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후보는 “문제 제기를 위한 예시였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공영방송 생중계에서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한 저급한 언어를 반복한 행위 자체가 폭력이다. 그 어떤 맥락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방식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강화하고, 성적 모욕을 정당화하려는 언행은 정치를 혐오와 조롱의 무대로 전락시킨다. 이번 발언은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존중 여부, 지도자의 자격 문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후보가 특정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갈라치기’를 시도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며 청년 남성의 분노를 자극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 분열과 혐오를 부추겨 정치를 흥행거리로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면 이는 더욱 무책임하다. 혐오를 통해 정치를 소비하는 사회는 결국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정치 그 자체를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 뿐이다.
정치는 국민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위다. 대통령 후보는 시대적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며, 특히 공공의 언어를 다룸에 있어 신중함과 품위를 갖춰야 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가 사회 곳곳에 여전히 잔존한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지도자 후보가 오히려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한다면, 그런 후보는 결코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대선 후보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