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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하는 할아버지의 발목이 휙 꺾였다. 다행히 할아버지께서는 바로 자세를 추스르시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례를 주재하셨다. 3월 대학 입학을 앞둔 해의 신년 차례 때였다. 오랜 기간 공무원 생활을 하신 할아버지께서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하셔서 양력 1월1일에 설날 차례를 지내셨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제사를 지내고, 설과 추석 차례도 열심히 지내는 1980년대까지로는 별 특별할 것도 없는 가정이었다. 제사 시간을 11시 자시(子時)까지는 아니더라도 10시는 넘겨 지내는 게 어린 시절부터 좀 불편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발목이...
2023.05.03 13:582023년 봄은 꽃이 피기도 전에 산불로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쳐 자고 일어나면 전국의 산불 소식으로 그 심각성은 더했다. 산불은 농사 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우리 지역을 시작으로 4월경이 되면 중부지역, 강원도 지역으로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대형산불은 동해안을 끼고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년도 산불 추이를 보면 과거 수십 연간 산불통계가 무색하듯 전국이 크고 작은 산불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 도를 포함한 서울, 충남, 충북 등 서해안 산불 대응 1단계 ...
2023.05.03 12:095·18 광주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2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일부 극우 인사의 허위 주장을 언급한 전 목사의 발언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왜곡된 시각으로 지역민을 우롱한 전 목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 전 목사는 지난 달 27일 광주 북구 광주역 광장에서 열린 ‘자유마을을 위한 전국순회 국민대회’에서 5·18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발포 명령이 없었다거나, 5·18이 북한 간첩과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합작품이라고도 주장했다. 광주시민이 계엄군이 운용하는 헬리콥터를 향해 총탄을 퍼부었다며 헬기에서 총을 쐈다는 사실도 부정했다. 김정은이 전라도 국민들을 사상의 포로로 붙잡았다거나 광주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5·1...
2023.05.02 17:22지역에 있는 대학의 미래가 암울하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해당 문제는 지역만의 것은 아니어서 서울지역 대학들도 예전만큼 엄청난 성적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수시 등의 문을 활짝 열어놔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웬만해선 ‘입학이 가능’하다. 지역에서 전남대학교를 들어갈 성적이면 서울 중위권이나 중상위권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다. 반면 서울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은 고달프다. 매달 보내는 돈이 50만 원이라면 서울살이는 불가능 하다. 월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울로 아이를 보낸 집들은 평균 70만 원 정도를 보낸다고 한다. 급여생활자에게 이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아이도 힘들다.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을 아르바이트로 소진해야 한다. 커피 한잔, 밥 한끼 마다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조차...
2023.05.02 17:22“휘발유는 이제 망했어!” 지난 2010년 6월 29일. 파산 위기를 겪던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나스닥에 기업공개를 마친 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샴페인을 터트렸다. 테슬라가 곧 망할 것이라며 괴롭혀 온 반 전기차 세력을 향한 외침이었다. 2003년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한 테슬라사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창립 초기 월스트리트는 테슬라를 두고 ‘환경에 관심 있는 억만장자의 장난감’ 정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설립 10년 만에 100년 역사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1조달러가 넘는 최초의 자동차 회사로 우뚝 ...
2023.05.02 17:22“아이를 낳기만 하면 끝이 아닙니다. 낳고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새벽 2시에 병원에 도착해 접수 시작시간인 오전 7시까지 접수를 위해 밤새 기다린 어느 한 엄마의 말이다. 이 엄마는 수족구에 걸린 두 살배기 아들을 입원시키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병원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옛날부터 소아과는 북적거리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문을 열기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현상이 최근들어 더 심해졌다. 소아과 접수번호표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이 가뜩이나 심한데 소아과 찾기가 그렇게...
2023.05.02 16:35최근 주어가 없는 말의 진위를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발언에서 ‘백 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는 발언 때문이다. 여당 수석대변인은 주어가 생략된 이 말의 주체는 ‘일본’이라고 하면서 오역임을 강조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일본의 대변인이냐고 반박하는 야당을 반일감정을 자극한다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거사를 두고 이렇게 발언하는 대통령도 문제이지만, 진위여부를 따져보지도 않고 상대를 부정하는 것도 심각하다...
