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이야기 >세계 최고의 정원 베르사유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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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세계 최고의 정원 베르사유궁정
  • 입력 : 2020. 04.05(일) 16:19
  • 편집에디터

베르사유궁정의 전경(全景)

프랑스에 가면 꼭 들러보고 싶지만 왠지 망설여지는 곳이 있다. 바로 루브르박물관이다. 왜냐하면 갈 때마다 긴 입장객 행렬로 인해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고서야 줄 서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는데 바로 베르사유궁정(宮庭)이다. 이 궁정은 프랑스 파리 남서쪽 베르사유(Versailles)에 위치하고 있는데 루이14세의 절대왕정을 상징하는 곳이다.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궁전건축물과 정교하고 광활한 면적의 정원들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이곳은 역사적,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런 엄청난 베르사유궁정이 탄생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프랑스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왕으로 '태양왕'이라고도 불리는 루이 14세(Louis XIV)는 어느 날 당시 재무장관 니콜라스 푸케(Nicolas Foucquet)로부터 보르비콩트(Vaux-le-Vicomte) 성에 초대받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디자인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단순히 부러움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극도의 질투심으로 이어졌다. 왕의 환심을 사려했던 푸케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결국 부정축재자로 몰려 평생 감옥에서 보내게 되는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런 후 루이14세는 보르비콩트 성 조성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을 모조리 불러서 보르비콩트를 능가하는 최고의 궁정을 지으라고 지시하게 된다. 당대 내로라하는 건축가 르보(Le Vau), 망사르(Jules Hardouin-Mansart), 실내 장식가 르브룅(Charles Le Brun), 조경가 르노트르(André Le Nôtre) 등이 참여했는데 무려 50년 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완성하였다. 원래 습지였던 부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는데 숲을 조성하고, 물을 끌어들여 분수를 만들기 위해 강줄기마저 바꿀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궁전건물의 상판에서 천장의 못 하나까지 섬세하게 장식할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였다. 왕은 루브르궁(현재 루브르박물관)에서 베르사유궁정으로 이사한 후 수많은 귀족들과 더불어 하루가 멀다고 초호화판으로 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것은 귀족들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루이14세의 정치적 전략이었지만, 이로 인해 결국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베르사유궁정은 역사적으로나 건축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장소이지만, 베르사유궁정의 백미는 무엇보다 정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85㎢에 이르는 너른 부지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한 설계로 숲, 길, 분수, 조각 등 30여개의 주제를 가진 정원이 마치 퍼즐그림을 맞추어 놓은 듯 완성도 높게 펼쳐져 있다. 이 정원들은 당시 최고의 조경가인 르 노트르(André Le Nôtre)가 설계했는데 1668년에 일차적으로 완성했다. 이후 망사르(Jules Hardouin-Mansart)가 참여하여 약간 수정을 했고, 각종 조각과 분수, 플랜트박스 등은 르 브랑(Charles Le Brun)이 디자인하였다. 이 정원은 단연 프랑스 정원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후 프랑스 평면기하학식 정원의 교본이 되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궁전건물, 조각품, 분수대, 토피아리(Topiary)정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극도의 인공조형미와 거기에 균형을 맞추고 있는 숲과 물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미는 눈의 황홀함은 물론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정원은 사계절을 배려하여 설계되었는데 어느 계절에 방문하더라도 정원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 실제 숲정원이 있는 십자가로 인근에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테마로 한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물을 활용한 수변경관으로는 라톤의 샘(Basin de Latone)과 아폴론의 샘(Basin d Apollon)이 있고 그랑카날(Grand Canal)과 프티카날(Petit Canal) 이라는 십자형 대운하가 있어 정원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대운하에서는 보트를 즐길 수 있고, 숲길을 따라 산책이나 자전거도 즐길 수 있다. 분수를 이용한 '음악이 있는 물쇼(Les Grandes Eaux Musicales)'가 겨울을 제외하고 매주 주말에 열리는데 분수는 설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에는 불꽃놀이와 조명이 어우러진 '밤의 축제(Les Fête de Nuit)'도 열리고 있다. 한낱 질투로 시작된 베르사유궁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권력의 상징이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흔적을 담고 있다. 루이14세의 비판자 생시몽(Saint-Simon)의 회고록 '루이14세와 베르사유궁정'에 의하면 당초 베르사유는 습지여서 거주지로서는 부적합한 곳이었다. 이처럼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며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한 것이었다. 특히 수십 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인 악취미의 소산(所産)인 베르사유궁정은 엄청난 금을 삼켜버렸다며 왕의 과시욕을 비판했다. 흔히 정원을 일컬어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베르사유궁정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은 역사적 평가와는 무관하게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어 있다. 조경가, 건축가, 조각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합작품인 베르사유궁정은 세계 정원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정원이다.

정원은 융・복합문화를 상징하는 창조적 산물이다.

정원을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일컫는다. 그도 그럴 것이 조경가를 비롯하여 건축가, 조각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합작하여 만들어낼 뿐 아니라, 식물이라는 과학적 요소, 조각이나 장식품 등의 예술적 요소, 토목이나 건축 등의 공학적 요소 등이 융・복합적인 요소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종합적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베르사유궁정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그런 요소들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결정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저 궁전건물 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면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구경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정원을 감상하다보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궁정을 통해 왜 자연을 관리해야 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도시를 떠올려보자.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수없이 많은 자연과 전통자원들은 어떤 상태인가? 자연도 예술도 끊임없이 갈고 닦을 때 빛이 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마치 한 사람이 설계한 것처럼 걸작을 만들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최고의 완성도는 모든 것이 어떤 형태로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균형과 조화의 극치미를 연출하고 있는 베르사유궁정을 보면서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베르사유궁정의 전경(全景)

베르사유궁정의 자수화단

플라타너스 숲길

토피아리(Topiary) 정원

요소요소에 조형물을 배치하여 볼거리 제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