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당교수에게 뺨을 맞는 4년차 전공의(동그라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
지난 20일 광주 조선대학교병원 신경외과 4년차 전공의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역 사립대학병원 전공의입니다. 상습 폭행에 대해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지도교수 B씨에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교수 B씨는 지난 8~9월 쇠파이프로 엉덩이·팔·등 부위를 때리고 갈비뼈를 걷어찼다. 또 B씨는 주먹으로 복부를 구타하거나 뺨을 때리는 등 무력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첨부한 3개 녹취 파일에는 폭행으로 짐작되는 소리와 함께 “야! 아휴, 한 대라도 안 맞으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등의 지도교수의 짜증 섞인 육성이 담겨있기도 했다.
A씨는 “폭행뿐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하기도 했다”며 “‘나 하나 참고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고발한다. 신경외과 의국 발전을 위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해당 대학병원 측은 21일 지목된 교수를 병원 내 교육 수련·폭언·폭력 등을 심의하는 교육수련위원회에 회부, 모든 피해 사안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병원은 해당 내용을 교원인사·징계위원회에 제청하고 조선대 인권평등센터에 추가 회부했다. 아울러 B씨에게 △문자·통화·만남 등 피해자 접촉 금지 △학술 집담회·컨퍼런스·진료·수술 금지 등의 사항을 지시·통보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도 입장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학회는 이날 권정택 이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일 제기된 전공의 상습 폭행과 관련된 영상 및 녹취록과 관련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입은 전공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에 대한 폭행 및 폭언 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학회 내 폭행과 폭언에 대응하는 조직을 정비하고, 전공의들에게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의사 등 의료인이 교통사고 등 범법 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이른바 ‘의사면허 박탈법(의료법 개정안)’이 전날부터 시행됐다.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면허 박탈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지역 의료계는 ‘항상 있었지만 쉬쉬하던 일’이라며 세심한 조사와 함께 대책 방지 등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병원 인턴의는 “수련기간 동안 ‘의대 입학이 제일 쉬웠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생활·인간관계 등에서 그만큼 버티기 힘들다는 뜻”이라며 “병원문화는 속칭 군대와도 같다. 종종 어떤 팀에서는 폭언·폭행이 난무하기도 한다. 수직 관계가 분명해 모두 담당 교수에 잘 보이려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후임을 키운 경험이 있다는 정모(69)씨는 “교수가 레지던트 수술 일정을 짜주는 등 권한·지위가 막강하다. 이는 4년간 지속되는 레지던트 중 전문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 병원에 나가지 않는 3년 차 중반까지 유효하다”며 “속칭 간호사의 ‘태움’과도 같은 형태로, 의사의 경우는 레지던트가 전문의 과정을 거친 후 대부분 개원 등을 함에따라 ‘다시 볼 사람이 아니다’는 이유로 괴롭힘의 수위가 높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제기된 문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악습이다.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뿐, 병원·의료진 모두 ‘알고도 쉬쉬하는 일’이었다”며 “해당 병원의 경우 ‘의사 면허 박탈 1호’라는 불명예를 안고 싶지 않을텐데, 제대로 된 조사·대처가 병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광주시의사회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 어느 정도 위계는 있겠지만, 이렇게 큰 사고로 대두된 것은 처음”이라며 “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자체 징계위원회 결과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전문가 평가제나 윤리위원회 등 독립된 체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