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뒤 미래에서 벌어진 우주선 참사…반복된 시대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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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뒤 미래에서 벌어진 우주선 참사…반복된 시대의 아픔
우주로 간 고래
박지음 | 교유서가 | 1만5000원
  • 입력 : 2024. 04.25(목) 16:32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지난 16일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 신항만에서 열린 목포 기억식에서 유가족과 추모객 등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헌화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 그사이 비슷한 비극들을 얼마나 목도했는가. 10년 뒤, 아니 50년 뒤 미래의 우리사회는 안전해졌을까? 장편소설 ‘우주로 간 고래’는 미래의 시간에서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고 있다. 참사, 지하철에서 비행기에서 배에서 버스에서, 백화점에서 일터에서 거리에서, 참사의 기억을 안고 시간이 멈춘 채 짙은 안개 속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 소설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사망자 ○명’ 뒤의 또 다른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곳’의 기억을 50년 뒤 우주로 옮겨놓은 작가의 상상력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언제든 어디서든 반복될 것임을 단호하게 예언한다. 에돌지 않는 꾸밈없는 문체로 그려낸 ‘우주로 간 고래’는 우리가 모두 가지고 태어난 인지상정, 보통의 마음을 끌어내 혐오와 편견의 시대에 온기를 더해준다.

50년 뒤 한국은 1년에 한 번, 한 팀을 꾸려 행성여행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7년 전 행성여행 코스를 비행하던 우주선에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 승객들과 승무원 대다수가 죽는 참사가 일어났다. 우주선은 지구로 돌아오는 데 3년이 걸렸고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해 1년을 헤매다 새안시(市) 항만에 놓였으나 다시 버려지듯 3년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녹슬 대로 녹슨 고철과 다름없는 우주선에서는 참사 원인의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진상 규명 집회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나 여론은 그들에게 이제 보내주어야 한다고 잊으라고 말한다.

칠십의 라한은 한국인 관리자로 해체공인 외국인 노동자 열 명을 데리고 폐우주선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처럼 혼자 새안시에서 사는 라한은 50년 전 고향 섬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하여 많은 또래들의 참사를 목도했다.

열다섯 살 신율이네도 이 참사로 가족을 잃었다. 신율은 라한이 해체 작업을 하고 있는 우주선 참사로 언니를 잃었다. 우주공학 박사였던 예멘 출신의 신율 아버지는 행성여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동자로 지원했다가 그 행성에서 사망하고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신율의 언니는 아버지의 무덤이라도 찾겠다며 계약직 직원으로 지원해 우주선을 탔다. 그리고 450명의 사람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했다. 여전히 우주선 참사의 진상 규명 운동을 벌이고 있던 신율은 우연히 라한이 버린 노트를 주워 읽고 라한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것을 알게 된다.

소설에는 우주선 참사를 둘러싼 여러 피해자들의 사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사연들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한 그간의 세월을 되돌아보게 한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세월호특별법’ 추진을 위해 46일동안 단식투쟁을 한 유민아빠 김영오 씨는 추천사를 통해 “별이 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슬픔이 덜할 거라 생각했는데 10년의 슬픔이 쌓였다”며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통과 아픔을 고백한다.

소설의 쓴 박지음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10년 전, 그날 나는 무엇을 했나”고 생각한다. 그는 “10년이 지나도 딸이 죽었던 시간을 노란 방에서 반복하고 있는 사내도, 언니를 위해 46일을 굶은 아버지를 둔 소녀도, 눈치 보지 않고 그때 그 상처로 인해 아팠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며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고래 모양의 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은하수로,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지음 작가는 진도에서 태어났다.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월간토마토 문학상 수상,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았다.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관계의 온도』가 있으며, 기획 출간한 테마 소설 『나, 거기 살아』, 『여행시절』, 『소방관을 부탁해』, 『쓰는 사람』을 함께 썼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