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세계 한국어 한마당' 개회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이날치밴드. 뉴시스 경기소리는 이희문에게 보존해야 할, 혹은 발전시켜야 할 그 무엇으로서 가창자에게 의무와 당위를 부과하는 억압 기제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 성악의 음악적 텍스트는 '만들어진 전통'이 빚어낸 페르소나(persona)를 벗고, 원형으로서의 경기소리와 그 텍스트가 꽃핀 문화와 물적 토대, 환경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이행대상(transitional object)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지난 6월 24일 한국민요학회 제75차 정기학술대회, 이소영 교수(명지병원예술치유센터)가 발표한 '민요의 공연예술화에 대한 비평적 고찰-이희문의 경기소리를 중심으로'의 한 대목이다. 이소영은 이 발표에서 이희문의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실험들이 역설적으로 경기소리라는 민요의 ...
편집에디터2022.06.30 16:12갯내음 풀풀대는 갯길을 따라 걸어본 적이 있는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자유를 느끼고 싶을 때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겠지만 잔잔한 바다와 잿빛 갯벌이라는 두 얼굴을 번갈아 볼 수 있는 갯길 여행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갯바람 맞으며 뚜벅뚜벅 걷다보면 혼자라도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대는 벌써 바람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바다가 속살을 드러내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전남 도립공원인 신안 증도와 무안의 갯벌은 짱뚱어, 농게, 칠게, 뻘낙지... 등등의 생태의 보고로 경제적 가치를 말하기 이전에 주민들의...
편집에디터2022.06.30 14:38전남운동협의회 핵심 인물(매일신보, 1934년 9월 10일자) 전남운동협의회 사건 관련 500여 명 검거를 보도한 동아일보(1934년 6월 13일자) 전남운동협의회 서기 김홍배의 집터(해남군 북평면 이진마을) 전남운동협의회 결성지, 성도암(해남군 북평면) 동아일보, 연일 대서특필 1933년 5월 14일 해남군 북평면 성도암에서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전남운동협의회(全南運動協議會)'라는 농민조직이 결성된다. 하지만 전남운동협의회는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해체된다. 1934년, 강진군 병영주재소 방화사건으로 강진의 윤가현이 체포되면서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1934년 2월, 전남경찰부 고등과 특별고등계 주임 노주봉의 지휘로 각 군의 경찰서가 모두 동원되어 해남·완도·장흥·강진·영암 등으로 수사가 확대된다. 그 결과 해남을 비롯한 9개 군에서 6개...
최도철 기자2022.06.29 15:18우리는 매일 도시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때로 이주를 하거나 지역과 도시를 이동할 때 경관과 풍경 그리고 음식으로 그 곳을 기억하기도 하고, 도시의 형상을 상징하고 기억하는데 대표적인 건축물을 손꼽기도 한다. 도시의 이미지와 인상을 좌우하게 되는 건축물과 건축 예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를 칼럼에서 소개한다. 안토니 가우디는 기존의 고전주의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나무, 하늘, 바람, 땅, 동물 등 자연의 사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형태, 기능, 구조들을 참고해서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건축물을 살펴보면, 인위적인 직선보다 조화를 이룬 곡선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고 아르누보의 유행을 초월하여 근대에 살았던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을 건축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우디는 건축물에 자연을 ...
편집에디터2022.06.26 16:56하이라인의 산책로. 차노휘 첼시는 새것과 오래된 것이, 분방함과 엄격함이 그리고 욕정과 슬픔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인 것 같다. 거리를 걷다보면 동성애자들의 상징인 무지갯빛 깃발이 꽂힌 아파트나 상점이 자주 눈에 들어오고 한때 성시를 이루었을 나이트클럽은 코로나 여파로 굳게 문 닫혔지만 화랑들은 여전히 아티스트들의 자유분방한 기운을 가득 채우고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만든 첼시 마켓은 뉴욕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맛집들이 모여 있다. 1890년대 뉴욕 비스킷 컴퍼니가 공장으로 사용했던 곳을 새로 인테리어를 해 1997년 문을 연 음식 백화점이다. 뿐만 아니라 뉴욕 예술가들의 역사를 간직한 첼시 호텔도, 히말라야 불교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루빈 미술관도 한 해 동안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작품 판매고를 올리는 가고시안 갤러리도 가볍게 방문할 수가 있다. 그런...
