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지난 1882년 설계와 공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
바르셀로나는 2000년의 도시 역사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바르셀로나가 과거의 영화만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건축의 경연장일 만큼 문화적 창조성이 숨쉬는 도시이기도 하다.
람블라스 거리의 동쪽에 위치한 고딕지구는 바르셀로나 역사의 중심지다. 로마의 지배를 받는 아우구스투스 통치기간 BC 27~AD 14)에 행정기관과 의회, 시청사, 대성당, 왕궁 등이 들어섰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콜럼버스를 스페인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이 환영한 장소도 이곳의 궁전이었다. 고딕지구 입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고딕양식의 대성당이다. 1298년 로마 신전과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건축됐으나 현재 외관은 공사중이다.
대성당 옆으로는 작은 골목이 나있다. 중세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입구다. 분주하던 람블라스 거리와 인파로 북적이던 대성당 앞 광장과는 다른 고즈넉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도는 골목이다. 광장 한쪽에서는 거리 음악가가 청량한 음색의 타악기를 두드리며 고즈넉한 풍경에 낭만을 더한다. 이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각종 기념품점과 옷가게 신발가게 카페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들을 도심에서 만날수 있는 것은 바르셀로나에서 느끼는 또 다른 기쁨이다. 100년이 넘도록 건축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비롯해 팔라우 구엔 등 천재의 걸작들을 만날수 있어서다.
독창적인 건축 기법을 토대로 지어진 가우디의 이 건축물들은 현재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중심가에서 12km쯤 떨어져 있는 콜로니아 구엘 교회는 가우디의 예술적 감각이 가장 잘 반영된 건축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1898년에 공사를 시작해 1917년에 중단되었으나 미완성 그 자체로도 신비로운 곡선미와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유명 문화예술인의 작품과 흔적을 도시관광에 연계시키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적극적인 문화관광정책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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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는 수 천년된 고대 로마의 건축물과 가족 성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등 불후의 건축물을 설계한 가우디, 피카소, 미로, 달리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했다. 이러한 도시 출신의 문화자산을 해마다 주제를 정해 국제행사를 개최, 도시 마케팅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 이를 테면 1993년 후안 미로(Joan Miro)의 해, 2002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 2004년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 등 바르셀로나를 홍보해온 다양한 행사들이 그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선 건물 공사도 하나의 문화브랜드다. 대표적인 것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건축 공사다. 성가족성당은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설계와 감독 아래 1882년 3월 공사가 시작된 건물로 아직도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지만 가장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다. 성당 내부에서는 건축가들이 여전히 공사를 계속하고 있으면서,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신선했다. 한편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잘 안다고 할지 아니면 역사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됐다고 할 지 뜬금없는 의문을 가져보기도 했다.
이같은 문화정책의 영향으로 바르셀로나 방문객은 90년도 173만명에서 2007년 755만명으로 늘어났다. 관광수입도 94년도 통계 4100만 유로에서 2007년도 2만5100만 유로로 증가했다. 더욱이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문화를 즐기고 도시에 자부심을 갖게 된 점이 중요하다.
문화정책의 성과를 확인한 바르셀로나는 특히 문화 인프라 확대에 주력했다. 바다도 중요한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시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프로젝트는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로 꼽히는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변신시켰다. 사실 이 해변은 백사장이 없었으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위해 인공적으로 백사장을 조성한 것. 여기에 이 일대의 도로 폭을 좁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런던시가 템즈강 주변을 새 문화지구로 개발해 부각시키는 것과 유사했다.
바르셀로나가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한 모습은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또 다른 지역인 포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 동북부지역의 옛 공장지대와 빈민촌이었던 포럼은 2004년 약 5000억원을 투입, 이곳을 현대적으로 새단장해 일종의 문화 올림픽인 세계문화포럼을 치렀다. 첨단 건축물이 들어선 포럼지역은 이젠 바르셀로나 상업 1번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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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드 위론이 지은 삼각형 모양의 전시장인 에디피시 포럼은 포럼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주변의 특급호텔들과 어울려 이곳은 밤에도 불을 밝히는 24시간 내내 살아있는 공간이 됐다. 이 일대 대형 건물은 컨벤션센터로 이용돼 많은 박람회 등이 유치돼 전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금도 세계적 체인의 대형 호텔들이 속속 건립중에 있다.
바르셀로나 시는 22세기를 지향하는 문화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22@(22아로바)'계획을 세워 10개의 낡은 공장을 문화적인 창의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닥터브라냐 바르셀로나 자유대학교수는 "바르셀로나는 지난 2004년 세계문화올림픽인 문화포럼을 개최해 세계 문화수도로서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도 문화포럼 개최에 나서 문화수도의 위상을 높이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
■"지역만이 아닌 국제적 문화흐름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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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는 고대와 현대가 잘 녹아든 도시다. 로마시대 지중해의 중심도시인 바르셀로나는 도심 곳곳에 역사적 흔적이 많아 도시계획에서 이를 최대한 보존하는데 중점을두면서 지역민의 편의공간을 조성했다. 한마디로 바르셀로나에서는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만날 수 있다.
도시에서 문화공간은 삶의 현장과 밀접해야 한다. 그래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르셀로나는 도시계획에 있어 기존의 문화 유적지를 중심으로 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다양한 문화시설을 조성하는데 주력했다. 시설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곳에서 행사를 기획해 가족들의 중요한 체험 공간으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호응이 아주좋다.
바르셀로나의 거리축제도 주요한 문화 인프라다. 도심 곳곳에서 연중 펼쳐지는 거리축제에는 옛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롭게 녹아있다. 여기에는 공연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 바르셀로나의 역동적인 부문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문화도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지역문화만이 아닌 예술, 국제적 문화흐름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국에는 지금까지 20회 정도 방문했지만 광주는 지난 1998년 한 번 방문했다. 그런데 매번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느낀 것은 너무 획일화 돼 있다는 느낌이다. 문화는 옛 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예를 들면 광화문의 경우처럼 사람들의 통행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도로를 넓히는 등 편의성을 쫓아 옛 것이 없어져 특징없는 도시가 돼 가는 것을 볼때 마다 안타깝다.
광주가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에 항거해 민주항쟁의 불꽃을 피웠던 곳으로 알고 있다. 광주 문화중심도시도 결국 과거 독재와 싸운 이미지를 살리고 바르셀로나 처럼 첨단과 결합할 경우 성공한 문화수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문화 의식을 높여주고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행정당국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