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이야기 >일본의 정원 아다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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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
정원 이야기 >일본의 정원 아다치미술관
  • 입력 : 2020. 03.19(목) 14:59
  • 편집에디터

아다치미술관의 일본정원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그 품에 안긴 아다치미술관

일본정원하면 대부분 교토의 사찰정원이나 도쿄 에도시대 정원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정작 미국에 있는 일본정원 전문저널(Journal of Japanese Gardening)로부터 2003년 이래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미술관이 있다.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이곳은 정원보다는 미술관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는데 차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오히려 정원이 유명해지게 되었다. 시마네현 야스기시(安来市)에 위치한 이 정원미술관은 지역출신 실업가인 아다치 젠코(足立全康)에 의해 1970년 개관되었다. 규모는 약 5만평 정도로, 일본의 유명한 근대 일본화가인 요코야마 다이칸横山大観)의 작품 등을 비롯하여 도예, 동화(童畵) 등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당초에는 그가 오사카에서 사업하며 수집했던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곳을 둘러보면 볼수록 미술관 못지않게 얼마나 정원에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다. 공간배치, 식재디자인, 색채감각, 차경수법 등 주도면밀한 정원설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미술관은 그저 정원을 감상하는 관람시설이나 조망시설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미술관 내부에서 각 전시공간으로 이동하는 복도 이곳저곳에 바깥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문이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정원풍경은 오히려 전시관의 회화작품을 압도할 정도로 아름다운 진경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다. 대개 화가들은 아름다운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것을 극대화하거나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풍경화를 탄생시킨다. 그런데 수집가이자 미술관의 창립자 아다치 젠코는 평소 많은 그림을 수집하면서 높아진 안목을 통해 평소 그림을 바탕으로 품어왔던 이상향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표현한 경우이다. 우선 이 정원은 이끼, 잔디, 모래, 물, 식물 등을 일본 전통양식과 자연풍경식을 절묘하게 도입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색하거나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그림처럼 완성도가 높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요컨대 인위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것이 마치 오래전부터 자연의 일부로 존재해 왔던 것을 훌륭한 정원사가 잘 다듬고 가꾸어온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곳 정원풍경은 회화작품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미디어아트처럼 한 장소를 가지고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 계절마다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봄에는 상록수들이 녹색계열의 그라데이션(gradation)을 연출하면서 환상적인 풍경화를 그려낸다. 여름에는 농익은 푸름의 절정을 통해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가을에는 차경(借景)으로 도입된 주변 활엽수들이 화려한 단풍으로 단장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잘 다듬어진 고산수(枯山水)정원의 수목들과 그 사이사이에 배치된 바위들의 조형미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것은 정원사의 주도면밀한 의도성과 자연이 가져다 준 의외성이 결합되어 탄생한 것이다. 이 정원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놀라게 되고 또 정원사의 자연에 대한 이해와 고도의 미적 감각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왜, 이곳이 최고의 일본정원으로 꼽히고 있는지 의심의 여지없이 수긍하게 된다. 아다치미술관은 다양한 정원양식이 총망라한 곳이다. 무엇보다 하나하나의 섬세한 정원의 완성도도 놀랍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주변풍경을 정원으로 끌어들이는 차경수법이 돋보이는 정원이다. 정원과 미술관이 절묘하게 꾸며져 내부공간과 외부공간, 건물과 정원, 대상지와 주변풍경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모범적인 융복합공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아다치(足立)정원미술관으로 부르고 있다.

멋을 아는 사람, 아다치 젠코

아다치정원미술관을 창립한 사람은 사업가이자 수집가인 아다치 젠코(足立全康, Adachi Zenko)이다. 그는 1899년 시마네현 야스기시 후루가와정(島根県 安来市 古川町)에서 태어났다. 그는 학창시절에는 공부나 운동에 아예 관심이 없는 그야말로 열등생의 표본이었다. 다만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흥미를 느끼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그림 그리는 일이었다. 우연히 자신의 그림이 미술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자 그쪽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에 농업에 종사하신 부모님을 돕다가 자신이 가정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직장을 구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 직장이 히로세정(広瀬町)에 있는 목탄공장에서 목탄을 운반하는 일이었다. 목탄공장에서 야스기항(安来港)까지 13km 정도를 수레로 운반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목탄 한 박스를 여분으로 사서 도중에 판매하여 이익을 남기게 되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사업에 눈이 뜨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후 그는 오사카로 직장을 옮겨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골동품상점에서 요코야마 다이칸横山大観)의 蓬萊山, 하시모토세키유키(橋本関雪)의 후지(富士) 등의 일본화(日本畵)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돈이 없어 살 수는 없고 그 작품들을 몇 번이고 눈요기만 하고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그 작품은 8만 엔 정도였는데 오사카 땅 한 평이 3천 엔 정도였다고 하니 그 그림을 손에 넣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다를 바 없었다. 그 후 그는 섬유업, 부동산 등의 사업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그렇게도 그리던 일본화들을 하나하나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풍경화를 좋아하면서 정원에 대한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는데 정원도 한 폭의 풍경화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화와 일본정원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마침내 아다치정원미술관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를 설명하는 단어 셋이 있는데 첫 번째 돈 벌기, 두 번째 사회환원(社會還元), 세 번째 도락(道樂)이다. 그는 지독하게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그의 성실함으로 인해 섬유업, 부동산업 등으로 제법 큰돈을 벌었고, 인생 후반이라고 할 수 있는 71세부터 세계적인 정원미술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펼치게 되었다. 아다치 젠코는 자신의 안목과 발로 뛰어 엄선한 작품들을 수집하고 이 작품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정원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과 일본정원에 대한 애착이 강했는데 제1호 전시관 앞에 펼쳐진 하얀모래 푸른솔 정원(白沙靑松庭)은 다이칸의 명작 '백사청송(白沙靑松)'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정원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미술관과 정원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스토리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그가 젊은 시절 접했던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은 결국 자신의 삶을 이끌어준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그가 요코야마 다이칸에 빠진 이유를 그의 자서전'일본 제일의 정원 아다치미술관을 만든 남자(庭園日本一 足立美術館をつくった男)'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다이칸의 매력을 한마디로 말하면 탁월한 착상(着想)과 표현력이다. 아마도 그것은 누구도 쉽사리 흉내 내지 못할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왕성한 구도정신(求道情神)이 작품의 박력과 깊이, 그리고 구도(構圖)의 높은 완성도를 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는 "다이칸은 백년 혹은 삼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할 정도로 위대한 작가"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아다치미술관은 요코야마 다이칸미술관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어쨌든 이렇게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아다치젠코의 안목과 관찰력도 마땅히 칭찬받을 만한 것이 아닐까. 지역의 자랑거리로는 다양한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예술과 정원을 사랑한 아다치젠코는 지금 시마네현 야스기시의 큰 자랑이 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지역 활성화를 위한 자원 가운데 으뜸은 사람이 아닐까. 한 사람의 탁월한 심미안과 그것을 자원화한 실천이 지역을 위해 얼마나 유용하고 자랑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아다치미술관의 일본정원

미술관에서 정원을 조망하는 관람자들

일본 최고를 자랑하는 아다치미술관의 정원

일본 최고를 자랑하는 아다치미술관의 정원

일본 최고를 자랑하는 아다치미술관의 정원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또 하나의 그림 일본정원

정연한 느낌을 주는 일본정원

아다치미술관의 일본정원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