편집에디터2022.06.23 16:21갯벌에서 뻘배를 타는 장도의 어머니들. 뻘과 갯물을 적절히 이용해 움직인다. 이돈삼 보성 벌교는 '꼬막의 지존' 참꼬막의 주산지다. 참꼬막은 알이 굵다. 비릿한 냄새가 약간 난다. 육질을 손으로 만지면 오므라들 정도로 싱싱하다. 조정래의 소설 에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하다'고 언급돼 있다. 벌교꼬막의 4분의 3을 생산하고 있는 섬이 장도다. 장도는 '꼬막섬'이다. 장도를 꼬막섬으로 만든 건, 여자만(汝自灣)의 갯벌이다. 여자만 갯벌은 차진 진흙갯벌이다. 갯벌이 화장품 크림보다 곱고, 아이스크림만큼 부드럽다. 람사르습지, 습지보호구역,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된 갯벌의 '끝판왕'이다. 장도에는 독특한 풍경이 있다. 썰물 때가 돼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뻘배를 탄 마을 어머니들이 갯벌을 점령한다. 기계의 힘을...
편집에디터2022.06.23 15:50발리 오고오고 행진. 정지태 제공 6월 초 한국 최초로 도깨비학회를 결성하고 소소한 국제학술포럼을 열었다. 도깨비가 한국 고유의 호명법이라 세계 최초의 학회라 해도 무리는 없겠다. 영광스럽게도 이 몸이 초대회장으로 추대되어 당분간 학회를 이끌 처지가 되었다. 학회원들에게 보낸 성료 감사의 인사말 중 해외발표문에 대한 논평 일부를 옮겨두고 그 의미를 새겨둘까 한다. 참고로 조자용의 왕도깨비 유산에 대한 김영균(도깨비학회 고문)박사의 기조발표 및 세계의 가면에 대한 김정환(도깨비학회 고문)소장의 기조발표 등 흥미진진한 국내의 발표가 있었다. 지면 활용상 이 발표들은 따로 기회를 만들어 소개해드리기로 하겠다. 뜻하지 않게 일본 및 해외 연구자들도 다수 가입신청을 해주어 고무적이었다. 미약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창대한 미래를 예비하는 듯하다. 윤열수 명예회장, 나승만 명예회장, 박전열 ...
편집에디터2022.06.23 15:47그날따라 짙은 해무가 끼었다. 여수 백도의 물목, 바로 앞에 있는 매바위가 보일 듯 말 듯 지척이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안개였다. 지상의 눈 달린 생물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닌 듯했다. 천길 물속도 안개가 스몄던 모양이다. 길 잃은 물고기들이 방황하다 벼릿줄을 보지 못하고 그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물의 멸치는 만선하고도 넘칠 만큼 풍족하였다. 아들은 신이 났다. 그물을 걷어 올리는 손에 힘이 넘쳤다. 그런데 이물칸에서 백도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불안한 듯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물을 거두어라! 돌아가야...
편집에디터2022.06.16 17:33여름이 시작되었다. 젊음의 계절이라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질한 장마와 뜨거운 날씨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까 은근히 걱정된다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바다도 생각나고 물소리 들려오는 계곡도 벌써 부르는 것 같다 셰계를 뒤흔든 일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지만 이 계절이 되니 정말 가고파 지는 곳이 있다 또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미래'로 알려진 히말라야의 서쪽 라다크 지역이다 눈앞의 설산을 보면서 이색적인 문화에 빠져드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서는 이미 떠나버린 것들이 그곳에 가면 살아 숨 쉬고...
편집에디터2022.06.16 15:02이진마을 표지석 항일운동의 성지, 이진마을 해남군 북평면에 위치한 이진마을은 완도군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마을 서쪽에는 달마산(470미터)이, 북쪽으로는 대흥사를 품은 두륜산이 보인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제주도와 내륙을 연결하는 포구로 이용되었다. 조선 후기 김정호가 만든 『대동지지』에는 "이진진(梨津鎭)은 한양에서 950리(약 37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성에는 해월루(海月樓)가 있다. 제주로 들어갈 사람은 모두 여기서 배를 타고 떠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배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말과 함께 싣고 온 현무암이 지금도 이진마을에서 발견되고 있는 이유다. 제주도와 뭍을 연결하던 교통의 요지였던 이진마을은 한때 300호가 넘었다고 한다. 시골 마을 300호면 대단한 규모의 동네다. "북평면 면장할래? 이진마을 이장할래?"하면 이진마을 이장한다는...
