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안정되기 무섭게 계란 및 육류 가격이 치솟으면서 밥상 물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광주 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지역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기상 호조와 함께 출하량이 증가한 채소 및 과채류 등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렸던 농산물 물가는 일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광주지역 배추 1포기 가격은 3740원으로, 전월보다 33.17% 하락했으며 평년과 비교하면 23.06% 낮아졌다. 원활한 생육으로 반입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양파(1㎏)와 대파(1㎏) 가격은 전월보다 각각 9.46%·1.56% 하락했다. 다만 무는 여전히 평년보다 56.99%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깐마늘(1㎏)은 이상기후 영향으로 햇마늘 출하가 다소 지연되면서 가격이 전월보다 6.12% 상승했다.
고공행진하던 채소류 가격이 소폭 하락하고 있는 반면 돼지고기 등 일부 축산물을 중심으로 먹거리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5월 기준 삼겹살 100g 소비자가격은 2598원으로 1년 전 같은 달(2377원)보다 9.3% 비싸졌다. 월별 삼겹살 가격은 올해 들어 △3월 2481원 △4월 2486원 △5월 2598원 등으로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삼겹살보다 저렴한 앞다릿살(100g) 가격은 전년보다 8.17%, 평년보다 15.13% 올랐다. 이는 돼지고기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일부 부위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상승해 부위별 소비자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공급이 증가해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작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근 계란 산지 가격이 한 달 새 이유 없이 급등해 정부가 농가를 상대로 현장 점검에 나선 바 있다.
대한산란계협회가 고시하는 산지 가격에 따르면 계란 가격은 올해 2월 개당 146원에서 3월 180원으로 한 달 만에 23.3%나 뛰었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른 계란 특란 30구의 소비자가격 역시 지난 3월 6393원에서 지난달 6844원으로 7.05% 상승했다.
이번 계란값 인상 요인으로는 왜곡된 계란 유통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계란 산지 가격은 축평원이 발표하는 가격과 산란계협회가 발표하는 가격으로 이원화돼 있다. 축평원의 개별 농가와 유통인 간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 실거래 가격이지만, 생산자단체는 1960년대부터 산지 가격을 고시해 왔다. 이는 실제 거래된 가격이 아니라 일종의 협상 기준 가격으로 미리 제시하는 ‘희망 가격’으로, 유통업체에 비해 협상력이 약한 생산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러한 산지 가격 제도를 이어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해 7월 생산자협회의 산지 가격 고시를 폐지하고 가격 체계를 일원화하는 ‘계란 가격·조사 발표 체계 및 농가·유통인 거래방식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나 산란계협회는 “정부가 달걀 가격에 개입하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산지 가격 고시 폐지는 무산됐다. 농식품부는 해당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유통업계도 큰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닭고기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가금류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조류 독감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브라질산 닭과 계란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히우그란지두술주 몬치네그루 지역의 상업용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브라질산 종란, 식용란, 초생추(병아리), 가금육 및 가금생산물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5일 선적분부터 수입 금지 조치를 적용했다. 수입 금지일 전 14일 이내(5월 1일 이후)에 선적돼 국내에 도착하는 물량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검사 후 그 결과에 따라 조처할 예정이다.
문제는 한국이 냉동 닭고기 전체 수입량의 대부분을 브라질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체 닭고기 수입량(5만1147톤)의 88%인 4만5211톤을 브라질에서 들여왔다. 이에 브라질산 닭고기와 달걀을 대거 수입하는 주요 국가들의 경우 한동안 물가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라질산 냉동육은 특히 국내 치킨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어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이번 수입 금지 조치에 따른 축산물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육용종계의 생산 주령을 연장하는 등 공급 확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