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서 전국 빵문화 이끄는 리더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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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빵집서 전국 빵문화 이끄는 리더로 '우뚝'
지역 명물 빵·술 지역효자로 만들자 ⑫·끝 부산 'OPS(옵스)'||동네빵집서 전국구 빵집으로||재료 직접키워 가격 10년 동결||"새로운 식문화 옵스와 함께"
  • 입력 : 2022. 08.02(화) 15:29
  • 김은지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옵스 마린시티점.

1989년 남천동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이름만 대면 "아 그 빵집"이라며 전국적 유명세를 타게된 곳이 있다.

고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풍요의 여신에서 이름을 따온 '옵스(OPS)'다.

광주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30분가량 달려 옵스 본사에 도착했다. 딱딱해 보이는 검은색 건물에 들어서자 높은 천장과 어우러진 따뜻한 인테리어가 유럽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사무실에서는 커다란 눈망울을 뿔테안경으로 가린 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김상용(59) 옵스 대표를 만나볼 수 있었다.

1989년 부산시 남천동의 작은 빵집에서 현재 직영매장만 전국 20여개를 운영 중인 그는 35년의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진심'으로 여전히 빵을 만들고 있었다.

자연의 순수한 맛과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집하며 부산 3대빵집으로 자리매김한 옵스.

●부산 3대빵집에서 전국구 빵집으로

옵스는 수십 년간 자연의 순수한 맛과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집해왔다. 유화제나 인공색소 등 첨가제나 냉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재료만을 이용해 옵스에서 직접 만든 재료들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부산을 방문한 전국 관광객들이 옵스에 들르면 꼭 구매하는 빵이 있다. 바로 '학원전'과 '슈크림빵'이다.

'학원전'은 아이들이 학원 가기 전에 먹는 빵이라는 뜻으로, 계란과 경주산 토함꿀을 넣어 깊은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돋보이는 카스테라식 빵이다.

'슈크림빵'은 일반 빵집에서 파는 슈크림빵 2~3개를 합쳐놓은 듯한 거대한 사이즈로 고객을 압도한다. 옵스 슈크림빵은 고소하게 구워낸 슈 안에 최상급 바닐라빈을 사용한 부드러운 바닐라 커스터드 크림을 듬뿍 넣어 만든다.

여느 슈크림빵처럼 공갈빵을 예상하고 무심코 베었다가는 넘치듯이 흘러나오는 커스터드 크림에게 당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짭조름한 명란이 가득 들어간 '명란 바게트'도 옵스 필수 구매 빵 중 하나다. '빵순이'라면 무조건 맛본다는 기본빵인 크루아상과 단팥빵, 데니쉬 그리고 크로켓도 옵스의 스테디셀러다.

빵이 주메뉴이긴 하지만 옵스에 가면 꼭 사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초콜릿이다. 옵스 초콜릿의 제작 과정은 산지 직수입부터 시작된다.

적도 지방의 1등급 카카오 산지에서 직수입한 카카오빈을 직접 볶아 전통 제법으로 직접 만든다. 고가를 자랑하는 여러 카카오빈을 섞어 옵스만의 맛을 자랑하는 초콜릿은 한입만 맛봐도 여느 초콜릿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장이 없는 광주에서도 옵스 빵을 맛볼 수 있다. 옵스는 현재 온라인 쇼핑몰(www.ops.co.kr/)을 운영해 전국에 배송 중이다.

자연의 순수한 맛과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집하며 부산 3대빵집으로 자리매김한 옵스.

●10년째 가격 동결, 비법은 '4도3촌'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상용 대표는 전날까지도 경북 청송에 위치한 농장 '쟈흐당 옵스(Jardin Ops)'에서 밭을 일구고 왔다.

일주일 중 평일은 농촌에서 주말은 부산에서 보낸다는 그는 최근 도시와 농촌 생활 결합으로 주목받고 있는 '4도3촌(도시서 4일·농촌서 3일)'을 일찌감치 실천 중이었다.

김대표가 부산을 뒤로하고 시골로 향하게 된 이유는 '고객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옵스는 전통의 맛과 함께 10년째 가격을 지켜왔다. 지난 2012년 가격 동결을 선언한 뒤 지금까지 10년 동안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빵의 주재료가 되는 밀가루, 달걀 가격 폭등에도 옵스의 가격이 꿈쩍하지 않은 데에도 김대표의 신념이 담겨 있었다.

김대표는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하게 된 동기는 직접 공수한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로 만든 빵을 고객이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 가장 컸다"며 "재료 자급으로 원가가 절감되자 가격 동결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빵 가격은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문제가 된다. 옵스를 방문하는 고객들 만큼은 그런 고민을 줄이고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맛봤으면하는 마음이 크다"며 "생산물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내부적인 노력으로 가격을 줄일 수 있다면, 그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기업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천에서는 딸기를 청송에서는 사과를. 재료 공수를 통해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김대표는 어쩔 수 없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아몬드와 헤이즐넛도 직접 길러 '100% 옵스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35년째 옵스를 운영 중인 김상용 대표.

●"새로운 식문화, 옵스가 앞장"

성공한 사업가라면 필수라 하는 골프도 치지 않는다는 그의 인생 전반은 '빵'과 '음식'이었다. 김대표는 옵스를 오픈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김대표는 틈만 나면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기 위해 몰두하곤 한다.

1989년 남천동의 작은 빵집에서 현재 직영매장만 20여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수장이 된 김대표는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상 '고객이 있기에 옵스가 있다'고 마음에 되새긴다. 인생의 전반을 제빵에 바쳤지만 아직까지도 공부하고 있다"며 "죽을 때까지 지금의 직업을 가지고 죽는 것이 소박하다면 소박하지만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다"고 말했다.

옵스로 '新 빵 문화시대'를 연 김상용대표는 앞으로도 새로운 식문화를 견인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타격을 입지 않을 미래산업은 뭔가를 고민을 하다 '음식'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음식에 대해 경험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그 나라, 그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옵스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식문화를 견인해 사회적으로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김대표는 르꽁비브라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 중이다. 프랑스어로 '귀한 손님'이라는 뜻을 가진 이 레스토랑은 1800년대 프랑스에서 영감을 얻은 바로크풍으로 꾸며졌으며, 구석구석 어느 한 곳도 김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김대표는 "문화적 요리는 돈이 안된다. 돈을 벌겠다는 각오였으면 전국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냈을 것이다"며 "분명한 것은 매장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가치 높은 생산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보람을 바탕으로 옵스를 앞으로 백년기업 더 나아가 이백년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자연의 순수한 맛과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집하며 부산 3대빵집으로 자리매김한 옵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