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옮길 때마다 '테마 정원'… 색다른 즐거움 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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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갑의 정원 이야기
걸음 옮길 때마다 '테마 정원'… 색다른 즐거움 주는 곳
송태갑의 정원 이야기-천개의 표정을 가진 도시의 오아시스 '댈러스 식물원'
교통중심지 비즈니스ㆍ허브 도시
댈러스 화이트락호수 남동쪽 위치
스카이라인ㆍ호수 조망되는 곳
  • 입력 : 2018. 03.15(목) 21:00
화이트 락 호수(White Rock Lake)의 남동쪽에 위치한 댈러스 식물원은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호수가 조망되는 곳으로 흥미로운 테마의 정원들과 다양한 분수들의 전시장이다.

미국 텍사스(Texas)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혹시 챙 넓은 모자와 바람에 휘날리는 스카프로 단장한 멋진 총잡이가 말을 타고 사막을 달리는 장면인가요? 하지만 텍사스 주에서 사막이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10% 미만이다.

텍사스는 풍부한 석유자원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주 자체만으로도 세계 8위 규모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텍사스는 에너지 관련 석유화학공업 이외에 IT 및 항공우주 기술이 발달한 지역으로 전 세계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TI(Texas Instruments)도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텍사스는 1789년 초대부터 현재 제45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Dwight D. Eisenhower), 린든 B. 존슨 (Lyndon Baines Johnson), 조지 H.W. 부시 (George H. W. Bush) 와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 등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곳으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텍사스에서 제일 큰 도시는 휴스턴(Houston)이고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다. 그리고 댈러스는 휴스턴에 이어 2번째로 큰 도시이다. 주변에 파머스브렌치(Farmer's Branch), 갈렌드(Garlands), 그랜드프레리(Grande Prairie), 어빙(Irving) 등 여러 작은 도시들을 포함한 도시복합체의 중심도시다. 특히 텍사스 주 댈러스는 사통팔달 남서부 교통의 중심지로서 편리한 교통 덕분에 비즈니스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AT&T와 세븐일레븐 등 많은 다국적 회사들이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도시의 관문인 댈러스포트워스([Dallas Fort Worth)국제공항은 컨벤션, 관광 등 방문객들로 연중 북적거린다. 댈러스는 종종 '빅디(Big D)'로 불린다. 이런 저런 것들이 스케일도 크지만 댈러스가 품고 있는 다양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산업이나 비즈니스 뿐 아니라 컨트리 음악부터 바비큐로 대표되는 음식, 매년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예술에 대한 열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이 도시에는 없는 것이 없다. 이 밖에도 댈러스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보석이 이 도시 안에 숨겨져 있다. 바로 댈러스 식물원(Dallas Arboretum)을 꼽을 수 있다. 이 식물원은 댈러스에 머물고 싶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곳이다. 화이트 락 호수(White Rock Lake)의 남동쪽에 위치한 댈러스 식물원은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호수가 조망되는 곳으로 흥미로운 테마의 정원들과 다양한 분수들의 전시장이다. 이 식물원은 미국 지구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버렛 드골리에(Everette Lee DeGolyer)의 소유였는데 그는 유언을 통해 그가 가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의 집과 정원은 댈러스 시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주는 '댈러스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그는 오늘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로 알려진 기업의 전신인 GSI(Geophysical Service Inc.)의 설립자였다. 세계최초로 석유산업에 지구물리학을 적용함으로써 석유탐사와 시추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2016년 포브스가 '미국 최고의 직장(America’s best employer)'으로 선정한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기업이다. 이 식물원의 부지 대부분은 드골리에와 그의 아내 넬(Nell)를 위해 조성된 엔시널 목장(Rancho Encinal)으로 알려진 사유지(0.18㎢)였다. 드골리에는 국가역사유적지의 목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고, 그의 아내는 광활한 화훼정원에 대해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1976년 이후 드골리에 사유지는 대부분 식물정원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접한 알렉스와 로버타 코크 캠프(Alex and Roberta Coke Camp)부지를 사들이면서 267,092㎡ 정도가 더 넓어졌다. 마침내 1984년에 개원한 식물원정원은 19개의 개성 넘치는 테마정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부지 내에 1940년에 완성된 2,000㎡ 규모의 스페인양식 드골리에 저택이 있는데 뒷마당에 위치한 정원카페와 회랑에서는 화이트 락 호수(White Rock Lake)와 단층으로 조성된 분수, 그리고 여성정원(A Woman's Garden)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야외음악당, 피크닉장, 그리고 텍사스 파이오니아 어드벤처(Texas Pioneer Adventure)에 있는 주택건물 모형세트와 초원생활을 묘사한 다른 구조물들도 함께 배치되어 있다. 아울러 2009년 9월에 댈러스 개발업자인 트렘멜 크로우(Fred Trammell Crow, 1914~2009)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방문자센터를 새롭게 오픈하면서 정원은 더욱 확장되었다. 이 방문자 센터는 텍사스 향토재료인 석회석과 목재 등으로 만들어졌는데 정원의 관문으로서 이용객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 시설이다. 여기에는 선물상점, 회의실, 정자, 그리고 화이트 락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야간에는 마천루(摩天樓)조명이 빛나는 댈러스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데, 호수에 반사되는 불빛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식물원정원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맥락을 가지면서도 공간마다 별도의 테마가 있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양한 테마정원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정원이 있는데 마가렛 엘리자베스 존슨 색채정원(Margaret Elisabeth Jonsson Color Garden)이다. 이 정원은 노드 버넷 2세(Naud Burnett II)가 설계하였는데 26,300㎡ 정도의 면적으로 사계절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진달래(azaleas), 튤립(tulips), 수선화(daffodils) 등 2,000여종 이상의 다양한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 또 이름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법한 여성정원(A Woman's Garden)은 댈러스 여성위원회(the Women’s Council of Dallas)로부터 제공된 선물이라고 한다. 이 정원은 계단식으로 조성된 산책로 형태를 띠고 있는데 정형식 정원(7,284㎡) 제1단계는 1997년 조경가 모건 휠락(Morgan Wheelock)에 의해 설계되었다. 침상(沈床)형 장미정원인 시정원(the Poetry Garden)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작은 옥외정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2006년 봄 대중에게 공개된 제2단계 정원은 텍사스 공대졸업생이자 댈러스 조경가로 활동 중인 워렌 존슨(Warren Johnson)이 설계하였다. 이 정원에는 텍사스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예쁜 다리(bridge)가 있고 약 40m의 공중정원(hanging garden)이 볼거리로 제공되고 있다. 이 정원은 여성들의 양육과 창의성, 용기, 능력 등을 찬양하고 격려하기 위해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밖에도 미국 글로벌 건설회사인 벡그룹(The Beck Group)의 후원으로 로널드 젝슨(Rowland Jackson)등에 의해 설계되어 2011년 가을에 개원한 낸시 러치크 꽃단풍 개울(The Nancy Rutchik Red Maple Rill)도 신선한 디자인이다. 이 정원(약 8,000㎡)에서는 개울을 따라 식재된 80여종 이상의 붉은 단풍을 감상할 수 있고, 목련이 식재되어 있는 소로(小路)와 예쁘게 포장된 산책로, 석교(石橋), 벽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정원이 있는데 로리 메이어의 어린이 모험정원(The Rory Meyers Children's Adventure Garden)이다. 이 모험정원은 자연과 어린이를 주제로 설계되었는데 텍사스 스카이워크(The Texas Skywalk)로 명명되었다. 이곳은 150여개의 흥미로운 어린이 친화시설이 있는데 어린이 정원은 기본적으로 댈러스 시(市)가 지원했고 시민들과 기업들도 기부에 참여하여 완성되었다.

