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전두환 논란'… "5·18, 정쟁 이용 말라"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선거
이어지는 '전두환 논란'… "5·18, 정쟁 이용 말라"
이재명 “全, 경제 성과 인정” || 尹 망언과 겹쳐 민심 ‘싸늘’ ||지역 정치권 ‘제식구 감싸기’ ||“여야 막론 강경 입장 내야”
  • 입력 : 2021. 12.14(화) 17:28
  • 최황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22일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 입구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두환씨의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떼어내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김양배 기자
내년 대통령선거의 진영 결집을 위해 여야 대선 후보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을 옹호하며 국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5·18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대선 후보의 전씨를 활용한 표심 결집 움직임에 지역 여론은 싸늘해졌다. 학살자를 선거 도구로 이용하는 부적절한 유세에도 불구, 여야를 막론하고 '쓴소리'를 내야 할 지역 정치권이 침묵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매타버스(매일 타는 민생 버스)'를 타고 경북에 위치한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다"며 "그래서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월 부산을 방문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과 겹치며 논란이 야기됐다.

양 후보 모두 보수 지역에서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용도로 독재자 전씨를 옹호해, 지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 당시 규탄 성명을 냈던 5·18 단체는 이 후보의 발언에 실망한 모습이다.

윤 후보의 국립5·18민주묘지 사과를 저지했던 오월어머니회 한 관계자는 "이 후보의 발언은 집단 학살범이 공이 있다고 한 윤 후보의 발언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씨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을 논할 수가 없는, 애초에 출발부터 잘못된 사람이다"고 평가했다.

5·18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죄와 내란목적살인죄로 무기징역을 받은 전씨가 '표심 결집'을 위해 역사적으로 재평가되는 것이 5·18 유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진영 결집을 위해 학살자 전씨를 옹호하면 5·18에 대한 국민 통합 정서가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5·18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씨가 반성과 사죄 없이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공과를 논할 대상이 전혀 아니고 엄중한 사법적 단죄 대상이다"라며 "얄팍한 표 계산은 마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관계자는 "표를 위해 여기가선 이말하고 저기가선 다른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전씨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명확한 상황에서 국민 논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이 후보가 이에 대한 생각을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 당시 후보직 사퇴를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던 지역 정치권이 이번에는 침묵하면서 제식구 감싸기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윤 후보와) 똑같은 사안을 두고 유독 야당 후보에 비판을 가했던 이용섭 광주시장과 일부 오월단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다"며 "민주당 광주시당도 변변한 변명조차 못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쓴소리 대신 침묵을 선택한 지역 정치권을 향한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전씨를 재평가 하는 빌미를 제공했는데 특정 대선후보에 묶여서 불의에 저항하지도 않는 정치권을 보며 호남이 정치일번지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윤석열에 분노한 그 절반이라도 분노해야 한다. 정파주의에 치우져 호남 정신을 외면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