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정근>아이들의 오늘을 지키는 일,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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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변정근>아이들의 오늘을 지키는 일,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드는 길
변정근 초록우산 호남권역총괄본부장
  • 입력 : 2025. 05.29(목) 14:51
변정근 초록우산 호남권역총괄본부장
아이들이 웃으며 뛰놀아야 할 세상.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 특히 지역사회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들은 돌봄 공백과 교육 격차, 아동학대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 없이는, 어느 것도 지속될 수 없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는 초저출생이라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세대가 건강하게 자라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순환이 끊어진다면, 우리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시급한 현안 중 하나가 바로 ‘이주배경아동’ 문제이다. 국내 이주배경아동 수는 약 20만명에 달하며,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겪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인해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의료와 복지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례도 많다.

특히 중도입국청소년이나 미등록 아동의 경우, 공교육 접근조차 어렵고, 법적 지위 문제로 인해 제도권 밖에서 방치되기 쉽다. 이는 아이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안전망이 얼마나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다문화 사회로 이미 접어든 한국에서, 이주배경아동을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차별 없이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주요 문제는 바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보호, 즉 ‘온라인세이프티’다. 온라인은 이미 아이들의 일상 공간이 됐됐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해 콘텐츠, 사이버폭력, 개인정보 침해 등 디지털 공간 속 위협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돌봄 공백이 있는 아동은 온라인상에서 더욱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초록우산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피해 경험에 대해 인터뷰한 결과, 한 아동은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이용자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줬다가 게임계정을 해킹당한 일을 겪었다. 이후 여러 이용자로부터 추가적인 개인정보와 금전 요구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아동은 “게임회사나 앱에서 아이들이 개인정보를 쉽게 넘기지 않도록 경고해주는 안내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 온라인은 단순한 사이버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실제 현실 공간이 됐다. 그 공간에서도 안전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온라인세이프티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아동 인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뿐 아니라, 기술적 보호 도구를 강화하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

아동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동 책임이다. 정부는 보다 전향적인 아동 정책을 수립하고, 민간과 기업은 나눔과 협력을 통해 아동을 위한 사회적 자본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이 모든 과정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오늘을 돌보는 일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가장 본질적인 가치이다. 이주배경아동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이용하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시작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아이들의 ‘오늘’을 바꾸는 실천이다. 아동의 현재 삶이 곧 대한민국 미래의 모습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와 시민 모두가 더 깊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