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3>제3화 -허무하고 불온전한 사회에 던지는 예술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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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3>제3화 -허무하고 불온전한 사회에 던지는 예술의 메시지
  • 입력 : 2020. 02.18(화) 15:05
  • 편집에디터

Ann Veronica Janssens, green, yellow and pink , 2017

세 번째 칼럼을 준비하면서 서너개의 주제를 가지고 고민했었다. 2020년이 시작되고 문화예술계에도 여러 가지 화두들이 등장했지만, 곧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크고 작은 행사와 전시회들이 시기적으로 적지 않은 위축이 있었고, 그러던 중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PARASITE (2019)'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작품상까지 4관왕은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쓰는 동시에 한국 문화예술계의 수준과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일변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선진적인 한국의 문화를 비롯한 한류 열풍에 이목을 집중 시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술 전시회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을 연결한 'Connect, BTS (커넥트, BTS)' 가 지난 1월 28일 서울 DDP플라자에서 개막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전시는 영국, 독일, 아르헨티나, 미국, 한국에서 국적, 장르, 세대가 다른 현대미술가들 22인이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로, 전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이 '다양성에 대한 긍정' 등 방탄소년단이 추구하는 철학을 지지하며, 이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작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는 전시회이다. 총괄 기획을 맡은 이대형 디렉터(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는 "이번 프로젝트를 세계 900여개 매체가 보도하고 미술관에 국경을 초월한 관객이 몰리는 등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도화된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의 초 연결사회에서 더욱 빈번하게 목격되는 단절과 분열,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기 위해 어떻게 음악과 미술, 디지털과 아날로그, 글로벌과 로컬,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고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다양성에 대한 긍정,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존재하는 작은 것들에 대한 소망 등 방탄소년단이 추구해 온 철학과 가치이자 현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더욱 확장하기 위한 역사적인 공동 전시기획(Collective curatorial practice)의 결과물이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필자가 개막 행사에 관람한 서울 전시는 '창작(Creation)'을 주제로 영국의 앤 베로니카 얀센스(Ann Veronica Janssens)와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 강이연 작가,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mley) 작품들이 함께 했다. 얀센스의 작품 'Green, Yellow and Pink(그린, 옐로, 핑크)'는 짙은 안개 속 색채와 빛이 만들어낸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공간 안에 제한된 인원이 입장하게 된다. 공간의 자욱한 색채에 물든 안개 속은 시야가 불안정하게 마비되고 자신의 한치 앞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통해 청각과 후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앞사람과의 간격 그리고 벽에 의지하며 의식의 흐름대로 한 바퀴를 돌아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오는 경험을 하는 작품이었다. 안개가 쌓인 공간을 걷는 행위는 가면 뒤에 숨어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현대인들의 두려움과 방황을 연상시키게 했다. 빛과 색채의 형태와 질감이 극대화 되어 경계선을 흐리게 하고 그 경계에 서서 예술의 창작이라는 의미를 증폭시킨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작업 과정이 BTS의 음악과 문화적 활동이 닮아있고 예술의 결과보다 과정과 경험에 집중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국 강이연 작가는 전시장 내에 가로·세로·높이 9m정육면체 공간에서 방탄소년단의 춤을 현대무용수 7명을 통해 천 뒤에서 퍼포먼스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션매핑작업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BTS) :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며 모든 힘겨운 순간을 뛰어 넘는다는 가치를 담아 선보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그 첫 번째 전시는 1월 14일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카타르시스(Catharsis)' 주제를 방탄소년단은 기획 단계 밑작업으로 참여했다. 덴마크 출신 미디어아티스트 제이콥 스틴슨(Jakob Kudsk Steensen)이 실제 야생의 숲 속 풍경을 3D로 스캔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실제 갤러리 외부 정원에 설치되어 숲의 성장과정을 디지털 시뮬레이션하며 관람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1월 15일부터 2월 2일까지는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에서 '치유를 위한 의식(Rituals of Care)' 주제의 전시였다. 