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책임 해경지휘부 ‘무죄’… 유족들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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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세월호 구조 책임 해경지휘부 ‘무죄’… 유족들 ‘참담’
1·2심 이어 대법까지 최종 무죄
法 “퇴선 등 조치 어려움 인정”
유족들 “재난 책임자에 면죄부”
사참위 보고서도 '해경 무책임"
  • 입력 : 2023. 11.02(목) 17:52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세월호 구조실패 혐의로 재판을 받은 해양경찰 지휘부들의 무죄 선고가 내려진 2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시민단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제공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해양경찰 지휘부들이 1·2심에 이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해경지휘부에 면죄부를 준 판결을 확정했다”며 참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원심 따라 대법서도 무죄

2일 대법원 2부(대법관 이동원)는 세월호 참사 관련 해양경찰 및 구조본부 간부급 직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을 무죄 판결하며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20년 2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지휘부 11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참사 현장에서 구조세력 등에 대한 지휘 조치 등을 소홀히 해 승객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상황의 급박성을 고려해 퇴선 등의 조치를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시 보고내용에 따라 구조 중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또한 “업무상과실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마찬가지었으나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목포해양경찰 3009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를 인정하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김 전 서장과 이 전 함장은 참사 당시 지휘권한을 남용해 초동 조치에 대해 허위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난 책임자에 면죄부 준 격”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참사의 책임을 묻고, 그 과정에서 진상을 밝혀야 할 법원 본연의 책임을 망각한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당일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한 김경일 123정장 외에는 해경 중 누구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었다. 해경지휘부는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다가 검찰 특수단이 출범하면서 뒤늦게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왜 구하지 않았는지, 그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휘하고 관리할 지위에 있는 책임자들에게는 현장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재난 상황에서 그 누구도 최선을 다하지 말아야한다고 선언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사참위에서도 밝혀냈는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최종적으로 규명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종합보고서에서는 해경지휘부들의 임무 방기가 드러나 있었지만 재판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참위 보고서에 따르면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참사 당일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현장으로 이동했다는 것 외에 세월호와 관련해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동요말고 안정시켜라’ 대기지시 명령을 전달하며 304명의 목숨을 구하지 않았고, 김경일 123정장에게 ‘퇴선명령 했다’고 거짓 기자회견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병우 전 사참위 진상규명국장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치할 수 없었다’는 해경 간부들의 주장을 토대로 최대한 책임자들이 선내 상황을 인지했는지, 취한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수 차례 검증하고 확인했다. 그 결과 해경지휘부의 무책임한 조치로 인명사고 피해가 더욱 커졌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해경 간부들의 명확한 임무 방기가 드러났음에도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