04.29 16:09수 백 명의 참사를 불러일으킨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 그 자체를 인양하는데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들의 염원 속에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도 끝내 수습하지 못한 죽엄들이 있어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이제 그만 떠나보내려고 하지만 잊지 말자고 하면서 쉽지가 않다. 뭍에 올려져 잠자는 듯한 그 괴물 같은 모습의 세월호 그 자체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마는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속 시원히 풀지 못한 사건의 진실을 머금...
편집에디터2021.04.15 17:17코로나19로 세상이 딱 막혔다. 뭔가 돌파구를 찾고 싶어진다. 명절에 부모님도 찾아뵙지 말라하고 지인들끼리도 만나지 말라하고 문화공간들도 문을 닫아버려서 그야말로 갈 곳이 없다. 얼마 전에는 산에 가서 맑은 공기나 실컷 마실까 했더니 그곳도 코로나 때문에 들여보낼 수 없다 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지구를 떠나라고 할 날이 올지도…… 이 어수선한 시국이 풀리면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란다. 물론 지금의 우리들의 삶 자체가 여행인 것은 분명하지만 뭔가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
편집에디터2021.04.08 11:08그때 그 봄날에 남녘 어디에서,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진달래꽃을 한 아름 꺾어 든 당신의 모습이 여기 있네요. 아주 오래 전에 찍어서 잊고 있었던 사진이지요. 사람의 기억이란 이상한 것이어서 이번에도 봄을 또 맞이하다가 불현듯 생각났답니다. 한줄기 희미한 기억만으로 수많은 필름 속에서 며칠을 뒤지다가 어렵게 찾아냈지요. 마치 잃어버린 자식을 다시 보는 듯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장년이 되어서 이만한 자식들도 거느리고 있을 테니까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계절은 어김없이 또 봄이지만 그때 그 당신은 지금 어디에...
편집에디터2021.03.25 11:10봄이 오는 길목에서 굳게 다문 입술 왕방울의 애리한 눈빛 봄을 기다리는 천하대장군의 각오는 무엇일까 꽃바람을 타고 오는 봄처녀의 치맛자락에 숨어서 바람둥이 손님으로 왔다가고 말거라면 이번에야말로 그냥 보내지 않겠다 이건가? 언제나처럼 꽃샘추위가 있겠지만 여기 산촌에도 봄을 알리고, 저기 들녘에도 봄이 피어나고 있다. '봄날같은 인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 장승이 길목을 잘 지켜서 모두에게 따사로운 봄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편집에디터2021.03.11 11:09세상이 시끄러워도 계절과 절기는 어김없이 돌아온다. 어느 틈에 입춘인가 싶었는데 엊그제 설날을 맞이했고 며칠 있으면 또 대보름이다. 맞이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는데 이렇게 밀어닥치면 어쩌란 말인가. 지리산 왕시루봉에 뜬 보름달이다. 휘헝찬 저 달이 지난 시절 쥐불놀이 하던 때를 그립게 하고 보는 이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하겠지만 그리움에 사무쳐 뭇 청춘들을 눈물짓게 했던 저 달이기도 하다. 옛 묵객들의 시늉이라도 내어보면서 술잔이라도 기우려야 하는가. 왠지 쓸쓸함만 더해 가고 가슴 숙연해 질뿐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
편집에디터2021.02.25 13:21지리산 북쪽 골짜기들을 찾아다니면서 내심 눈발이라도 휘날려 주기를 바랐지만 때 아닌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비구름 속에서 들락날락 거리는 산봉우리들은 더 높아 보이고 그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들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하다. 산청군 삼장면 내원골을 찾아가고 있다. 분단시대의 아픔과 울분을 보여줬던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정말 깊고 깊은 곳에 자리한 작은 동네다. 세월이 제법 흘러서 이젠 당시의 흔적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어쩜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
편집에디터2021.02.04 12:55여기는 함평군 월야면의 작은 언덕 남산뫼. 소나무 한 그루가 그 곁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광풍이 몰아치던 역사의 현장을 찾아와서인지 오늘 따라 하늘빛도 음산하다. 기억하게 하는 것조차 힘들게 하는 것일까. 남산뫼의 이 소나무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오늘도 허공을 향해 '나는 보았노라!' 하면서 울부짖고 있다. 국군 11사단 20연대 2대대 5중대가 함평 일대에 투입되어 불갑산의 빨치산 토벌 목적으로 '견벽청야(堅壁淸野)'작전을 수행하던 그 해 겨울은 잔인했다. 빨치산에 당한 분노를 엉뚱한 양민들에게 화풀이 한 것이다. 민가마다 ...
편집에디터2021.01.21 12:35또 새해가 시작되고 있네요. 그럼 우리도 모든 것에서 새롭게 시작해야겠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다시 태어나게 된 것도 아닐테고 지난 시간을 지워버리는 것도 아니지만 새로 시작해 볼 수 있다는 것에서 그 의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계절이 하 수상해서 눈내리는 정취도 만끽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도심을 걸어보고도 싶고, 드넓은 들판에 휘날리는 눈 속으로 내달려보고도 싶고, 토굴의 창가에서 따스하고 향기로운 차를 마셔가며 소복소복 쌓여가는 새하얀 눈들을 보며 멍때리는 것도 좋지않을까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의...
편집에디터2021.01.07 11:28간밤에 눈이 내렸다. 확실한 방향도 모른 채 비탈길을 힘들게 올랐다. 칼바람이 드세 지는가 싶던 그때였다. 잡목 사이로 찾고 있던 고인돌이 눈에 띄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마주한 그 고인돌은 만주 일원에 흩어져 있는 다른 고인돌에 비해 그 규모는 작았지만 아담한 돌집을 연상케 했다. 주인이 떠나버린 지 오래인 듯한 돌집 형태의 고인돌. 외로움에 지친 모습이라고나 할까. 2천년, 3천년,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을 삭히면서 내가 오기를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촬영 장비를 내려놓고 숙연한 마음으로 고인돌의 덮개석을 어루만지면...
편집에디터2020.12.17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