베를린 장벽에 위치한 바우미술관은 서로 다른 배경의 작가들이 펼치는 표정, 손짓, 몸짓, 퍼포먼스 등이 결합된 공연을 통해 "문화 다양성의 존중"을 모티브로한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실존적 이해에 대한 메세지를 표현했다. 1월 28일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북부의 소금사막 살리나스 그란데스에서 펼치는 '미래'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도 광활한 설원과 염전 위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와 태양열, 바람만을 이용한 공중 부양 장치를 띄웠다. 예술실천과 과학을 토대로 인터렉티브 설치작업을 하는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가 미래사회를 응원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다음달 3월 4일부터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피어3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안토니 곰리(Antony Gomley)가 18km에 달하는 알루미늄 선으로 구성한 입체조형물을 선보여 관람객이 직접 작품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이 팬들과 소통하는 것처럼 관람객이 함께 걸으며 작품을 경험과 감상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세계 5개국에서 진행되는 전시 프로젝트는 세계가 바라본 현재 한국의 문화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지형을 BTS의 음악을 통해 '연결, 공감, 창작'의 메시지를 담아 현대 미술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얼마 전 뉴욕 타임즈에서는 이번 전시회가 "방탄소년단과 미술의 연관성은 상업주의를 넘어 예술의 문화적 영향에 대한 관심을 시사한다. 방탄소년단은 현대 예술 세계에 새로운 관람객 층을 끌어 들였고, 전 세계의 방탄소년단 팬(아미)들이 이전까지 관심이 없었거나 접근하지 못했던 문화 분야로 연결을 시켜준다." 며 예술적 확장을 시도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위와 같은 호평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그룹BTS와 소속 대형 기획사, 국내 대기업의 자본 투자 및 세계적 예술가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와 실망했던 바의 다양한 평론가와 비평가, 미술 전문기자, 관람객들의 의견들이 각각 다르게 도출되고, 거대 자본 아래 예술의 협업과 후원 사이 경계와 나아가 대중문화의 이미지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미술사적 의미나 예술적 새로운 지점을 찾을 수 없고, 국내 신진작가들에 대한 지원 및 해외 진출에 대한 아쉬운 부분 등의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다양한 의견 또한 필자(기획자 입장)는 예술적 측면에서의 긍정적 화두로 보여진다. 어느 의견의 옳고 그름이나 전시에 참여하는 세계적인 작가들 작품의 예술 및 작품성을 논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맞닥뜨린 국내외 문화예술계 어려운 상황이나 시대적 문제점들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적 면을 보여 주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끄는 지점을 다소 힘이 빠져있던 한국 현대미술의 마켓팅 방식이나 시각이미지로 보여 졌다는 시도에서 'Connect, BTS' 전시가 국내에서만 바라본 문화예술의 지형이 아닌 국외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문화예술의 또 다른 지형의 중요한 지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절실히 드러난 국내외의 열악한 환경 속 예술 혹은 미술문화가 대중과 소통의 부재로 연결되는 기존 문제와 지적들이 있었음에도 예술가와 기획자들은 어떤 새로운 대안과 시도를 해 봤었나? 하는 깊은 고민이 쌓였다. 고급 예술에 대한 지점을 선 그어놓고 그저 보고싶은 사람들만 보게 한다거나, 문화 향유 타깃층에 맞춘 SNS식 대중전시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시대적 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었다 할 수 있을까?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거머쥘 때 대기업의 후원이나 창의적인 예술가나 배우들, 거물급 디렉터, 시대적 분위기와 사회 경계적 상황 등...어느 것 하나만 우월하다고 해서는 이룰 수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이 시의적절하게 준비되어 뒷받침해주었기에 실현 가능한 일(전시회든 영화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필자가 생각해 본 예술의 대안 중 하나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시작해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선을 진정한 예술의 공감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경험하여 느끼게 하는 것. 지극히 개인적 메시지의 사유와 공감에서 부터라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허무하고 불온전한 사회 안에서 우월과 차별 그리고 편견에 맞선 BTS의 노래처럼...우리 모두에게 공존하고 있는 스스로의 스타, 멋진 예술가이지 않을까? 예술 너머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꿈과 사랑을 떠올리며 함께 외쳐보자 "Love Your Self !"

Ann Veronica Janssens, Rose, 7 light projectors, artificial haze, pink filters, 2007

Antony Gormley, drawing

CONNECT, BTS 2020, DDP프라자 전시장 전경

CONNECT,BTS 전광판, 2020

강이연, Beyond the Scene, Render images, projection mapping installation, 2020

기생충PARASITE 번외 버젼 포스터 2020

이대형 아트디렉터와 필자 개막식 사진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