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아동 소원 들어주는 '한여름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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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자치구
취약계층 아동 소원 들어주는 '한여름 산타'
광주 남구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새 가방 사기’·‘고기 마음껏 먹기’
사연 접수…61명에 소원 선물 전달
“가족에 꿈과 희망 주기 위해 추진”
  • 입력 : 2023. 08.10(목) 17:52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지난 8일 광주 남구 직원이 산타 분장을 하고 지역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사연을 받아 선물을 전달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남구 제공
역대급 폭염과 태풍으로 여느 때보다 힘든 여름나기를 하고 있는 지역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때 이른 ‘산타’가 찾아왔다.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사연을 신청받아 선물을 주는 광주 남구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사업을 통해서다. 서툰 글씨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새 가방 사기’, ‘가족여행 가기’ 등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소원들이 적혀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10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전날 취약계층 아동들의 사연을 접수해 선물을 전달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출범식이 열렸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시행돼 온 사업이지만, 올해는 남구옥외광고협회 후원으로 대상자 수가 기존 25명에서 61명으로 대폭 늘면서 처음으로 출범식을 갖게 됐다.

지난 6월부터 동 행정복지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등을 통해 관내 취약계층 아동(중위소득 100% 이내 초등학생)들의 사연을 접수받은 남구는 이 중 61개의 사연을 최종 선정했다.

사연에는 각기 다른 절절한 소원들이 담겼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A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산 가방을 5년째 메고 있다. 엄마에게 부담될까 새 가방을 사달라는 말을 꺼내지 않던 A군은 편지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A군은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해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해 엄마가 제대로 된 일을 하실 수가 없다. 그래서 엄마에게 가방을 사달라고 말을 하기 죄송스러워 매번 괜찮다고 했었다”며 “하지만 사실은 중학교 들어가서 멜 가방이 꼭 갖고 싶다”고 전했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B군의 소원은 ‘자전거 타기’였다. B군은 “마음껏 달리는 게 소원이지만 심장이 좋지 않아 뛰지 못한다. 대신 자전거를 타며 아픔을 날려버리고 싶다”며 자전거 선물을 소망했다.

한부모 가정 자녀 C군은 “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데 가족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며 “엄마가 바빠서 여행은 못 가더라도 캠핑 의자나 해먹같은 게 집에 있으면 집에서라도 캠핑하고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밖에도 ‘놀이공원 가기’, ‘고기 마음껏 먹기’, ‘나만의 책상 갖기’ 등 다양한 아이들의 사연이 접수됐다.

출범식 이후 빨간색 옷과 모자로 산타 분장을 한 남구 직원들은 A군 등 아이들의 집에 직접 방문해 선물을 전달했다.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서 깜짝 놀랐다’, ‘개학하면 학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겨서 좋다’, ‘내년에도 오시면 그땐 제가 산타 할아버지 선물 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남구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아동의 소원을 산타 할아버지가 방문해 들어줌으로써 이들 가족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며 “8월 한 달간 사연을 접수한 관내 아동들을 직접 찾아가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