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노점례>조그마한 관심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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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노점례>조그마한 관심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노점례 광주 서부소방서장
  • 입력 : 2023. 09.17(일) 15:56
노점례 소방서장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을 받고 신을 공경할 인간과 짐승들을 창조했다. 에피메테우스는 피조물들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선물로 새에게는 날개, 사자에게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거북이에게는 딱딱한 등판 등을 줬지만 결국 마지막에 만들어진 인간에게 줄 것이 없었다.

에피메테우스는 형 프로메테우스에게 난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프로메테우스는 궁리 끝에 주신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제우스는 자신을 속인 프로메테우스에게 코카서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이 다시 회복되는 영원한 고통을 겪게됐다.

인간에게 각별한 애정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는 다른 동물에 비해 능력과 장점이 부족한 인간을 위해서 ‘불’을 선물했고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신들이 보기에도 ‘불’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여하튼 인간은 불을 이용해 추위를 극복하고, 음식을 익혀 먹고 동물로부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보호력을 얻어 만물의 영장으로 살아갔다.

소방관인 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이 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때문에 제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고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불’이 통제력을 잃으면 화재나 화마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류는 불을 사용한 이후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의 대가를 치러야 했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 영원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아이러니한 점은 화재원인의 1위가 인간의 부주의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제우스의 걱정이 맞아 떨어진 듯 보인다. 음식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외출하기, 담배꽁초 쓰레기통에 버리기, 선풍기나 난방기 켜놓고 외출하기, 차량 시동 끄지 않고 주유하기, 산에서 담배 피우기, 문어발 전기 콘센트 사용 등 모두 열거할 수 도 없는 수많은 부주의로 화재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주의의 결과이다. 화재의 원인이 단순 부주의라고 하여 방화같은 고의나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따른 화재보다 그 피해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화재로 인한 피해는 원인과 관계없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그마한 관심만 가지고 있었으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데 사소한 실수로 화재가 발생하고 그 결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일어나면 이 얼마나 안타깝고 후회막급한 일인가?

이제 사계절 중 맑은 날이 가장 많은 가을철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가을철은 습기가 적고 건조해 화재 발생률이 높은 계절에 해당되기도 한다. 그래서 서부소방서에서는 가을철 기간동안 화재예방컨설팅, 캠페인 등을 전개해 시민들에게 화재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예방의 효과는 최종적으로 시민의 손에 달려있다. 외출하기 전에 화재안전점검하기,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감지기) 설치하기, 사소한 불씨는 완전히 제거하기, 문어발 콘센트 사용하지 않기 노후 전기시설 수리하기, 야외장소에서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지 않기, 불장난 하지 않기 등 우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실행하고 조그마한 관심만 더 가진다면 우리를 괴롭히는 화마의 공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 어려서부터 아주 익숙한 표어가 있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지금 보면 약간 촌스러운 느낌이 나지만 아마 불조심의 중요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인 듯 싶다. 우리 모두 ‘조그마한 관심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이 한가지는 반드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