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2> 가상공간의 NFT 예술시장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2> 가상공간의 NFT 예술시장
  • 입력 : 2021. 08.29(일) 15:05
  • 편집에디터

최근 미술관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증강현실 UVR랩 연구진과 지역 초등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여름방학 '양림어린이예술학교'를 운영했다. 이번 교육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초중등 교과과정에서 의무화된 '코딩(coding)' 프로그램을 미디어아트(미디어작가)와 결합하여 3D로 구현하고, 컴퓨터 프로세싱 언어를 조합해 나만의 비주얼 아트를 제작하는 과정으로 <코딩으로 배우는 메타버스와 3D 아트> 를 진행하였다. 수업과정 중 우리는 다 같이 제페토(ZEPETO)에 가입했고, 일상이 무너진 현실이 아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가능한 가상공간의 메타버스에서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 제페토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세계적으로 핫한 키워드인 '메타버스(가공 혹은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다차원 가상세계를 뜻함)의 개념을 도입한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2018년 출시된 플랫폼-제페토는 얼굴인식과 증강현실(AR), 3D 기술 등을 이용해 '3D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거나 다양한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4월 제주도 포도 뮤지엄(현실)과 메타버스 제페토(가상)에 오픈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는 넉달만에 12 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연예인들이 SNS에 관람 후기를 남기면서 관람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NFT화 됐다는 점도 컬렉터들과 관람객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5억원 가까이 되는 낙찰가도 놀랍지만 완판 된 작품들이 모두 NFT 형태로 토큰화 됐다는 점이 특별하다.

* 여기에서 NFT(Non-Fungible Token)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가상 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있어 서로 교환하거나 위조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예술시장에서는 일종의 디지털 정품 인증서 역할을 하고 있다.

강애란_숙고의 방_2021_©티앤씨재단

이처럼 NFT가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유명인의 SNS 게시글,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국도 NFT 로 제작되어 고가에 판매된다. NFT는 디지털 파일에 고유의 식별 번호를 부여하여 무형의 자산에 대한 일종의 품질 보증서로 활용되어, 2017년 처음 게임업계에서 이 기술을 적용하게 되었다. NFT예술시장은 블록체인에 투명성과 신뢰성을 특징으로 진품 여부를 가리고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판매 이력을 확인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최초 발행자를 파악할 수 있어 위조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다. 이러한 특성은 미술작품 경매 시스템에 점차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보편화 될 가능성이 높고,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 같은 세계 유명 미술품 경매회사들도 NFT 미술품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와 같은 흐름으로 국내 서울옥션 또한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 NFT 작품이 향후 예술과 기술 협업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발굴하고 문화예술분야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적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린 시점과 주인공은 올해 3월 NFT거래 플랫폼 한국 마리킴(Mari Kim) 작가의 'Missing and found' 작품이 5,000만원으로 시작해 288 이더리움(한화 6억원)에 최종 낙찰되었던 것. 마리킴은 국내외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로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도 작품이 판매 되는 등 미술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었지만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여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 웨이웨이(Ai weiwei)_Missing Ai Weiwei 퍼포먼스 사진_90년대

마리킴(Mari Kim)_Missing and found_영상, NFT 디지털예술_©피카프로젝트

이 작품은 중국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hommage)한 10초 영상으로, 당시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 정부를 맞서는 반체제 작품 활동으로 탄압과 감시를 받았다. 그는 국가에 납치되어 풀려난 후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작업에 드러냈다. 이에 마리킴은 'Missing and found' 문구에 영감을 받아 '실종된 예술과 자신을 찾는다.' 라는 의미로 재해석하여 NFT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술 전공을 하지 않고 미디어를 전공한 작가로 전통적인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불리했다면, 현물이 존재하지 않는 블록체인기술의 디지털화 된 작품이 거래가 되는 세상은 나 같은 작가에게 매우 유리하다."고 그녀의 생각을 밝혔다.

이렇듯 기술은 예술의 가치를 드높였고, 예술은 기술의 유용성을 상상이상으로 증명하며 상호간의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 입증한 결과물을 구현하였다. NFT 분야는 다가올 예술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게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중들에게 예술 유통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답변을 주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NFT 기술을 적용해 손쉽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소비자들은 가볍게 온라인 쇼핑을 하듯 예술품을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예술품 거래는 특정인들의 것이 아닌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NFT 는 투명한 예술시장 형성에도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데 지금까지 시장의 거래가 정확한 소유자와 판매 가격 등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면, NFT 거래는 기존의 구조를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유권 변경, 인수 가격 등 더 많은 정보를 언제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즉 정보가 작품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거래상황의 투명성이 확보됨으로써 정확한 가치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약 785억 원에 낙찰된 디지털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 약 65억 원에 낙찰된 NFT 작품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것은 예술성이 아닌 단순 화제성에만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_NFT 디지털예술_© 비플, 크리스티

우리가 미래의 예술을 예측했을 때, 기술이 예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했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NFT 기록은 영구 삭제되지 않지만, 거래 플랫폼이 사라지면 접속 링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들이 나왔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예술이 가지고 있는 경계를 허물며 다각적 범위를 확장하려는 긍정적인 역할을 증명해주고 나아가 NFT 분야 사례는 다가올 예술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과연 어떤 형태로 잠재된 가치를 다시 발산할 것인지, 상상해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