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4-2> "건강한 자립 …정서적 유대 고려한 안전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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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74-2> "건강한 자립 …정서적 유대 고려한 안전망 절실"
■자립준비청년 어떤 정책 필요하나 ||정착금 늘려도 심리적 불안 여전 ||자립지원 전담인력 턱없이 부족 ||'세세한 관리' 현실적 어려움 커
  • 입력 : 2022. 09.25(일) 17:59
  • 도선인 기자
광주지역 사회적기업 '동네줌인' 주관으로 SNS를 통해 결성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함께하는 모임'이 최근 첫 대면회의를 열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민간 차원의 자발적인 사회운동에 착수했다, 첫 대면모임. 동네줌인 페이스북 캡쳐
최근 광주의 한 보육원에서 나와 생활하던 대학생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자립준비청년들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고려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광주시의 경우 지난해 자립정착금이 1000만원으로 증액되고 자립전담기관이 발족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립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준비 없어 범죄 노출도

현재 광주시에는 8월 기준 보호아동은 942명, 시설 퇴소 후 5년간 진행되는 자립 지원 프로그램 대상자인 자립준비청년은 530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보통 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자립전담요원 지도아래 독립에 필요한 교육과 상담을 받는다. 문제는 아이들이 독립을 체감하는 정도다.

보건복지부 아동자립지원단은 8대 영역으로 나눠 보호아동에게 자립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육시설의 자립전담요원은 △일상생활 기술 △자기보호기술 △지역사회자원 활용기술 △돈 관리기술 △사회적 기술 △진로탐색기술 △직장생활기술 △다시 집 떠나기 등의 교육을 진행한다. 후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멘토링 사업, 자격증 시험 지원 사업 등도 별도로 진행된다.

영신원에서 자립전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성규 씨는 "만 15세부터는 필수적으로 자립과 관련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자립에 대한 체감 정도가 낮다는 것이다"며 "정부는 아동자립지원 정책을 통해 교육적 측면을 제도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자립을 체감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및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많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긴밀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보호아동은 무얼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구멍이 있다"며 "이 부분을 영유아시기부터 세세하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한 자립은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임 씨는 "보호가 종료되는 시점부터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디딤씨앗통장 등 경제적 지원이 집중되는 것을 알고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개념이 없는 상황에서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이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돈을 한꺼번에 탕진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담인력 1명이 135명 관리

양육 시설의 고질적인 인력부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아동자립전담기관의 자립지원 전담인력 1명이 자립청년 135명을 관리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집계한 사후관리 대상 자립준비청년은 전국에 1만2081명 인데 자립지원 전담인력이 전국 89명이 고작이다. 전남만 하더라도 22개 시·군에서 아동자립전담기관은 1개에 불과하다.

임 씨는 "지금도 혼자서 자립을 앞둔 아동 34명, 5년 이내 퇴소한 자립청년 47명을 관리하고 있다. 양육시설의 자립전담요원이 1년 동안 담당해야 하는 아이들이 평균 100명에 이른다"며 "6월 광주시에 아동자립전담기관이 발족하면서 자립청년의 퇴소 후 관리는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지만, '1대1 케어'는 어려운 인력 수준이다"고 말했다.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윤경현 과장은 "사정상 친적 집, 조부모와 함께 사는 가정위탁 사례 아이들 경우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자립전담요원 1명이 자립청년 150명 정도를 관리한다"며 "자립청년 1명당 1년에 한 번 정도 사례보고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세세한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아권익연대 관계자는 "보육원마다 자립 담당관을 1명씩 배치하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많은 아이가 보육원을 나가야 하는 시기가 오면 경제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보육기관의 교육은 일반 가정에서 보호자 아래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관리와는 차이가 크다. 교육이 일시적이고 경험으로 체감이 안 되다 보니, 일시적으로 지급된 정착금을 탕진하는 사례가 많다. 학교에서부터 경제 관념에 대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