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이야기 >영국의 위즐리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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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영국의 위즐리가든
정원사들의 정원, 위즐리가든
  • 입력 : 2020. 04.16(목) 13:01
  • 편집에디터

자수화단(刺繡花壇)과 수직정원(Walled Gardens)을 감상하고 있는 방문자들

위즐리(Wisley)는 할로우 카(Harlow Carr), 하이드 홀(Hyde Hall), 로즈무어 (Rosemoor) 등과 더불어 영국왕립원예협회에서 운영하는 4대 정원 가운데 하나이다. 원래 위즐리가든은 사업가이자 발명가였던 죠지 퍼거슨 윌슨(George Ferguson Wilson)이 1878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원예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는데 특히 영국에서 생육이 어려운 식물들을 구해와 기르는 것을 즐거워했다. 초기에는 백합류, 붓꽃류, 프리뮬러(Primula) 및 수생식물 등을 주로 수집하여 재배하였다. 이후 1903년 윌슨이 세상을 떠나자 토마스 한버리(Thomas Hanbury)경이 부지를 매입하여 왕립원예협회에 기부하게 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왕립원예협회는 회원제를 도입하여 상호 정보교환은 물론이고 일반시민들에게 식물 전반에 걸친 폭넓고 정확한 지식과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정원문화를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뿐만 아니라 협회의 가장 돋보이는 역할은 완성도 높은 정원을 유지함으로써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교육 및 복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원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정원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이렇게 눈 호강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런 정원이다. 위즐리가든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정원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위즐리가든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식물의 다양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위즐리가든에서 자랄 수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든 자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25,000종 이상의 식물을 수집하여 모아놓았는데 기후, 토양, 수분 등 생육조건이 다른 수종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유리온실 옆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채소, 초본류, 과일 등은 마치 상상을 토대로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온대, 난대, 열대 등 기후대가 다른 다양한 식물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자라는 풍경은 아무데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위즐리가든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히 식물들을 한 곳에 많이 모아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물의 집합체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데 그것은 '다양성 속의 일체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속 장면들처럼 뜻밖의 풍경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데 한번은 예상치 못한 의외성에 놀라고 주제의 스토리를 잘 그려낸 풍경의 완성도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약 30만평의 정원이 한 치의 허술함도 없이 공간별로 각 주제에 걸맞은 정원디자인이 탄탄하게 그려져 있다. 지형을 활용한 위계, 정원감상을 위한 동선(動線) 등이 너무 자연스러우며 적재적소에 식물과 점경물(點景物)이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 정원은 많은 정원 전문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그래서 일명'정원사들의 정원'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과 학생들에게 정원관련 내용은 물론이고 사회체험교육의 현장으로서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매력적인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8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도제작을 비롯하여 식물기록 및 라벨표시, 종자, 기계 등의 수집과 보급, 나무관리, 관개 및 잔디관리 등 각 분야별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이 정원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인공정원, 흐드러지게 핀 꽃의 향연, 목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초지정원(Meadow Garden), 물을 활용한 운하와 분수 등 다양한 테마정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한시라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하나라도 더 보고 한 장면이라도 더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정원 내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차와 음식을 앞에 두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나 음식은 그들의 안식을 위해 그저 거들 뿐이었다. 예쁜 정원에 둘러싸여 동료들과 여유롭게 담소를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스럽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원의 어떤 식물이나 장식물보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왠지 딴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나마 시간이 멈추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원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느냐를 꼽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위즐리가든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도로 섬세하게 표현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게 해준다는 점에서 진정한 명품정원이 아닐까.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명품정원을 만든다.

위슬리가든을 조성한 죠지 퍼거슨 윌슨은 무척이나 정원을 사랑한 사람이다. 당시 영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식물을 채집하여 연구하였고 이를 정원으로 완성하였다. 그 결과 지금 전 세계 대부분의 식물을 이 정원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정원의 체계적인 관리는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일상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협회의 취지를 이해하고 회원(Membership)으로 가입하여 함께 가꾸고 더불어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 정원은 누군가 식물을 모아 재배하였고, 또 누군가는 멋진 디자인으로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왔으며 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위즐리가든은 다양한 식물의 종류, 자연과 어우러진 최고의 디자인, 체계적인 유지관리, 시민 친화적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정원을 사랑한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들이 지금의 명품 위즐리가든을 있게 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명품정원은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수직정원(Walled Gardens)을 감상하고 있는 방문자들

물과 전지(剪枝)한 식물을 활용한 정형식정원(Formal Garden)

꽃을 활용하여 계절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화훼정원

꽃을 활용하여 계절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화훼정원

정원의 꽃은 오감만족을 위한 중요한 요소

요소요소에 조형물을 설치하여 정원의 볼거리 제공

정원 중앙에 통경선(Vista)을 조성하여 조망 및 개방성 제공

정원이 주민들 일상의 여가 및 복지공간 기능을 하고 있음.

정원은 가족의 피크닉 장소로도 훌륭한 장소

8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정원관리에 참여하고 있음.

색채의 그러데이션(gradation)이 돋보이는 초화류정원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