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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달동네라 말할 수 있는 발산부락을 찾았다. 조만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처지에 있어 지금의 모습을 기록해 두기 위해서다. 진즉 찾았어야 하는데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벌써 떠난 이들이 많아 여기 저기 빈집들이 즐비하다. 그런 곳마다 담장이 허물어지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그러나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많아서 좁고 긴 골목을 따라 온기가 가늘게 이어져 있다. 이런 곳을 두고 달동네라 부르는데 어디에 근거를 두고 생겨난 말인지 궁금하다. 말 그 자체는 문학적이라 할...
편집에디터2022.10.27 15:21혼자 떠난 여행 중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우리에게 먹는 다는 것은 맛을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막연하게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할 뿐이라면 그 자체가 귀찮아질 때도 있다 맞은편에서 거구의 사내가 밥 먹는 모습에 시선이 꽂혔다. 그 역시 맛으로 먹는 것인지,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 인간이기 이전에 그냥 동물의 단순한 모습이다 그래, 우리는 서로 인간이지만 사실 다른 동물들과 뭐가 다른 것인가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구사하면서 제법 영리하게 살아가는 척 하지만 세상에 일으키는 크고 작은 말썽은 죄다 우...
편집에디터2022.10.13 17:08그동안 코로나 대유행으로 좋아하는 여행도 즐기지 못해 답답했는데 이번에는 세계 경제를 휘어잡고 있는 달러가 초강세인 것이 문제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더 가난해지고 말았다. 이제 해외여행 같은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지경이다. 4차산업 운운 하면서 세상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 같이 말하는데 적어도 우리들이 누리는 행복감은 여러 면에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인간세상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거니 해버리면 속이라도 좀 나아질까 요즘 들어 부쩍 세계의 봉이고,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우리지만, ...
편집에디터2022.09.29 16:11압록강을 건너고, 구련성에서 호랑이를 쫒다가 책문을 통과하면 비로소 청나라에 들어서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사신단의 먹을거리와 잠자리는 청나라쪽에서 제공한다. 멀리서도 우뚝솟은 것이 바로 봉황산이다. 여기서 연암 박지원은 기운이 힘차보이기는 하나 밝고 윤택한 기운은 한양의 도봉산이나 삼각산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정말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가 고구려 최고의 요새였던 봉황산성이 잃어버린 안시성을 생각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곳이다. 800m 높이의 봉황산과 고려성자산의 산새가 자연 성벽이고, 그 사이의 좁은 남문과 북문만...
편집에디터2022.09.15 15:46압록강을 바라보고 있다. 연암 박지원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의주의 통군정에서 압록강을 바라보면서《열하일기》를 시작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 강 건너 중국쪽에서 압록강을 바라보면서 시작한다. 시대의 차이는 있다지만 같은 강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연암과 나, 두 사람의 심정은 다를 것이다. 그리운 땅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것이 나라면, 연암은 눈 앞에 펼쳐지는 드넓은 땅을 바라보며 새로운 것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 나는 중국 쪽 호산장성에 올라 망원렌즈로 통군정을 찾아보다가 유람선을...
편집에디터2022.08.25 16:15연변의 '용정'에 있는 대성중학교 교실의 칠판에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작곡된 악보가 쓰여 있었다. 1941년 11월 20일에 쓴 이 시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유고집에 수록된 서시다 독립운동의 열혈청년은 아니었지만 진실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순수하고 참다운 인간의 본성을 되새기게 함으로써 일제의 감옥에서 비운의 생을 마감했던 항일애국 시인 윤동주 오늘도 그가 그리워짐에 시로 대신한다. 윤동주의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
편집에디터2022.08.11 14:29비경은 언제나 그랬다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지리산 뱀사골 깊숙한 곳에도 숨겨진 것이 있다 실비단 폭포가 그것이다 이끼의 생생함이 더해져서 일명 이끼 폭포라고도 부른다 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볼거리 중 하나라고 하는 걸 보면 분명 비경임에는 틀림이 없음이다 6·25전쟁 직후 빨치산들이 이 아래에 있는 단심폭포에서 맹세 서약을 하고 숨은 샛길로 반야봉 비트를 향해 오르면서 이 폭포의 가냘픈 매력에 빠져 잠시나마 현실의 고달픔을 털어낼 수 있었을까나. 그래서인지 더욱 애처로운 비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은 반달가...
편집에디터2022.07.28 14:42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응당 이런 것이라고 하면서 살아보지만 요즈음 우리나라 날씨가 열대지방보다 더 덥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세상이 시끄럽고 인간들이 지은 죄가 크다 보니 자연이 참다못해 분노하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도 차분하지 못하다 차분 그 자체에 빠져 있다간 살아남지 못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우리를 끊임없이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차 한 잔 들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밀려오는 먹구름에 가슴 철렁해지기도 하지만 뭔가 좀 시원스럽게 펼쳐질 것만 같아 그 불안한 기운을 가슴으로 맞이...
