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무관심 키우는 천편일률 '노잼' 선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선거
유권자 무관심 키우는 천편일률 '노잼' 선거
거리유세·명함 돌리기 ‘거부감’ ||民 광주 ‘경선 승리=당선’인식 ||무투표 속출… 유권자 박탈감 ||선거비 대부분 경선 때 소진도
  • 입력 : 2022. 05.25(수) 18:39
  • 김해나 기자
지난 23일 광주의 한 횡단보도에 선거 유세 차량이 주·정차돼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정성현 기자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천편일률적인 '노잼' 선거운동이 유권자의 무관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자 폭탄, 명함 돌리기부터 소음·길막(길을 막는) 유세는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부추기는 반면 3·9대통령선거 당시 선보였던 AI(인공지능)나 메타버스 등의 참신한 시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서다. 특히 광주지역은 경선 승리가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선거에선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으로 이미 선거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속출하는 분위기다.

25일 오후 광주 동구 황금동 인근 사거리. 보행자 통행이 많은 곳인 만큼 지방선거 출마자의 유세 차량이 오가며 후보를 알리고 명함을 나눠줬다. 하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은 차량 소리에 얼굴을 찡그리거나 명함을 받자마자 길가에 버렸다.

시민 조모(29)씨는 "이전 선거에 비해 많이 조용해진 건 사실이지만 길을 걷다 들리는 노랫소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며 "후보자를 알리기 위한 유세 차량 때문에 후보자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영서(27)씨는 "매일 쏟아지는 '폭탄 문자'에 극도로 예민해진다"며 "거리를 지나가도 민주당 일색이다.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 뻔해 선거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무관심이 커지는 상황에 무투표 당선자가 역대 최다로 나오며 열띤 선거 분위기도 사라지고 있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광주지역 기초단체장 1명·광역의원 11명·기초의원 비례대표 1명 등 총 13명은 무투표 당선으로, 투표 진행·선거운동이 금지된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선보다 못한 본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에선 여전히 '경선 승리=당선' 공식이 유효해 후보들마저 본선보다 경선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광주·전남 단체장 후보자 A씨 캠프 측은 "당내 경선이 치열한 선거구에선 법정 선거 비용(예비후보 등록 시점부터 본선이 끝날 때까지의 선거 비용)의 절반 이상을 써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본선을 위한 비용을 남겨놓되, 경선 홍보 문자, 예비 홍보물 등을 만드는 데 비교적 많은 지출을 하는 건 사실이다.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본선에 들어서면 재정적인 부담이나 고충이 분명히 있다"고 털어놨다.

후보나 캠프 모두 경선에 '올인'하다 보니 본선 열기가 식어 정작 주인공이 돼야 할 유권자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경선 때 엄청난 양의 문자와 보도는 어디 갔냐는 듯 오히려 본선 시기가 되니 조용한 분위기다"며 "본선에 쓴 돈이 적어서 유권자의 관심이 없는 건지, 유권자의 관심이 경선에 쏠려서 경선에만 돈을 쏟는 건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 상황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 대표는 "민주당이 아니면 선택지로 고려조차 하지 않는 지역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선 돈·인력·시간·노력 등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 반면 본선 후보가 되면 '게임 끝'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독점 체제하에 나타나는 기형적인 현상이다"고 지적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