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명을 수묵으로 잇다…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8월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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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아시아 문명을 수묵으로 잇다…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8월 개막
'문명의 이웃들' 주제로 열려
8월30일부터 10월31일까지
해남·진도·목포 일원서 전시
"서구 중심의 비엔날레 탈피"
세계로 확장하는 수묵 조명
  • 입력 : 2025. 05.25(일) 16:54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공재 윤두서 작 ‘자화상’. 전남문화재단 제공
로랑그라소 작 ‘과거에 대한 고찰’. 전남문화재단 제공
황해를 둘러싼 아시아 문명이 수묵으로 이어진다. 오는 8월30일부터 10월31일까지 해남·진도·목포 등 전라남도 일원에서 펼쳐지는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문명의 이웃들’(Somewhere Over the Yellow Sea)을 주제로, 동아시아 해양 문명권 속에서 수묵의 미학과 확장 가능성을 조명한다.

지난 2018년 첫 개최 이후 올해 네 번째를 맞이하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그간 수묵이라는 동아시아 고유의 예술 언어를 동시대적 시선으로 해석하며, 서구 중심의 예술 담론을 넘어서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묵’은 단순한 화법이나 재료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세계를 해석하는 동양 철학과 존재론적 사유 방식이 담긴 예술 언어다. 전남은 역사적으로 이같은 수묵 전통이 형성되고 실천된 중요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올해 행사는 전남 지역의 역사성과 철학적 유산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 철학과 기술, 대륙과 해양이라는 다양한 개념들이 교차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특히 해남, 진도, 목포 세 지역을 연결하는 삼각형의 전시 동선은 각각의 지역적 특성과 전시 주제를 긴밀히 연계해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해남, 수묵의 뿌리를 찾다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해남에서 시작된다. 해남은 조선 후기 수묵화의 거장 공재 윤두서가 활동한 지역으로 수묵 예술의 사실성과 철학적 사유가 출발한 장소다.

해남 고산윤선도 박물관에서 열리는 ‘최고의 수묵 巨匠전’에는 참여작가 5인(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다산 정약용, 수화 김환기, 천경자)이 펼쳐낸 작품들이 자리한다. 전통 수묵의 조형성과 역사적 깊이를 조명하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서는 동시대 작가(파비오 론카도, 로랑그라소, 이헌정, 홍푸르메)들이 전통 수묵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는 ‘붓의 향연’ 전시가 펼쳐진다. 다도, 화도, 향도 등의 전통 예술과 수묵 감성이 결합된 공간에서 관람객은 감각적으로 수묵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정 황창배 작 ‘무제’. 전남문화재단 제공
●진도, 수묵의 현대적 범주를 제시하다

진도는 조선 후기 남종화의 거장 허련과 그의 후손들이 수묵화를 계승하며 실천과 교육을 이어온 지역이다. 특히 운림산방은 자연과 예술, 일상과 창작이 맞닿은 상징적 장소로, 전통 수묵의 미학과 삶의 철학이 깃든 공간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진도에서는 문자 예술과 수묵의 만남을 조명하며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탐색한다.

소전미술관은 소전 손재형과 추사 김정희 등의 작품을 통해 서예와 수묵의 조형 언어를 결합한 ‘문자 예술과 수묵의 만남’ 전시를 연다. 시각 자료와 입체적 공간 구성으로 서예에 대한 현대적 감각을 제시할 전망이다.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고암 이응노, 박생광 등 근현대 작가들의 색과 추상을 활용한 수묵 실험이 소개된다. 정제된 여백과 다채로운 색감의 조화는 수묵이 고정된 형식이 아님을 보여준다.

팀랩 작 ‘Black Wave’. 전남문화재단 제공
●목포, 세계로 확산하는 수묵

목포는 다양한 시대의 문물과 문화가 교차하며 성장해 온 남도의 관문이자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지다. 오늘날에는 지역성과 국제성이 교차하는 복합 문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목포가 수묵의 현대적 해석과 실험을 수용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전통 회화에서부터 미디어,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동시대 수묵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전시가 이뤄진다.

목포 문화예술회관은 수묵 예술이 동시대적 감각과 사회적 이슈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장이 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설치미술을 통해 수묵의 조형성과 철학을 기술 언어로 풀어내며 팀랩(TeamLab)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몰입형 미디어 작품을 구현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수묵화로 전환시킨다. 스크린 위를 유영하는 이미지들은 붓 대신 빛으로, 종이 대신 공간으로 관람자의 동선을 따라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하나의 ‘움직이는 수묵’을 제안한다.

목포 실내체육관 전시는 수묵이 동시대 사회적 담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기후 위기, 기억, 젠더, 이주 등을 주제로 다양한 매체가 활용되며, 강렬한 미학적 정체성과 동시에 기술적 한계를 가진 수묵을 하나의 예술 언어로 삼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다.

한편 올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한국을 비롯해 20개국에서 8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해남, 진도, 목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그램 세부 일정과 참여 작가 정보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