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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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삶의 향기
수면의 과학
숙면 못하면 정신질환 생길 수도
자는 동안도 뇌는 쉬지 않고 작업
사람들 점점 야행성으로 변해가
  • 입력 : 2012. 05.31(목) 00:00
5월은 봄이라 생각해왔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여름으로 직행한다. 그러다 보니 춘곤증이란 말이 사라져 갈 법도 한데 우리는 점심을 먹고 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과 싸움을 시작한다. 춘곤증은 봄철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체의 일시적인 환경부적응 증세로 계절의 변화를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생리적 부적응 현상으로, 일종의 계절병이다. 충분히 수면을 취했는데도 졸음이 쏟아지거나 권태감으로 인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바로 좋아지는데 이러한 증세가 계속될 때는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춘곤증을 말하다보니 잠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수면의 정의는 주변을 인지할 수 없고 자극에 무반응 하는 행동상태로 표현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하루 7~8시간을 자고, 평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35%가 수면의 시작 혹은 유지에 어려움을 보이는 수면질환을 앓고 있고, 상당수의 의사는 진료 중에 이러한 문제로 환자의 불편함을 듣게 된다.

나의 경우 주로 진료하는 환자가 호흡기질환자인 관계로 기침으로 인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어떤 원인이 되었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는, 학생들의 경우 학습장애, 직장인의 경우 주간 졸음으로 인한 교통사고, 작업 능률저하, 위험한 작업장의 경우에는 사고로 심각한 장애나 생명을 잃는 위험까지 증대될 수 있다. 또 함께 동반될 수 있는 문제는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내과적인 질환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 질환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수면 무호흡증후군으로 수면 중 반복되는 호흡의 단절, 저산소혈증과 관련되어 당뇨병, 심혈관계통의 질병을 포함하는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심혈관계통의 질병은 특히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뿐만 아니라 야간 돌연사와 관련된다.

흔히 잠자는 동안 몸과 마음이 모두 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는 작업을 계속해 기억을 강화시킨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잠자는 동안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에게 야자수 배경에 사고로 파손된 차와 같이, 사람들이 놀랄 만한 물체가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야자수보다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감정적인 물체인 파손된 차를 더 잘 기억했다. 특히 밤에 잠을 자고 나서 테스트했을 때 그런 기억력 다지기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 또 잠잘 때 뇌는 기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가장 중요한 정보를 골라낸다.

한국방송공사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서는 1981년부터 '국민생활시간조사'라는 통계를 발표해 오고 있다. 이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생활형태가 점차 야행성으로 바뀌고 있다. 시각별 잠자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았을 때 1981년에는 아침 6시에 잠자는 사람이 39%였지만 2010년에는 71%로 현저히 증가되어 아침에 일어나지 않은 사람이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1981년에 95%가 자정에 잠들어 있었지만 2010년에는 87%로 감소되었고, 밤 11시에는 75%에서 50%로 낮아져 있어 야행성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대한수면의학회에서 추천하는 건강한 수면 방법이다. △잠은 피한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도록 한다. △누워있는 시간을 야간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으로 제한한다. △초저녁 과도한 운동은 흥분을 일으켜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삼간다. △야간에 과식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카페인이 든 음료, 술, 담배는 수면에 도움을 주지 않으므로 삼간다. △잠들기 전 따뜻한 물에 목욕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침실을 잠들기에 편한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꾸민다. △침실에 시계를 두고 자다가 깨었을 때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수면에 도움을 주지 않기에 침실의 시계를 모두 치운다.

이러한 방법 등을 잘 적용한다면 오늘도 활기차고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윤성호 조선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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