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교통섬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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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제구실 못하는 교통섬 어떻게 하나
휠체어‧유모차 등 머물기 협소||보행자 사고 위험에 항시 노출돼||시민 “차선 구조변경이 발생 원인”||구 "교통체증 등으로 변경 불가피"
  • 입력 : 2021. 03.16(화) 17:13
  • 최원우 기자
광주 북구 신안교 삼거리 인근 교통섬은 우회전 차선이 2차선으로 변경되면서 규모가 작아졌다. 이곳을 이용하는 보행자들은 사고 위험에 항시 노출되고 있다.
"이곳만큼 보행자가 보호 받지 못하는 교통섬은 몇 안 될 겁니다. 운전자들은 차가 먼저라는 듯 당당하게 스치며 지나가는데 아찔하더라고요."

교통섬은 교차로 또는 차도의 분기점 등에 보행자가 머무를 수 있도록 설치된 섬 모양의 시설물이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설치됐지만,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오후 1시께 찾은 광주 북구 신안교 삼거리 내 교통섬.

이곳에서는 차량과 보행자들의 위험천만한 통행이 이어지고 있었다. 신호등을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교통섬이지만, 교통섬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신안교 삼거리 일대는 광주역과 전남대 사거리 방면 등에서 빠져나온 차량들이 집중돼 잦은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구간이다.

잦은 교통체증 때문인지, 보행자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고자 지나가는 차량들에게 연이어 손짓해보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를 무시했다.

종종 기다리다 못해 돌발적으로 횡단하려는 시민들로 인해 운전자들은 급브레이크를 밟기도 했으며, 곧바로 보행자를 향해 경적을 울리기 일쑤였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횡단보도를 건너 교통섬에 도착해도 보행자들의 사고 노출은 여전했다. 다수의 인원이 한꺼번에 머무르기엔 이곳 교통섬의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한 여성은 "교통섬이 너무 협소해 아이를 태운 유모차와 함께 머무르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라며 "이곳을 지날 때마다 차에 치일뻔한 아찔한 상황이 발생된다. 차를 피해 유모차를 이리저리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교통섬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날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반대편의 교통섬에 머무를 당시 휴대폰을 보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등 대체로 여유로워 보였지만, 해당 교통섬에 도착하자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신호등을 건넌 뒤 횡단보드를 건너야 하지만, 통행하는 차량들로 인해 교통섬에 갇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곳을 통행하면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보다 교통섬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오로지 옆을 지나쳐 가는 차에 혹여 치이지 않을까 집중할 뿐 이었다.

보행자들은 교통섬에 있음에도 불안에 떨고 있었으며 지나가는 차량에 흠칫흠칫 놀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보행자 김아름(35·여)씨는 "빠른 속도로 우회전하는 차량을 마주하고 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손을 들고 멈추라고 해도 눈치를 보며 질주하는 차량들이 간혹 보인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안전한지에 대해 매번 걱정하게 되더라"라고 하소연했다.

주민 김태형(37)씨도 "우회전 차선을 2차선으로 바꾼 이후 교통섬이 말도 안 되게 작아졌고 이로 인해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잦은 교통체증을 해결하고자 용봉지구 방면에서 경신여고 방면의 우회전 차선이 2개 차선으로 변경됐고 이것이 화근이 돼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구 관계자는 "신안교 옆에 신안고운하이플러스가 들어서면서 교통체증이 더 증가했고, 주민들의 민원이 대량 접수됐었다.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북구경찰서 등과 협의해 부득이하게 우회전 차선을 2차선으로 변경하게 됐다"며 "당시 도로 인근의 땅을 사서 도로를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매입이 어렵게 됐고 그러다 보니 교통섬이 작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을 확인한 뒤 신호등 설치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어느 한 곳의 신호 체계를 변경하면 다른 곳들까지 변경해야 돼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보행자 7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9%(6839명)가 교통섬을 횡단할 때 위협을 느낀 적이 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교통섬 설치 여부에 따라 차량 속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의 주행속도는 교통섬이 설치되지 않은 교차로보다 평균 7.3%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