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정다은>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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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정다은>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고함
정다은 광주시의원
  • 입력 : 2024. 03.28(목) 17:18
정다은 광주시의원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가 2023년 말 활동을 마치고 그 조사결과를 담은 개별보고서를 지난 2월 29일부터 순차로 공개하고 있다. 개인별 피해조사에 해당하는 신청과제 216건을 제외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규명에 해당하는 직권과제 21건의 보고서 중 19건의 보고서가 진조위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3월 25일부터 순차로 공개하겠다던 북한군특수군 개입과 성폭력 과제의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다. 관련 공문에 대한 회신조차 하지 않는 것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

진조위의 보고서 공개까지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이하 ‘오특위’)도 지역사회 여러 단위와 함께 부단한 노력을 했다. 작년 8월경 5·18진조위 활동종료를 전후하여 발생할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진조위와 소통을 시작했고, 작년 9월 6일에는 시의회에서 진조위와의 집담회를 갖고 진조위가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과 이번 조사의 한계를 개괄적으로 알게 됐다. 그리고 광주의 집단지성이 진조위에 협조하지 않으면 지난 4년에 걸친 진조위의 활동이 퇴색됨은 물론 더 나아가 새로운 역사왜곡 시작의 변곡점이 될 수 있겠다는 문제를 인식했다.

그래서 5특위는 개별조사보고서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을 진조위에 요청하고 의결 전 공표금지 법조항을 이유로 망설이는 진조위를 설득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공론화작업을 시작했다. 또한 진조위의 현실을 알리고 지역 내의 여론형성을 돕기 위해, “518진상규명 진단 및 남겨진 과제”라는 주제로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해 진조위의 조사결과 전반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또 진조위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할 수 있도록 의견수렴 기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성폭력과 북한특수군 과제 등 보고서 공개가 늦어진 과제에 대해서는 설명회 개최를 요구했다. 이후 진조위 개별조사보고서가 공개되고, 광주공동체가 진상규명에 관해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민변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언론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기념재단, 시, 시의회가 진상규명에 관한 공동의 연구를 통해 하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했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제 단위와 검증작업에 동참해준 7명의 언론인이 각자 도출한 검토의견을 종합한 결과, 진조위의 보고서가 심각한 수준의 역사왜곡을 담고 있거나 왜곡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현재 상태로는 결코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러 단위가 각자 연구를 진행한 끝에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보고서에 대한 혹평이 지나치다 애써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건대, 진조위에서 공개한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는 사실인정, 서술상 명백한 오류와 왜곡, 개별보고서간 모순이나 부정합, 문서의 신뢰를 해치는 오탈자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는바, 조사결과보고서는 신뢰할 수 없는 “부실·왜곡보고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법률이 개정돼 뒤늦게 조사과제에 포함된 군경피해의 경우, 인간의 본성상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축소, 왜곡진술을 할 개연성이 있는 계엄군의 진술이 어떠한 검증이나 평가없이 나열식으로 보고서에 담겼다. 피고소인 신문조서와 같다 전두환과 지만원이 해왔던 역사왜곡행위와 다를 바 없고 역사왜곡의 뿌리를 보강하는 자료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진실규명과 국민통합을 방해하는 결과물인 군경피해보고서는 진상규명특별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결코 용인될 수 없다.

한편, 지금까지 공개된 부실·왜곡보고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조위는 지난 4년의 기간 동안 최소한의 조사기획과 설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인조사와 문헌조사를 진행하면서 왜곡된 증거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공청회나 청문회, 특검 등 5·18진상규명특별법에서 부여한 권한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주요 증거들을 수집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이는 조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핵심증인들의 비협조와 증거문서들의 왜곡·조작 등 조사의 장애사유가 분명히 예견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진조위는 수집된 여러 증거들 중 어느 것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마저 확립하지 못한 채 사실 확정을 시도하다가 그것이 용이하지 않을 때에는 판단을 포기하고 양립 불가능한 증거들을 보고서에 병기하는 무책임한 선택을 하였다.

또한 활동종료가 임박한 지난해 12월 말에 이르러서는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조사과제들을 한꺼번에 의결하며 전원위 의결을 재촉해, 오늘날 지적되는 여러 문제들을 사전에 교정할 의무를 방기했다.

특히 진조위가 활동종료 시점까지 철저히 깜깜이식 조사와 의결을 강행한 결과, 외부전문가들의 조력을 통해 명백한 오류를 수정할 기회마저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른 현실은 진조위에 분명한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

이렇듯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한 조사활동을 펼쳐온 진조위 소속 조사관들과 전원위원들은 광주의 물음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진조위가 해단하는 6월 26일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라 믿고 싶지 않다. 진조위의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제기된 문제를 교정하려는 시도를 지금 즉시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