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 속도제한 완화 구역으로 지정된 광주 남구 송원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 가변형 LED 속도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강주비 기자 |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국 8곳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심야 시간대 속도제한이 완화됐다. 그간 장소, 시간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스쿨존 제한속도 시속 30㎞를 어린이 보행자가 적은 야간에 한해 50㎞로 높였다.
적용 대상은 기존에 시범운영을 해왔던 광주 송원초를 비롯 서울 광운초, 인천 부원·미산·부일·부내초, 대전 대덕초, 경기 이천 증포초 등이다. 송원초 스쿨존은 왕복 7차선의 간선도로로, 주변에 상가나 공동주택 등이 없어 보행자가 많지 않아 대상에 포함됐다. 이곳에서는 오후 8시~익일 오전 8시까지 50㎞의 속도로 통행할 수 있다.
실제 지난 5일 오전 찾은 송원초 인근 스쿨존 주변 곳곳에는 속도제한 완화구역을 알리는 시설들이 설치돼 있었다. 노면에는 ‘어린이보호구역 가변속도 구간’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있었고, 해당 구간 시작 지점과 종점에는 가변형 LED 속도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이날 출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곳을 지나는 차들은 꾸준히 많았다. 특히, 인근에 송암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는 탓인지 물류를 수송하는 화물차가 자주 보였다.
반면 보행자는 찾기 어려웠다. 주변에 상가가 없을뿐더러, 가장 가까운 아파트가 도보 15~20분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운전자들은 대부분 속도제한 완화 소식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스쿨존 인근에서 만난 서금동(60)씨는 “원칙과 법도 중요하지만 융통성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실제 이곳을 다녀 본 사람들은 모든 시간에 30㎞가 적용될 필요가 없다는 걸 알 거다. 오히려 진짜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만 속도제한을 둬야 운전자들도 그 중요성을 진심으로 느끼고 잘 지키지 않겠나. 속도제한 완화 구역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최태운(56)씨도 “이곳은 사람이 잘 다니는 곳이 아니다. 사고가 1건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사고도 없었기에 운전자들은 속도제한에 대해 늘 불편하다고 생각했다”며 “도로도 넓어 습관적으로 50㎞ 이상으로 지나가다 (단속카메라에) 찍히는 경우도 정말 많았다. 버스 기사 100명 중 99명은 속도제한 완화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반색했다.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리서치 전문 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지난 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491명 중 60%가 스쿨존 속도제한에 대해 ‘필요시 지자체 자체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또 도로교통공단이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 시범운영을 했던 초등학교 4곳의 교사와 학부모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가 ‘획일적인 속도제한은 비효율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인근 학부모들은 완전히 걱정을 놓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초등생 자녀를 둔 장모(39)씨는 “‘혹시 모를 상황’이라는 게 있지 않나. 오후 10시면 몰라도 오후 8시는 아이들이 충분히 돌아다닐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점차 확대된다고 들었는데, ‘스쿨존’의 의미가 사라지는 거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강현화(43)씨는 “운전하는 입장에서 야간 속도 제한이 불편하다는 데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도 “야간에는 시야가 좁아지는데, 요즘 어린 초등학생들은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잘 보이지 않는다. 사고가 나면 크게 날 것 같아 불안한 마음도 있다. 지금도 스쿨존이라도 카메라가 없으면 속도를 높이는 차가 많은데, 이번 제도 시행으로 경각심이 낮아져 그런 차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스쿨존 과속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광주경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스쿨존 과속 적발 건수는 급증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만6945건 △2020년 2만2686건 △2021년 13만9731건 △2022년 21만4032건 △2023년(8월까지) 13만6756건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쿨존 과속 적발이 늘어난 건 무인카메라 대수가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그동안 송원초 스쿨존은 운전자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온 곳 중 하나며, 대학교수·도로교통공단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논의 끝에 속도완화 구역으로 선정하게 됐다. 추가 운영하게 된다면 주민 여론까지도 수렴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