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의 사나이’ 이덕희 “챌린저 투어 출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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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끈기의 사나이’ 이덕희 “챌린저 투어 출전 행복”
2016~2018년 8강 진출 성과
지난해 대체 선수 출전 불발
올해 예선 와일드카드 획득
32강서 마크 라잘에 0-2 패
복식 16강 지에 쿠이와 호흡
  • 입력 : 2024. 04.16(화) 17:11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이덕희(세종시청)가 16일 광주 진월국제테니스장 쇼 코트에서 열린 ATP 광주오픈 챌린저 2024 32강전에서 마크 라잘(에스토니아)을 상대로 포핸드 스트로크를 시도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청각장애 테니스 스타’ 이덕희(세종시청·ATP 단식 랭킹 625위)가 올해 첫 ATP(프로테니스협회) 챌린저 투어 단식 출전을 본선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ATP 광주오픈 챌린저 2024 예선 1회전과 2회전에서 팬들에게 접전 끝 승리를 선사했지만 32강에서 석패하며 복식 출전에 집중하게 됐다.

이덕희는 16일 광주 진월국제테니스장 쇼 코트에서 열린 광주오픈 32강에서 마크 라잘(Mark Lajal·에스토니아·208위)에 0-2(1-6, 1-6)로 졌다. 더블폴트는 4-4로 팽팽했지만 서브에이스에서 0-6으로 크게 고전했다.

예선 1회전과 2회전을 연파했으나 32강에서 단식을 마감한 이덕희는 복식 16강에서 지에 쿠이(중국)와 호흡을 맞춰 알렉스 볼트(Alex Bolt)-루크 사빌(Luke Saville·이상 호주)조와 맞붙는다.

이덕희는 대회 공식 인터뷰를 통해 “ATP 단식 랭킹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오랜만에 챌린저 투어를 뛰게 됐다”며 “광주오픈에서 와일드카드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부상 없이 대회를 마무리하겠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는 이번 광주오픈이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2016년부터 2018년 대회까지 3연속 8강 진출의 성과를 이뤘다. 또 지난해 서울오픈과 부산오픈에 출전했지만 광주오픈에는 나서지 못했다. 당시 광주에 내려와 대체 선수 참가를 노렸지만 끝내 참가하지 못한 채 부산으로 향해야 했다.

이덕희는 “지난달 ITF(국제테니스연맹) M15 니시-도쿄에서 우승을 목표로 했는데 준우승을 했다”며 “이번 대회는 부상 없이 준결승을 넘어 결승까지도 오르고 싶다”고 밝혔지만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했다.

이덕희(세종시청)가 16일 광주 진월국제테니스장 쇼 코트에서 열린 ATP 광주오픈 챌린저 2024 32강전에서 마크 라잘(에스토니아)에게 0-2로 패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규빈 기자
그는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데플림픽(청각장애 올림픽) 출전도 준비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갖고 있던 청각장애를 이겨낸 그는 지난해 양 측 발목 부상을 딛고 복귀했고, 올해는 정상 궤도에 오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덕희는 “지난해 그리스에서 열린 데프 테니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데플림픽 출전권을 따냈다”며 “항상 비장애인들과 경기를 뛰다 보니 나와 같이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테니스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데플림픽 준비와 함께 ITF 월드 테니스 투어와 ATP 챌린저 투어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랭킹 포인트를 차근차근 적립해 챌린저 투어에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덕희는 “코로나 팬데믹과 부상 여파로 ATP 단식 랭킹이 600위권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200위권으로 진입해서 챌린저 투어에 자주 뛰면서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길게 이어가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100위권 진입이 목표다”고 다짐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비장애인들과 경쟁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다.

이덕희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기는 당연히 어렵다. 인아웃도 심판들이 말 대신 시그널을 해줘야 하고 어필도 손짓 발짓으로 한다”면서도 “나는 보청기를 껴야 공 소리가 들리고 수화를 배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비장애인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을 했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하고 싶은 일에 꼭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