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충장22 갤러리에서 만난 오수경 작가. |
“순례자는 성지를 방문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나의 작품은 그 필그림의 발자취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오수경 작가노트 중)”
이번 전시에서 오 작가는 ‘순례자(Philgrim)’를 주제로 현장 법사가 당나라 수도 장안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인도까지 순례길을 걸어간 것처럼 우리나라 혜초·원효 대사의 순례하는 마음을 담아낸 신작 7점을 함께 선보인다. 기존에 선보였던 사과나무, 딸기밭, 범부채 등의 그림까지 총 38점을 내걸었다. 특히 신작 7점은 오방색 소재로 부처, 석류, 연꽃 등을 그려 넣은 ‘순례자’ 시리즈다. 특유의 동양적 분위기가 눈길을 사로 잡지만, 보면 볼수록 특정 지역을 알 수 없는 ‘탈지역적’ 화풍이 사유의 폭을 넓힌다.
오수경 작가는 서양화로 화단에 입문했으면서도 유럽 중심적 색채를 탈피하고자 노력해온 예술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고대 동아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서아시아 지역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작품으로 관람객을 찾을 예정이다. 전시 기간 동안 ‘실크로드’라는 순례길에서 발견하는 작은 이야기들이 쌓여 순례자의 가치관이 변해가는 심리적 과정을 작품 속에 녹여낸 놀라운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오수경 작가는 “사과나무 작업은 올해 끝으로 하고 작가로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한다. 할아버지인 오지호 화백과 아버지인 오승윤 화백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아카데믹하고 서양화풍의 분위기를 넘어선 작업을 해야 한다는 나름의 숙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순례자’가 바로 앞으로 내가 몰두해야 하는 나만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새롭게 발견한 화풍에 대해 나보다 낫다고 칭찬해 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 오지호 화백의 손녀이며 오방색의 대가인 오승윤 화백의 장녀인 오수경 작가는 유전자에 각인된 한국 근대 미술의 역사이자 호남 미술사의 근간이 되는 가계를 오롯이 작품 세계에 독창적인 화법으로 계승하고 창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작가는 자신의 유전자에 각인된 한국 근대미술의 역사이자 호남미술사의 근간을 이루는 가계를 오롯이 그녀의 작품세계에 그녀만의 독창적인 화법으로 계승·창작하고 있다.
오수경 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 홍콩·북경대사관 관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이화여대, 전남대, 광주교대 등에 출강했고, 현재 한국미협 회원, 채림회원, (사)한국여류작가협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