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1> 전남 갯벌, 세계 생태자원으로 인정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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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1> 전남 갯벌, 세계 생태자원으로 인정 '쾌거'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 1)프롤로그||신안갯벌·보성순천갯벌 등 ||서남해안 4곳 갯벌 연계 인증 ||생물다양성 우수 생명 창고 ||탄소 흡수 탁월 블루카본 보고 ||탄소중립 그린인프라 역할 증대 ||와덴해처럼 녹색생태관광 가능 ||전남형브랜드 개발 본격 나서야
  • 입력 : 2022. 06.08(수) 17:57
  • 이용규 기자

신안갯벌과 보성순천갯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 오는 7월 1년을 맞는다. 항공사진으로 촬영된 신안 갯벌의 아름다운 갯골 모습. 전남도 제공

갯벌은 수많은 생물을 품어주는 보금자리이다. 바위도 나무도 없이 밋밋한 갯벌 어디에 이름도 생소한 뭇생명체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고 있다.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진 갯벌이 생명의 화수분인 것이다.

보성·순천, 신안갯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이 지난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는 쾌거가 있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갯벌 면적은 보성·순천, 신안을 비롯해 충남 서천, 전북 고창 등 4개 권역 1284.11㎢. 서남해안에 속하는 이들 갯벌지역은 세계 5대 갯벌지역의 평가에 그치지 않고 세계 생태 환경자원으로서 유네스코에 의해 대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곳의 탁월한 생물다양성은 갯벌로 세계자연유산을 인증받은 와덴해, 방다르갱 국립공원, 순다르반스 국립공원 등의 그것과 비교해서도 우수하다. 한국 갯벌과 이들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수치로 견줘보면 확실하게 다가온다. 해양 생태계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요소인 대형저서동물은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결과(2015년~) 신안갯벌에 857종이 서식해 와덴해(400종), 방다르갱 국립공원(111종), 순다르반스(35종)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갯벌은 자연의 콩팥 기능으로 오염 물질 제거

해수면이 침수해 형성된 갯벌은 바다위에 넓은 들이다. 조간대로 불린다. 조개무지에서 발견된 다량의 굴·꼬막·백합 등의 껍데기와 어류의 뼈는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갯벌을 식량의 터전으로 이용했음을 증명한다. 갯벌은 어민들의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의 터전이기도 했다. 갯벌의 가치에서 근원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연의 콩팥기능이다. 콩팥이 사람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장기처럼 갯벌이 하천으로 유입된 오염물질을 걸러내 분해해준다. 갯벌 흙에는 1㎥안에 셀수 없을 만큼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 미생물이 하는 일이 바로 갯벌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일이다.

갯벌 5㎢는 하수종말처리장 평균 유기물 제거량 수준의 정화 능력을 갖고 있다. 갯지렁이·칠게·농게·짱둥어는 갯벌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 산소를 공급한다. 갯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완전히 정화되지 못한 채 썩어갈 수 밖에 없다. 갈대를 비롯한 염생식물도 오염물질을 정화해준다. 갯벌은 홍수를 막아주는 자연댐 역할도 한다. 갯벌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신나는 관광지 역할로서도 손색이 없다. 지역민들에게는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고 해양생물들을 관찰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자연학습장인 것이다.

갯벌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지난 2012년 해양수산부의 연안 습지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갯벌 1㎢당 연간 약 69억원으로 전체 갯벌은 약 17조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있어 갯벌은 탄소 중립과 맞물려 무한대의 보고이다. 맹그로브 숲, 염습지, 잘피림 등은 열대우림과 침엽수림과 같은 그린카본에 비해 면적은 작으나 50배나 빠른 속도로 바다로 흡수되는 탄소의 절반을 저장할 정도로 블루카본으로서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

갯벌은 연간 48만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데 이는 승용차 20만대에서 쏟아내는 탄소 배출량에 맞먹는다. 30년된 소나무 7340만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하다. 이렇게 탄소흡수원으로서 가치가 커지면서 국제적으로 갯벌 복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 전남도 제공

●5차 국토종합계획에도 녹색자원 도입

그러나 갯벌은 한때 쓸모없는 것으로 인식돼 매립과 간척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국토를 넓히고 농지를 얻으려는 목적 말고도 공항으로 신도시를 조성하고 담수호로 쓰레기 매립장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사라진 갯벌은 동진강·남양만·아산과 삽교천·영산강·서산 김포·대호·해남·시화·영암·고흥·화옹·새만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자 물이 썪고 생태계가 파괴돼갔다. 갯벌은 한번 메우면 다시는 되살리지 못해 그속에 사는 생물도 모두 사라지고, 어민 역시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신안과 보성순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지 1년을 맞는다. 지난 2003년 신안갯벌을 필두로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을 한 지 18년만의 결실은 한국의 갯벌에 대한 국제적인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국경을 초월해 인류가 보전해야할 자산으로 자리매김을 한 점에서 의미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 갯벌 면적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전남으로서는 대대손손 미래 지속가능한 세계 대표 생태자원이자 그린인프라로서 가치를 확실하게 국제기구에서 인정받은 점이다. 그린인프라는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처럼 탄소중립시대 성장 동력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녹색생태자원의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제5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그린인프라 개념을 적용해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는 전통적 어업 토대로서만 아니라 생태체험 녹색관광의 자원으로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3개국과 연접한 와덴해는 세계에서 가장넓고 훼손되지 않은 조간대 모래 및 갯벌로 이뤄져 그 주변 일대가 철새 탐조, 체험관광지로서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세계유산에 속하는 전남 갯벌은 염생식물이 발달하고 세계적 철새도래지로서 와덴해와 비교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생태녹색관광지로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갯벌은 자연이 전남에 준 천연의 선물이다. 이 선물은 잘 관리하고 잘꿰어야 보석으로서 빛을 발하게 된다.

●유네스코+갯벌 연계 상품 발굴 관건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무형의 브랜드와 희소성높은 갯벌의 가치를 활용한 전남형 브랜드 세계화를 통한 갯벌 산업화에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할 때이다. 이 과정에서 관주도가 아닌 주민을 통한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주민이 어떻게 세계유산을 이끌어낼 것인가와 지속적 상품화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직결된다. 세계자연유산의 영속성을 위해선 조건부 등재였던 철새 도래지 보호와 갯벌 복원과 보호구역 확대 등에도 주력해야 한다. 생태관광 탐방객들에게 가두리식 체험이 아닌 바다와 갯벌을 진정으로 알게 하면서 그 지역에 맞는 슬로피시 음식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전승수 전 전남대교수는 "갯벌은 우리 지역의 미래 자원이다. 이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기쁘다"면서 "유네스코 목표에 맞게 보전과 활용, 교육 등에도 적극 나서 지역 보석으로서 가치를 높여가야 할때"라고 말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한국 갯벌 세계자연유산 현황(표)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