2023.05.02 14:59지난 주 대전에서 ‘2023년 전국교육정책연구소네트워크 공동 배움자리’가 있었다. 매년 상·하반기 두 번씩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정책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자와 업무 담당자들이 모여 각자 수행하는 연구 소개와 공통적인 고민, 연구 성과 등을 공유하는 자리이다. 광주광역시교육연구정보원에서도 원장님을 비롯하여 교육정책연구부와 AI(인공지능) 정보부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하였고, 생성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에 대한 특강, 시도별 연구 결과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배움자리 이튿날은 대전의 모 백화점에...
2023.05.02 12:17줄타기 고수가 아닌 이상, 높은 담장 위를 걷는 일은 누구에게나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가 간의 외교를 흔히 ‘담장 위를 걷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외교 무대에선 자칫 한 발짝만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북한과 군사적 적대관계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정세까지 맞물려 위기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의 외교는...
2023.05.01 18:02흑산도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들은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으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자동 재생할 것 같다. 또 역사 덕후들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정약전의 ‘자산어보’, 그리고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기 ‘표해시말’을 금세 소환할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흑산도하면 ‘코가 뻥 뚫리는 알싸한 맛’이 일품인 남도 대표음식 홍어가 먼저다. 홍어는 우리나라 서남해 이곳 저곳서...
2023.05.01 16:53영산강은 우리나라 4대강으로 호남의 삶의 터전으로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자연유산이다. 백제시대 왕인박사가 영산강의 지류인 영암 구림의 상대포에서 배를 타고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해주었는가 하면, 고대사회에서 중세사회로 전환기인 신라말 고려 초에 왕건이 영산강을 본거지로 고려를 세우는데 기초를 다졌고, 완사천에서 장화왕후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영산강 강변에 선비들이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학문을 토론하고 시회를 열며 풍류를 즐겼다. 영산강변에만 정자가 923개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누정은...
2023.05.01 14:49최근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꿀벌군집붕괴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지속 발생 중에 있다. 한국양봉협회의 월동봉군 소멸 피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양봉농가 80%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전남도의 피해 상황도 심각하다. 전남의 2169개 농가 중 94%인 2037개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벌통수로 보면 26만8000통 중 60%인 16만통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피해가 나타났다. 1통당 3만~4만 마리의 꿀벌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했을 때 전남에만 최대 50억 마리의 꿀벌이 죽거나 사라지고, 전국...
2023.05.01 14:37지나간 시절 정치적 야심이 가득 찬 권력자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영토확장에 진력했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제국주 시기는 그들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을 체험한 인류는 1945년 유엔을 설립하고 침략 전쟁을 불법화하기에 이른다. 이 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은 규탄받아 마땅하고 정의와 평화가 속히 정립돼야 한다. 전쟁이 일상화되던 시절, 해양이 아닌 대륙 정복을 통하여 세계제국을 건설한 대표적인 두 인물은 동양의 징기스칸과 서양의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가 징기스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활동했으니 알렉산더를 ...
2023.05.01 14:37광주 관내 가로수들이 ‘마구잡이 가지치기’로 인해 봄인데도 앙상한 가지만 보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대 정문에서 인근 전대 사거리 까지 이어진 플라타너스 길이다. 이곳 길가에 자리 잡은 플라타너스들은 몸통 곳곳에 비정상적인 혹이 나 있거나 병·해충으로 인한 구멍이 선명했고, 그곳에는 해충이 나무를 갉아먹고 나온 부산물로 가득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과도한 가지치기 후 도포제 등과 같은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곳은 한국전력에서 가지치기를 담당했다. 전선 엉킴이나 잎이 하수구를 막는다는 민원이 많은 지역이라 기존보다 더 친 것이다. 그러나 가지를 치고 난 뒤 사후 관리는 없었다. 동구 남광주시장 인근의 천변길도 몸통만 남은 가로수(버드나무)들로 즐비했다. 꽃가루·포자가 날린다거나 새가 둥지를 튼다는 이유로 가지를 모조리 자른 것이다. ...
2023.04.30 17:52올해 광주·전남에서만 산업재해로 12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노동자가 작업 도중 숨지거나 다치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관리 부실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를 막자는 법안의 취지와 달리 산업현장에는 시행 초기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현장 또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월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의한 사망사고는 광주 1건과 전남 11건 등 모두 12건이다. 대다수가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고 주된 사망 원인은 추락사였지만 제조업과 어업, 도정업, 철거현장 등에서 깔림과 줄 감김, 차량 충돌, 끼임에 의한 사고도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 수 1만 명 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의 비율인 사망만인율은 지난해 광주 0.38%·전남 0.69%로 나타났다....
2023.04.30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