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이미경> 꽃밭에 앉아서 희망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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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문화향기·이미경> 꽃밭에 앉아서 희망을 노래하자
이미경 전 광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협의회장
  • 입력 : 2023. 04.04(화) 14:12
이미경 전 협의회장
“봄봄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대의 향기 그대로~~.” 또 그렇게 새봄이 우리 곁에 왔다. 이 맘 때면 매일 흥얼거리는 노래다. 온 세상이 꽃밭이다. 굳이 어딘가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꽃들의 향연에 마음은 두둥실 두둥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을까? 무심히 지나치던 길가의 작은 꽃들도 눈길을 사로잡고 지난겨울 동안 살아있는지 의심이 들 만큼 앙상한 가지에도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동네 여기저기를 운동 삼아 돌아다니면서 어떤 아파트에는 동백나무가 모둠을 이루고 어떤 곳엔 목련이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음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함께 걷던 선생님에게 우리가 동네 꽃 지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의견을 내보았다. 마을을 돌면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풍경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체험하면서 우리가 함께 하는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큰 돈 들여 여행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들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언제부터 그 곳에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없이 우리의 희노애락을 함께 해온 나무들과 바위, 흙들을 보고 느끼면서 엄마 품처럼 따뜻한 체온을 느껴본다.

거리를 수놓은 다양한 꽃들을 보면서 약속 시간도 잊은 채 향기에 취하고 자태에 취해 유유자적 하노라니 엄마가 병환 중인 것도, 내일 당장 진행할 강의 준비도 잠시 잊고 한참을 행복하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힘들고 지칠 때 자연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 하면서 정작 내 자신은 늘 뭔가에 쫓기듯 살아왔음을 부인 할 수 없다.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작은 풀꽃 하나가 미소 짓게 하고 살랑이는 나비의 날개 짓이 생명의 존귀함을 알게 한다. 대학시절 미팅을 통해 만났던 00오빠는 내게 들꽃 같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화려한 장미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백합도 아닌 들에 핀, 아주 자세히 보아야 존재를 알 수 있는 그런 꽃에 비유를 하는 그 오빠가 조금은 서운 했었다. 세월이 흘러 생각하니 진심으로 나를 어여쁘게, 귀하게 생각한 표현이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화려하고 한눈에 예쁜 그런 꽃보다 오래 오래 두고 볼수록 아름답고 귀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스스로 생각해본다. 아마 분명히 그런 의미였으리라. 진한 초록 보다는 연두가 예쁘고 활짝 핀 꽃들보다는 움트고 있는 봉우리가 더 마음이 쓰인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희망이 샘솟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본다. 햇빛을 많이 본 나무가 건강하듯이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란다. 이끼가 잔뜩 낀 고목에서도 새 생명이 고개를 내밀 듯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이겨낼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겠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스스로 잘 커 나갈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얼마 전에 접한 황당한 이야기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체험활동을 가면 일부 부모들이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면서 숙소도 같은 곳에서 잡고 시시각각 감시 아닌 감시를 하면서 따라 다닌다고 하였다. 과연 헬리콥터형 부모가 아이들을 잘 성장 시킬 수 있을까? 오히려 아이들은 잘 놀고 함께 잘 지내는데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행태가 의존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들에 핀 들꽃처럼은 아니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어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이 봄 새롭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 우리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 성장해서 이 세상을 밝게 해줄 우리 꿈나무들을 위해 빛과 소금이 되는 어른이 되고 싶다. 꽃밭에서 재잘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길 기도한다. 해마다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노라니 울 엄마의 머리위에 피어난 하얀 벚꽃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 앞에 한낱 점에 불과한 우리 인생이 잘 익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