댈러스 식물원정원은 최고의 경관전문가와 정원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덕분에 전체적으로 볼거리도 풍부하고 디자인의 완성도도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부와 헌신과 참여, 그리고 여성, 어린이를 비롯한 모든 시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통해 만들어지고 가꾸어져 왔다는 점이다. 미래도시에 있어서 정원(庭園)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댈러스 식물원, 융ㆍ복합 정원으로 거듭나다


댈러스 식물원과 같은 유형을 보통 식물원정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식물원이면 식물원이고 정원이면 정원이지 식물원정원은 뭐지 라고 의아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원래 식물원은 식물을 위주로 수집, 연구, 교육, 등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댈러스 식물원의 공식명칭은 댈러스 식물원(Dallas Arboretum)이다. 원래 식물원(Botanical Garden)이라는 이름에 이미 정원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댈러스 식물원의 경우 수목원 개념에 가까운 'Arboretum'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의미는 일반 식물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댈러스 식물원의 경우 당초와는 달리 현재 20여개의 테마정원으로 가꾸어지면서 식물원이라는 표현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정원이라는 용어를 덧붙여 부르고 있는 셈이다.

말하자면 식물원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정원성격을 강화하면서 새롭게 거듭난 셈이다.

사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식물원 뿐 아니라 공원, 수목원을 비롯하여 마을, 공장, 역사공간 등 우리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공간들이 정원(Garden)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정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되고 있고 도시계획, 지역계획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존의 수목원관련법을 개정하여 정원개념을 추가한 수목원ㆍ정원법(수목원ㆍ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2015. 7. 21 시행)을 제정하게 되었다. 그동안 산림, 수목원, 식물원 등 업무를 주로 관장해 오던 산림청은 식물 위주의 업무에서 벗어나 유희시설, 편의시설 등을 담은 정원업무까지 범위확장을 꾀하고 있다. 정원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현대의 정원은 단순히 여러 식물을 배열하고, 각종 시설물을 끌어들이는 정도로 시민들의 욕구나 도시의 위상을 높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역이나 시대적 특성을 반영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계획이 도시계획전문가는 물론이고 건축, 조경, 토목, 환경, 교통,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더불어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마찬가지로 정원도 식물전문가를 비롯하여 경관, 역사, 문화, 예술, 심리학 등 다양한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고 있고 정원을 즐기는 수요자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것이 댈러스 식물원이 댈러스 식물원정원으로 변모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장 송태갑의 정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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