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연합뉴스 |
허 전 회장은 2000년대 중반, 500억원대 탈세와 100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벌금도 세금도 내지 않은 채 뉴질랜드로 도피, 장기간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렸다. 그러던 중 2014년 자진 입국한 그는 광주교도소에 노역장 유치됐고, 그때 벌어진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이 세간을 경악하게 했다.
당시 허 전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하루, 노역장 닷새 등 단 6일간의 구금으로 무려 30억원의 벌금을 탕감받았다. 일반인의 노역 일당이 5만원, 최저임금이 시간당 4000원대였던 시절이었다.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이 가능했던 배경엔 지역 법조계의 ‘자기 식구 감싸기’가 있었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은 벌금 미납 시 하루 노역을 2억5000만원으로 산정했고, 2심을 맡은 광주고법은 오히려 벌금을 절반으로 낮추면서 노역 일당은 2배로 높였다. 결과적으로 50일만 노역을 하면 254억원 벌금을 모두 탕감받을 수 있는 판결이었다.
이 사건은 이른바 ‘향판(鄕判)’ 폐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판사들이 줄곧 특정 지역에만 근무하며 지역 유력자와 유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결국 사법부는 2015년 향판 제도를 폐지했다.
허 전 회장은 이후 224억원의 벌금을 수개월 만에 완납했지만, 또다시 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에는 지인 명의의 주식 거래 과정에서 5억원대 세금을 누락한 혐의다. 그는 가산세를 포함해 약 10억원을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강제 구인 절차에 순순히 응하면서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한때 연 매출 1조2000억원을 자랑하며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렸던 대주그룹은, 허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 2010년 해체 수순을 밟았다.
노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