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인생은 아름다워’. (주)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주)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리나라에 1999년 개봉되었다. 그리고 26년 만의 재개봉이다. 오랜 시간적 간극에도 먹먹함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어 발길을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드는 이끌림이 있다. 바로 명작의 힘이다. 가진 건 없지만 긍정적이고 유쾌한 청년 귀도(배우 로베르토 베니니)는 부유한 집 딸 도라(배우 니콜레타 브라스키)를 사랑하게 된다. 도라 역시 웃음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귀도의 진솔함에 그만 사랑에 빠진다. 급기야 도라의 약혼식장에서 사랑의 도피행을 꾀한 둘은 자그마한 서점을 운영하며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몇 년 후, 아들 조슈아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이들에게 불어닥친 ‘유대인 수용소 강제이동’. 도라는 남편과 아들이 탄 기차에 자진해서 올라탄다. 수용소에 함께 입소한다 한들 남·여가 분리된 환경이라 만날 순 없지만 도라의 선택은 훌륭하다.
참담하고 암울하기 짝이 없는 수용소 생활임에도 아들을 끔찍한 현실로부터 보호하려는 귀도의 노력이 시작된다. 특유의 재치와 말솜씨로 수용소 생활을 ‘단체 게임’으로 포장한다. “규칙에 따르고 잘 숨게 되면 1000점을 따내어 1등을 얻게 된다. 그러면 조슈아가 좋아하는 탱크를 받게 된다”는…. 이런 엄청난 노력과 의지를 쏟아 귀도는 아들 조슈아 인생에 끔찍한 트라우마나 암울한 불안감을 한 톨도 남기지 않으려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지켜주느라 고군분투한다. 제2차세계대전의 유대인 수용소와 학살은 인류에게 참혹한 잿빛 역사다. 코미디 배우였던 베니니 감독은 자신과 아내를 주역 배우로 한 이 영화의 잿빛 소재에 좀 더 밝은 웃음 요소를 곳곳에 삽입, 코미디로 접근했다. 웃음 뒤에 타격하는 눈물겨운 ‘웃픔’은 비극을 더욱 강조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객석에 먹먹함과 생각할 거리를 긴 여운과 함께 남긴다.
이와 유사한 먹먹한 스토리를 우리는 매주 TV를 통해 볼 수 있다. ‘모란봉 클럽’,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와 같은 장수 통일 프로그램이 있어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은 홀로코스트 못지 않게 두 동강 난 우리 민족의 최대 비극인 분단의 아픔을 지금껏 겪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 취지는 남북통일을 목전에 두고 분단으로 인한 문화적 간극을 사전에 극복하고자 문화적 예방접종을 하자는 데 있었다. 취지와 다르게 통일시점은 요원해지고 프로그램 역시 나이를 먹어가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목숨 걸고 탈북하여 새터민이 된 과정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우리는 역사가 남긴 상흔을 다시 한번 체감하고 새터민에 대한 따뜻한 공감의 시력을 갖게 된다.
얼마 전, 이만갑 699회에 출연한 탈북자의 이야기에 몰입의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열한 살의 유서’(2013; 씨앤아이북스) 저자 김은주 씨가 출연했던 회차였다. 김은주 양과 어머니와 언니, 세 가족이 9년에 걸쳐 탈북-북송-재탈북에 걸친 참혹함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새터민의 경험과 유사했다. 22세에 대한민국 인천 상공에 도달한 그녀의 감회 및 입국절차 소회는 한 편의 소설처럼 간결하면서 진솔했고 조리 있는 설명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말솜씨에 그녀가 그동안 축적한 문화적 자본(필자는 학력, 독서력, 문화예술적 감성 등을 ‘문화적 자본’으로 정의한다)이 느껴졌다.
한국의 고등학교를 거쳐 서강대 입학 후, 탈북민을 위한 사회활동을 벌이다 프랑스 기자를 만나 그의 권유로 프랑스어 책 ‘COREE DU NORD 9ANS POUR FUIR L’ENFER’(2012; 세바스티앙 팔레티·김은주 공저)을 출판하게 되었다. 이 책으로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스웨덴 ‘스카블란(Skavlan)’ TV쇼에 출연해서 북한의 실정을 알렸고 이는 곧 UN의 연설로 이어졌다. 여느 프로그램보다 안타까움과 감동의 촉수가 곤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감성만이라도 남북통일을 공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서글픈 우리네 현실이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