편집에디터2022.07.14 15:31갯내음 풀풀대는 갯길을 따라 걸어본 적이 있는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자유를 느끼고 싶을 때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겠지만 잔잔한 바다와 잿빛 갯벌이라는 두 얼굴을 번갈아 볼 수 있는 갯길 여행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갯바람 맞으며 뚜벅뚜벅 걷다보면 혼자라도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대는 벌써 바람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바다가 속살을 드러내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전남 도립공원인 신안 증도와 무안의 갯벌은 짱뚱어, 농게, 칠게, 뻘낙지... 등등의 생태의 보고로 경제적 가치를 말하기 이전에 주민들의...
편집에디터2022.06.30 14:38여름이 시작되었다. 젊음의 계절이라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질한 장마와 뜨거운 날씨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까 은근히 걱정된다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바다도 생각나고 물소리 들려오는 계곡도 벌써 부르는 것 같다 셰계를 뒤흔든 일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지만 이 계절이 되니 정말 가고파 지는 곳이 있다 또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미래'로 알려진 히말라야의 서쪽 라다크 지역이다 눈앞의 설산을 보면서 이색적인 문화에 빠져드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서는 이미 떠나버린 것들이 그곳에 가면 살아 숨 쉬고...
편집에디터2022.06.16 15:02사라진 왕국 백제의 숨결을 찾아 떠돌고 있었다 1,400 여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아득하다 하지만 그 숨결은 아직도 느낄 수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이 있겠는가마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 분칠되기 일쑤여서 왜곡되고 숨겨진 진실은 오늘도 恨을 풀지 못한다. 신라가 끌어들인 외세는 이 땅을 짓밟았고, 의자왕은 망국의 한을 품고 대륙으로 끌려갔다 있지도 않았던 삼 천 궁녀는 또 무엇인가 죽어서나 간다는 낙양의 북망산 언저리에서 근세에 심상치 않는 무덤이 우연하게 발견되었다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백제 왕의 무덤이라 했으니 그게 의자...
편집에디터2022.06.02 14:56오월은 또 이렇게 왔다 싱그러운 계절이라지만 언제부턴가 잔인한 계절이라고도 부르는 오월이다 '민주의 성지'라 말하는 광주에 오는 외지인들에게는 세월은 자꾸 흘러서 오래 전 일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5.18 묘역이 참배의 차원을 넘어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이제 다소 식상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광주 시민들에게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오월이다 이어지는 정치인들의 들락거림에는 관심이 없고 오래 전에 구묘역에서 찍었던 사진들이라도 들춰보면서 그날의 함성과 울분을 되새기고 희생된 민주영령들을 추모한다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지만 아니, 많...
편집에디터2022.05.19 15:42나는 자주 여행을 떠난다 국내의 이곳저곳만이 아니라 물설고 낯설은 다른 나라의 깊숙한 곳도 마다하지 않고 무대포식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우리 인생 그 자체가 여행이지 않던가 몇몇의 지인들과 어울려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다소 외롭기는 하지만 홀가분 그 자체가 보석이다 휴식을 위한 것, 단순 관광을 위한 것, 일을 위한 것, 아니면 죄를 짓고 도망을 치는 여행자까지도 그 순간만은 자유인이 되는 것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자는 행복한 것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가고 고원에서 만년설을 ...
편집에디터2022.05.05 15:33전남 광양에 있는 해발 1,222m 높이의 백운산 남쪽으로 광양만과 한려수도가 내려다보이고 북쪽으론 지리산의 주능선이 펼쳐져 보이는 명산이다 도선국사의 부도 탑이 있는 옥룡사지로 가는 소풍길이 좋고 이른 봄철에 나오는 고로쇠 수액 채취가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백운봉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여럿 있겠지만 주봉과 따리봉 사이에 있는 아구사리 동산 한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얼룩지게 한 흔적들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여순사건의 주동자들이 처음 숨어든 곳이며 전남 빨치산의 최후 보루였던 곳이 바로 이 산이지 않던가....
편집에디터2022.04.21 16:22하늘이 돌고 땅이 돌아 모든 것이 어디론가 가버렸을 것만 같은데 또 다시 그 계절은 찾아와 유혹한다 꿈속에서 한 평생을 살았는데 또 다시 이 봄날이 불러들이는 것을 어찌할까 이것 또한 꿈이려니 생각해야겠지만 마음은 벌써 봄바람을 타고 두둥실 이다 선산의 무덤가에 노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난 꽃들이다 잠깐만이라도 이 꽃들에 묻혀 누워 있고 싶었지만 조상님을 기리는 시제의 날이라서 간단한 제수를 먼저 올렸다 조상님들에게 한 잔 올리고 산신령에게도 한 잔 올리고 나도 한 잔 마시고 이 꽃들에게도 한 잔...
홍성장 기자2022.03.31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