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문화향기·박관서> 무안인문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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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문화향기·박관서> 무안인문학살롱
박관서 시인·무안학연구소장
  • 입력 : 2023. 09.05(화) 15:55
박관서 시인
무안문화원 산하 무안학연구소에서는 무안인문학살롱을 개최하고 있다. 우리들이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공간인 무안의 역사와 문화가 배인 장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서로의 안부는 물론 우리가 알거나 또는 알지 못한 역사와 문화와 지식과 서정과 상황과 상상들을 자유로운 이야기로 나눈다.

이러한 무안인문학살롱을 진행하는 이유는 작년 9월에 발족한 무안학연구소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사실 인력도 재정도 빈약한 지역에서 지역학연구소를 꾸리는 일이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도 지역학연구소의 지향과 목적 그리고 이를 함께 추구해나가야 할 동역자들이 모여야 한다. 따라서 우선 매달 진행되는 무안인문학살롱을 통하여 우리가 무안이라는 지역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누구와 해나갈 것인가를 모색하면서 이의 동기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원래 무안문화원 산하에는 무안향토사연구소가 오래전부터 설립되어 무안의 마을조사를 비롯한 각종 지역의 역사와 문화들을 발굴하고 조사하여 연구의 토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수년 전에 무안향토사연구소에서 무안향토문화연구소로 진전되었다. 이는 무안의 역사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문화적 관점과 활용으로 그 범주와 내용을 넓힌 셈이었다.

그런데 향토역사 또는 향토문화가 일반적인 역사나 문화의 하위 갈래로 인식되는 경향에 대한 성찰이 최근 강하게 일고 있다. 또한, 지역 현장에서도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어서 이를 극복하고자 작년 9월에 무안학연구소를 발족하고, 이의 지향과 내용을 모색하고자 전국규모의 지역학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무안의 지역학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기 이전에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학의 현황과 실상을 파악하였다.

이에 향후 진행될 무안의 지역학에서는 단순한 학술연구의 틀을 벗어나서 전문연구자는 물론 지역민과 함께 하는 방향으로 지향을 정했다. 응당, 그러한 목적에서 이를 이루기 위한 방식 역시 조사와 연구 등의 자연과학적 방식을 우선하기 보다는 사변적이고 융합적인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어우러진 인문학적 방식을 원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이미 세미나의 발제문에서 2020년에 무안문화원에서 진행한 <무안인문학아카데미>가 무안 지역학의 실제적인 시발로 잡기도 했던 터였다.

그처럼 무안인문학살롱은 무안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고 알리는 담론의 장을 형성하기 위해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 6시 30분에 총 7회에 걸쳐 개최되고 있다. 첫 번째 인문학 살롱에서는 ‘무안학연구소 및 무안 인문학 살롱의 진행 방향’을 이야기했으며, 순차적으로 ‘무안향교 자료 현황 및 보존 방안, 금계 노인과 함평노씨 가계도, 무안읍성 현황, 초대현감 나자강 가계도, 초의선사 예술세계, 조선시대 망운 목장 현황 및 보존 방안’을 주제로 무안의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기나긴 무더위가 모기의 입을 비틀던 지난 8월 28일에는 무안 근교의 구한옥을 카페로 개업하여 운영하는 까페 띠아모에서 무안 해제지역의 명문가인 ‘무안 노씨가의 장춘오헌(長春塢軒)과 금계 노인(錦溪 魯認)의 학산사’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전라남도 이순신연구소장으로서 현재 무안 해제의 장춘오헌 고택을 지키면서 각종 문화재들을 발굴, 조사, 연구하여 보존 및 활용방안을 찾고 있는 노기욱 박사가 발제를 맡아서 진행하였다.

참으로 열과 성을 다한 주옥같은 강의만이 아니라 장춘오헌에서 보존 중인 무안과 관련한 각종 고문헌들을 두 보따리나 싸와서 이를 살피고 매만지면서 든든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사실 처음 접하는 『무안문적(務安文蹟)』, 『무안문헌고(務安文獻攷)』, 『무안여람(務安輿覽)』을 비롯한 각종 개인 문집들은 일견 신기하면서 든든한 뱃심으로 차 올라왔다.

필자 자신이 문단의 말석이나마 문인으로 활동하면서 거주하고 있는 무안의 문학적 역사와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였거니와,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백제시대로부터도 족히 천년의 역사를 지닌 무안의 문학과 예술적 기록이 너무 보이지 않던 상황을 단박에 전복하는 그러한 재미였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