편집에디터2022.06.15 16:01맨해튼 한인상가거리. 차노휘 음식이라는 정체성 장기간 해외에 머물다보면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2018년 12월 말, 스쿠버다이빙 다이브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이집트 다합에서 두 달 정도 머물렀을 때였다. 출국할 때 혹시 몰라서 김치를 조금 싸가긴 했지만 며칠 만에 없어졌다. 그곳에서 비빔밥과 육개장을 요리하는, 이집트 청년이 운영하는 아시안 식당이 있었다. 가격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는데 가끔 먹으면 한국음식의 그리움을 달랠 수가 있었다. 어느 날, 오전 다이빙을 끝내고 비빔밥을 먹으러 갔을 때였다. 음식 속에 한 뭉텅이 고양이털이 있는 게 아닌가. 사장이 새 비빔밥을 다시 내주었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무슬림들은 고양이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식당 어디나 길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지만 쫓아내지 않는다. 다만 손님이 싫어하면 종업원이 물분무기를 주고는 고양이를 향해...
편집에디터2022.06.09 16:48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무시로 인동 삼긴 물이 내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冊曆)도 없이/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정지용의 시, 인동차(忍冬茶)이다. 다 타지 않은 덩그럭 불, 물에 삶아 우려낸 인동차를 마시는 풍경이 그윽하다 못해 간절하다. 김 서린 흙냄새를 맡으며 바깥을 내다보니 눈바람 가득하다. 달력도 없는 어느 골짝 산중일 것이기에, 시간의 들고남이 무슨 상관이랴. 한겨울...
편집에디터2022.06.09 14:42강진갑부 김충식의 옛 별장. 강진미술관 안에 자리하고 있다. 이돈삼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로 통한다. 빼어난 풍광에다 품격 높은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살아 숨쉬고 있어서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강진은 높고 낮은 산과 바다를 끼고 있다. 강진만 주변의 구릉이 넓고, 마량포구에는 낭만이 넘실댄다. 1000년의 신비를 간직한 강진청자, 소박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절집 무위사도 자랑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알려진 시인 김영랑도 강진에서 났다. 시대를 초월한 큰 스승 다산 정약용(1762∼1836)도 강진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큰 족적을 남겼다. 다산의 강진 유배는 신유박해에 이은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시작됐다. 강진 유배생활은 1801년부터 1818년(순조 18년)까지 18년 동안 계속됐다. 유배기간 이학래 등 18명의 제자를 양성했다. ...
편집에디터2022.06.09 16:47"말이 맞지 못하야 이 날밤 삼경시에 바람이 차차 일어난다. 뜻밖에 광풍이 우루루루 풍성(風聲)이 요란커늘 주유 급히 장대상에 퉁퉁 내려 깃발을 바래보니 청룡주작(靑龍朱雀) 양기각(兩旗脚)이 백호현무(白虎玄武)를 응하야 서북으로 펄펄 삽시간에 동남대풍(東南大風)이 일어 기각이 와지끈 움죽 기폭판(旗幅版)도 떼그르르 천동(天動)같이 일어나니 주유가 이 모양을 보더니 간담이 떨어지는지라~" 판소리 적벽가 중 동남풍 부는 대목이다. 적벽대전 눈 대목의 하나, 긴박한 장면이기에 자진모리로 노래한다. 이 바람 아니었으면 주유가 조조의 백만 ...
편집에디터2022.06.02 15:23사라진 왕국 백제의 숨결을 찾아 떠돌고 있었다 1,400 여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아득하다 하지만 그 숨결은 아직도 느낄 수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이 있겠는가마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 분칠되기 일쑤여서 왜곡되고 숨겨진 진실은 오늘도 恨을 풀지 못한다. 신라가 끌어들인 외세는 이 땅을 짓밟았고, 의자왕은 망국의 한을 품고 대륙으로 끌려갔다 있지도 않았던 삼 천 궁녀는 또 무엇인가 죽어서나 간다는 낙양의 북망산 언저리에서 근세에 심상치 않는 무덤이 우연하게 발견되었다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백제 왕의 무덤이라 했으니 그게 의자...
편집에디터2022.06.02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