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벼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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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벼농사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3. 08.09(수) 14:34
박찬규 센터장
벼농사를 도작이라고 부르는데 필자의 경우는 농대에 입학하고 나서야 체계적인 학문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전 벼농사는 부모님들이 평생 짓는 농사로서 추위가 가시지 않은 봄에 못자리를 해서 30∼40일 모를 기른 후에 모내기를 하였다. 모내기는 마을 사람들이 거의 전부 모여 품앗이를 통해 동네의 모내기가 끝날 때까지 힘을 합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모내기 중간중간 새참이 빠질 리 없었고 모내기가 끝나고 나면 논마다 모가 군데군데 빠진 곳에 가중하는 일이 남아있었다. 그 당시에는 농촌에서 모내기만큼 고된 일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내내 얕은 물 속에서 허리를 굽히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모내기를 기계가 도맡아 하는데도 필자는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옛날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곤 한다.

 모내기가 끝나고 벼가 자라는 과정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바로 제초제를 뿌리는 일이다. 제초제는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작업하는데 모내기를 하고 일주일 전후 그리고 보름 전후와 40일 전후로 나누어 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모내기 전에 써래질을 할 때 기본 거름과 제초제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품을 덜기도 하지만, 모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의외로 논에 풀이 많이 나고 피도 크게 자라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제초제를 잘 뿌리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벼가 포기치기를 하는데 그에 맞춰 물을 빼주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물을 빼주어야 뿌리가 깊어지고 포기치기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 물을 빼고 나서 논 바닥에 금이 갈 정도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채워주면 된다. 이때를 전후해서 물고랑을 쳐주는 일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벼를 수확할 때가 가까워지면 물빼기 작업을 해야 하는데 물고랑이 없으면 물빠짐이 어렵게 되어버린다.

 한편 벼농사에서 힘들게 지은 농사를 망치는 경우로는 대표적으로 병충해 피해가 있다. 병충해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매일같이 논을 둘러보면서 병충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어르신들의 지혜는 남다른 것 같다. 농약 작업할 시기를 몰라 답답할 때 논에 나가보면 어느 날부터인가 벼에 거미줄이 쳐질 때가 있다. 거미줄이 많아지는 이유는 병충해 및 나방들이 날아올 것을 미리 알고 거미가 거미줄을 친다는 것이다. 이를 참고하여 예방 차원에서 농약을 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지혜로운 방법인가! 요즘은 눈으로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벼멸구, 문고병, 도열병이나 이화명충 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농약을 해주면 된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농약통을 짊어지고 살포하든가 경운기에 긴 줄을 매달아 농약을 했다. 최근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농촌 단위농협을 통한 드론 방제에 의존하고 있다. 농협이 아니더라도 드론으로 농약을 해주고 있는 협동조합들이 많아서 방제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만큼 벼농사를 짓는 노동강도가 옛날보다는 많은 단계에서 수월해졌다. 작년같은 경우에는 날씨가 좋고 병충해가 거의 없어 일회성 농약으로 수확을 했지만 올 해는 한 달 내내 장마로 인해서 병충해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상황에 따라 수 회를 방제해야 할 지도 모른다. 특히 벼의 포기치기할 시기에 계속 비가 내려 예년에 비해 벼의 포기수도 적어져 올해 수확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이기 때문에 벼농사는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영역이다. 필자도 귀촌해서 벼농사를 하면서 식량에 대한 걱정을 덜고 있으며 일부는 판매도 하여 농촌생활에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벼농사를 하면서 밭농사를 병행해오고 있는데 요즘은 밭농사 노동의 강도가 훨씬 강한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농부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벼농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밭일은 대부분 허리를 굽혀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라 갈수록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어 정부에서는 앞으로 밭농사에 대한 기계화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귀농·귀촌해서 짓는 농사 중에 벼농사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본을 제대로 알고 지켜야 농사에 실패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