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초국가적 테러 대응, 정보 공유 등 국제협력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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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글로벌에세이·최성주>초국가적 테러 대응, 정보 공유 등 국제협력 필수
최성주 원자력대학원 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87)2개의 전쟁 중에도 테러는 계속된다
  • 입력 : 2024. 04.30(화) 17:04
최성주 교수
140명 넘게 사망한 지난 3월 22일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는 그 직전의 러시아 대선으로 5선을 확정지은 푸틴 대통령에게 악몽을 안겨줬다. 테러 직후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은 자신들이 테러를 주도했다고 발표한다. 반면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하며 2년 넘게 전쟁을 수행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와 연관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설득력이 약하다. 항상 그렇듯이 테러는 방심과 부주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2개의 전쟁이 진행되면서 미-러 간의 긴장과 대결이 심화되고 있는 까닭에, 글로벌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IS는 2001년 9.11. 테러로 악명높은 알카에다의 분파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정작 IS는 알카에다보다도 훨씬 더 잔인무도하여, 알카에다조차도 IS와 거리를 둘 정도다. 유엔에서는 IS를 대표적인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으로 분류한다. IS는 알카에다와 같은 수니파 계열이지만, 영토 확보 및 정부 조직, 화폐 발행 등을 통해 ‘갈리프 국가(Caliphate)’ 건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알카에다와는 다르다. 그간 알카에다와 IS는 미국과 서방, 러시아 등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군사작전으로 세력이 많이 위축되었다. 이번 모스크바 테러를 주도한 IS-K는 2015년 1월 반(反)탈레반 조직이 IS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태양의 땅’을 의미하는 ‘호라산’은 지리적으로는 이란 동북부 및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지역 등을 포함한다. IS-K의 대표적인 테러 행위로는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틈탄 카불 공항 자폭테러, 그리고 올 1월 이란 슐레이만 사령관 추모식 자폭테러가 있다. IS-K가 공언하는 주적은 이스라엘과 유대인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이슬람의 적인 기독교를 상대로 성전(聖戰)을 벌일 것을 촉구한다. 또한, IS-K는 같은 이슬람이지만 종파가 다른 이란을 비난하고 공격한다. 이란은 수니파에 비해 소수이지만 강경한 성향인 시아파의 맹주다.

IS-K는 러시아에 대한 원한과 증오를 키워왔는데, 그 뿌리는 1979년부터 10년간 지속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서 찾을 수 있다. 동서 냉전 및 소련 해체 후,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인 이슬람권 체첸은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하기 위해 1994-96년간 무력 항쟁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무자비한 대응은 러시아에 대한 이슬람교도들의 적대감을 심화시킨다. 그리고, 2011년에 시작되어 여전히 진행형인 시리아 내전은 IS 등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의 강한 불만을 초래한다. 러시아는 전략적 셈법 하에, 시리아의 아사드 독재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슬람을 믿는 타지크인과 우즈벡인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러시아의 차별대우도 이들의 감정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이번 테러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면서, IS-K와도 맞서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 그런데,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은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 및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올 7월 올림픽을 주최하는 프랑스는 보안태세를 최고단계로 격상시키면서, 테러 위협시 파리 센느강 개회식 행사를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일은 모든 주권국가의 공통적 과제다. 초국가적 테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공유 등 국제 협력이 필수다. IS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테러 지시 및 자금 확보, 테러리스트 충원에 나서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지정학적인 긴장이나 대결을 넘어선 글로벌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모스크바 테러가 발생하기 몇 주 전, 미국이 테러 위협 첩보를 러시아에 극비리 제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테러를 주동했고 영국과 미국이 공모했다고 계속 주장한다. 푸틴 특유의 음모론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쟁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술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국가 행위자들이 자행하는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정보공유와 함께, 평시 대테러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 협력도 지속 강화할 일이다. 테러는 예고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평소 주변으로부터 모종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 실례는 9.11. 테러 전에 미국 플로리다 비행학교에서 훈련받은 한 테러리스트의 경우다. 테러 발생 후, 이 비행학교 관계자는 ‘오직 이륙(take-off) 기술만을 반복적으로 익히던’ 그 훈련생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한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시민 모두가 평소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어리석고도 고통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