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오리무중 선거구 획정안, 불법 아닌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설
[전남일보]사설>오리무중 선거구 획정안, 불법 아닌가
선거 코앞인데 혼란은 여전해
  • 입력 : 2024. 02.20(화) 16:53
제22대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소식이다. 광주·전남에서 선거구가 바뀌는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거라는 민주주의 제도의 첫 단추이면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것은 선거 1년 전까지로 규정된 공직선거법을 어긴다는 점에서 분명한 불법이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정치권의 오만한 처사이기도 하다.

현재 거론되는 안으로는 광주·전남의 경우 광주는 변함이 없고, 전남은 의석수 10개는 유지하되, 권역별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 수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순천·광양·곡성·구례 갑과 을 선거구는 순천 갑과 을로 나누고, 광양·곡성·구례 선거구를 따로 두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영암·무안·신안 선거구도 영암은 기존 해남·완도·진도와 합치고, 무안은 나주·화순, 신안은 목포와 합쳐 각각 나주·화순·무안, 목포·신안 선거구로 조정한다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중분해되는 선거구는 물론 쪼개지거나 더해지는 선거구에 속한 예비후보들의 경우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시한은 ‘선거일 전 1년까지’로 규정 돼 있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선거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당장 인구 이동 등의 물리적 변화에 맞춰 대표성을 보장하고 선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거구 획정 시한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요건이다. 지금처럼 선거가 임박한 시점까지 획정이 늦춰질 경우 선거의 신뢰성뿐 아니라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당장 이름을 알리기도 바쁜 정치신인들은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래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투표일이 코앞인데, 선거구마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은 분명 비정상이다.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시한을 넘길 경우 직전 선거구를 준용하는 등 ‘경과 규정’을 마련하고, 각 정당의 공천 시한도 ‘선거일 60일 전’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올바른 대의 민주주의의 정착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