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문화향기·이미경>아름다운 황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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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문화향기·이미경>아름다운 황혼을 위해
이미경 전 광주광역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협의회장
  • 입력 : 2023. 11.07(화) 12:45
이미경 위원장
2주전부터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엄마가 하얀 편지봉투를 전해주었다. 열어보니 센터에서 보내는 알림장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11월 한 달간 진행될 프로그램과 특이사항에 대한 안내가 적혀있었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시던 분이 뇌경색을 앓게 되고 몸도 마음도 급격하게 쇠약하게 되었다. 강한 정신력으로 열심히 운동하면 완전히 회복되리라 기대하셨지만 연세가 많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되고 우울감이 오는데 혼자서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다행히 주간보호센터에 나가시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계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모시러 오는 선생님이 불편할까봐 아파트 입구에 내려달라고 하시는데 그것이 오히려 그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드려도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직접 수혜자가 되어보니 다른 감정이었다.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가 정말 잘 되어있음에 감사하고 또한 섬기는 사람들을 위해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더 든다. 사람은 피부로 느껴봐야 절실함을 더 아는 것 같다. 혹시라도 어딘가로 보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셨는데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고 더욱 건강해 지시길 기도한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보다. 세상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지난 금요일. 실내에는 섹스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연신 뜨거운 눈물을 닦아내며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의 모습이 가슴을 짠하게 한다. 젊은 나이에 뇌혈관질환을 앓게 된 아내를 성심으로 돌보다가 노인전문병원으로 입원시키고 매일 매일 병문안을 다니신다. 공대교수님이라고 상상이 안갈 정도로 유머와 넘치는 재치로 노인대학 등에서 봉사 하시는 박창선 교수님은 사모님을 위해 그리고 함께 해주는 환자들과 간호사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봉사를 하신다. 역시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후에도 학교밖청소년들을 위해서 봉사 해 주시는 이인정 교수님. 노래를 성악가 빰치게 잘하셔서 오프닝을 신나게 열어주시고 특유의 눈웃음과 엉거주춤 춤으로 분위기를 돋워 주셨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신체활동을 위해 다양한 박수와 율동을 노래와 함께 섹시한 동작으로 인도하는 박교수님은 일주일 동안 웃을 에너지를 쏟아 붓게 하신다.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섹소폰 연주로 함께 해주는 윤광현선생님. 학교에 재직하면서 봉사를 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고 하면서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서 기쁨을 경험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박교수님과는 찰떡 콤비로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언제든지 달려 나와서 몸을 불태워주시는 민순 교수님.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인먼트이다. 프로그램을 위해 세팅하고 전반적인 도움을 주시는 배실장님. 건장한 체력으로 키보드를 운반하고 자리를 정리하고 궂은일은 도맡아 하신다. 학자로서, 사업가로서, 공직자로서 최선의 삶을 살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함께 모여 점심을 나누며 그 누구도 거역하지 않는 회의를 하면서 이미 행복에 젖어있다. 연말에는 송년공연을 해보자고 하면서 라인댄스를 연습하고 연주자를 섭외하면서 하하 호호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시간을 잘 맞춰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음악을 통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일인 것인가를 알기에 열정을 내는 것이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늘 부족하다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가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으리라. 가진 재능을 나누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 대한민국을 위해 열정을 받혀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한 황혼을 위해 우리가 더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