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가 지연되면서 빈 상가가 늘어나고 있다. 임대 안내문이 붙은 학동 일대 상가. 독자 제공 |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A(46)씨는 학동4구역 착공 지연 문제를 도시 차원의 문제로 바라봤다. 그는 학동3구역과 4구역에 신규 인구 유입이 이뤄지면 원도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해당 지역에 중개업소를 열었다. 그러나 착공 시점조차 불확실한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역세권에 대형 종합병원이 두 곳이나 있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었다. 그런데 공사가 지연되다 보니 사람은 여전히 없고, 상황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도시정비사업 추진현황(2025년 3월 기준)에 따르면, 광주에서 재개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곳은 총 16곳이다. 이 중 동구가 6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북구 4곳, 광산구 3곳, 서구 2곳, 남구 1곳 순이다.
학동4구역은 축구장 17개에 달하는 12만㎡ 규모로, 원도심 재생의 핵심으로 기대된 지역이다. 구역 지정 시점은 2007년 7월로,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정비구역이기도 하다. 반면 2008년에 구역 지정을 받은 계림4구역은 이미 3년 전 착공에 들어가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체된 원도심 문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학동에 거주하는 B(68)씨는 “딱 봐도 공사가 지연된 것이 보이지 않냐. 컨테이너만 놓여 있고, 미관상 좋지도 않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재개발의 일반적인 도심 활성화 절차는 분양, 입주, 소비 시작, 그리고 지역 활성화다. 그러나 학동4구역의 공사 지연으로 인근 상가 운영자나 입주 예정자들은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인근 상가 곳곳에는 임대 딱지가 붙은 공실이 즐비해 있었다.
주민 C(48)씨는 “학동에 사람이 없으니 인근 대형 마트도 철수했다. 4구역 입주까지 이어지면 분위기가 살아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연되면서 침체만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단순히 민간 영역의 갈등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집을 잃은 원주민 330여명의 피해와 도심 침체로 이어지는 만큼, 도시 문제로 보고 적극적인 행정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주연구원의 A연구위원은 “학동 4구역은 학동 참사 그리고 조합원과 건설사 간 갈등으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그 파급 효과는 입주민 피해를 넘어서 결국 광주시가 떠안게 된다”며 “민간 협의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행정이 조율자로서 일정 부분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주 지연으로 피해를 입는 주민과 자영업자도 모두 광주시민이다. 시가 직접 나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사 지연을 줄일 수 있는 사전 대응책이 없었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항집 광주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꺼번에 많은 민간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광주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사 지연과 공사비 증가로 입주민들의 자기부담금까지 늘어나고 있다. 원래 의도는 인구 유입을 통한 도심 활성화였지만, 민간 중심의 사업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